[스페셜1]
[스페셜] '빼꼼식' 슬랩스틱 코미디의 재미 - <슈퍼 빼꼼: 스파이 대작전>
2017-05-01
글 : 이주현

<슈퍼 빼꼼: 스파이 대작전> 감독 임아론 / 제작연도 2017년 / 상영시간 77분 / 개봉 5월 3일

빼꼼의 지난 시리즈들

빼꼼이 태어난 지 올해로 15년이 되었다. 15살 빼꼼은 2002년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등에서 주목받은 임아론 감독의 단편 <아이 러브 피크닉>(2002)에 처음 등장했다. 그때부터 TV시리즈용 단편과 극장용 장편 프로젝트가 임아론 감독의 머릿속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아이 러브 피크닉>을 TV시리즈로 발전시킨 <빼꼼>은 2006년 EBS와 투니버스에서 방영을 시작했고, 이듬해인 2007년엔 극장용 장편 <빼꼼의 머그잔 여행>(2007)이 개봉했다. TV시리즈 <빼꼼>은 영국 <BBC>, 미국의 <카툰네트워크>, 프랑스 <M6> 등 세계 20개국 방송국에 수출되는 성과를 거뒀는데, 이는 논버벌 캐릭터 무비로서의 매력과 슬랩스틱 코미디의 재미를 <빼꼼> 시리즈가 잘 살렸기 때문이다. <빼꼼의 머그잔 여행>은 마법의 펜던트를 통해 북극과 사막을 모험하는 빼꼼과 친구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빼꼼 캐릭터

인간의 말을 하지 못하는 백곰, 빼꼼은 어리숙함을 매력으로 승화한다. 우선 외형부터 어리숙하다. 누가 백곰이라고 말해주지 않으면 강아지로 오해할 법한 얼굴을 하고 있다. 하지만 곰이라는 동물을 선택한 것부터 곰 같지 않은 생김새를 가져간 것까지 모두 임아론 감독의 전략 중 하나였다. “다들 백곰 같지 않다고 하지만 우리는 백곰이라고 계속 우긴다. 누군가는 두더쥐 같다고, 하마 같다고도 하는데 그게 일종의 차별화 전략이다. 곰 같지 않은 곰, 강아지처럼 생긴 곰이라는 차별화.” 이미 무수한 곰 캐릭터가 나와 있는 상황에서 임아론 감독은 가장 곰 같지 않은 곰 캐릭터로 레드오션에서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환경보호에 뜻이 깊은 환경운동가가 아님에도” 백곰의 이야기를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북극의 자연에 대해 얘기하게 됐고, <빼꼼> 시리즈는 인간과 자연의 상생이라는 교육적 내용까지 더불어 담게 되었다. 또한 둥글둥글하게 뭐든 받아내고 넘어가는 빼꼼의 성격은 인간의 말을 하지 못한다는 설정과 결합해 특별한 시너지를 발휘한다. 말을 하지 못하기에 빼꼼의 표정과 행동에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되는데, 그 표정과 행동이 어수룩해 빼꼼을 더욱 편한 친구로 받아들이게 된다. “빼꼼이 말을 했다면 오히려 캐릭터가 지금처럼 살지 못했을 것”이라고 임아론 감독은 확신했다.

양우석과 김선민

<슈퍼 빼꼼: 스파이 대작전>의 크레딧엔 익숙하면서도 낯선 이름이 등장한다. 우선 <변호인>(2013)을 만든 양우석 감독이 스토리 감수에 참여했다. 시나리오 작업에 진척이 없던 상황에서 임아론 감독은 친분이 있던 양우석 감독에게 스토리 감수를 청했다. “그래도 백곰이 주인공인 영화인데 환경에 대한 얘기는 더 해야 하지 않겠냐, 빼꼼과 엄마곰의 이야기를 했으면서 왜 더 따뜻하고 감동적인 장면을 만들지 못하냐”는 피드백이 돌아왔다고 한다. 참고로 양우석 감독은 웹툰 <당신이 나를 사랑해야 한다면>으로 제6회 부천만화대상에서 올해의 웹툰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다. 또 하나의 익숙하고도 낯선 크레딧은 김선민 편집감독이다. <슈퍼 빼꼼: 스파이 대작전>의 편집은 <곡성>(2016), <추격자>(2008)의 김선민 편집감독이 맡았다. 제작사인 모팩앤알프레드에서 김선민 편집감독에게 작업을 의뢰했고, 그 결과 스파이영화로서의 속도감이 살아 있는 애니메이션으로 탄생할 수 있었다.

스파이+히어로

<슈퍼 빼꼼: 스파이 대작전>은 슈퍼브레인칩 이식을 통해 특별한 능력을 얻게 된 빼꼼이 테러 집단으로부터 지구를 구하는 이야기다. 인간의 폭파 실험으로 어릴 적 엄마를 잃은 빼꼼은 제시카 가족의 도움으로 북극을 떠나 인간들의 사회에서 살게 된다. 국가정보국의 청소부로 일하던 빼꼼은 인간세계를 위협하는 북극곰 악당들을 제압하기 위해 스파이 교육을 받게 되고 여느 히어로 못지않은 힘을 발휘하게 된다. <슈퍼 빼꼼: 스파이 대작전>의 이야기는 첩보물과 히어로물의 전형적인 공식을 빌려온다. 스파이로서 빼꼼이 부여받은 이름도 ‘008’이다. 007 시리즈,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2015) 등 스파이 장르의 영화들이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하지만 빼꼼의 매력은 완벽하지 않은 데 있다. 출중한 능력의 소유자가 되었다고 해서 빼꼼의 슬랩스틱 코미디가 어디 가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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