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삶과 죽음에 관한 질문 <아메리칸 패스토럴>
2017-05-24
글 : 김소희 (영화평론가)

유대인 스위드(이완 맥그리거)는 종교와 문화 차이를 극복하고 미스 아메리카 출신의 아름답고 당찬 던(제니퍼 코널리)과 결혼한다. 스위드와 던은 여성용 장갑을 제작하는 작은 회사를 운영하는 남편과 소를 치며 딸을 키우는 아내로 평화로운 전원생활을 꾸려간다. 두 사람은 남부러울 것이 없다. 단, 어린 딸 메리가 말을 조금 더듬는 것만 빼면 말이다. 언어치료사 쉴라는 메리가 아름다운 어머니 던과 비교되는 것이 부담스러워 일부러 말을 더듬는 것이라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한다. 어느 날 메리는 베트남의 틱꽝득 승려가 전쟁에 반대하며 분신하는 광경을 TV를 통해 지켜본 뒤 큰 충격을 받는다. 메리는 왜 아무도 그를 살리려고 하지 않았냐며 울부짖는다. 시간이 흘러 사춘기에 접어든 메리(다코타 패닝)는 과격한 방식으로 사회에 저항감을 표출하며 반항아로 성장한다.

1960년대 미국의 시대상을 담은 이 영화는 매끈한 오늘날의 이미지에 불쑥 흑백의 자료화면을 인서트한다. 화해 불가능한 상태로 병렬된 두 이미지는 마치 생동하는 과거와 정적인 현재 사이에서 과연 어떤 쪽이 산 것이고 죽은 것인가 묻는 듯하다. 겉으로는 미국의 격변기를 가족사를 통해 풀어낸 것처럼 보이지만, 삶과 죽음에 관한 질문이 시종일관 내포된다. 착하기만 하던 남자의 허망한 죽음과 사라진 딸의 행방을 찾는 남자라는 두 이야기를 하나로 포개며 격변기 평화로운 삶에 관한 반성과 변명의 목소리를 동시에 들려준다. 퓰리처상을 받은 필립 로스의 동명 소설(출간명 <미국의 목가>)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이완 맥그리거의 장편 연출 데뷔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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