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스페셜] <씨네21> 이 꼽은 영화 속 최고의 여성 액션 캐릭터/배우 50 ④
2017-06-19
글 : 송경원
루시 리우 <킬 빌>, 밀라 요보비치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 캐리 앤 모스 <매트릭스> 시리즈, 크리스타나 로컨 <터미네이터3: 라이즈 오브 더 머신>, 가지 메이코 <수라설희>, 후지 스미코 <붉은 모란> 시리즈, 우에토 아야 <소녀검객 아즈미 대혈전>, 케이트 베킨세일 <언더월드>, 에바 그린 <300: 제국의 부활>, 조이 살다나 <콜롬비아나>,
이 장면! 크레이지 88과 오렌 이시는 사실 한몸이지만 진정한 끝판왕은 나중에 등장하는 법. 일본식 정원에서 브라이드와 벌이는 검술 끝에 잘려나가는 머리가죽을 보며 오히려 망가지길 주저하지 않는 배우의 열정을 확인한다.

루시 리우 <킬 빌>

Lucy Liu, 1968~ /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킬 빌>을 굳이 2편으로 나눈 건 루시 리우가 맡은 암살자 오렌 이시를 좀더 오래 보여주고 싶어서가 아니었을까. 오렌 이시는 브라이드(우마 서먼)를 막아서는 1편의 보스로 등장하지만 사실 브라이드와 가장 닮은꼴이다. 데들리 바이퍼 암살단원 코드명 독사로 활약했던 오렌 이시는 중국계 미국인과 일본인 혼혈로 이후 일본 야쿠자들의 보스로 군림한다. 실제로 <킬 빌> 1편은 주인공이 오렌 이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그녀의 성장과 암살자가 된 사연, 야쿠자 보스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차례로 선보인다. 그중에서도 여자에다 혼혈인 오렌 이시가 어떻게 야쿠자를 굴복시키는지 한컷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오렌 이시의 복잡다단한 매력을 폭발시킨다. 동양 미녀 역을 주로 맡아온 루시 리우는 <미녀 삼총사>(2000) 등 적지 않은 영화에서 액션 연기를 선보여왔는데, 전형을 연기해온 끝에 결국 전형을 뛰어넘은 사례라 할 만하다. 우리의 눈앞에는 동양인은 사라지고, 인종차별의 벽을 돌파한 루시 리우라는 배우가 서 있는 셈이다.

밀라 요보비치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

Milla Jovovich, 1975~

이 장면! “헬스클럽을 가느니 차라리 무술 연습을 한다”는 밀라 요보비치는 주짓수, 가라테, 킥복싱을 즐긴다. <레지던트 이블: 파멸의 날>(2017)에서는 발레가 추가됐다. 줄 하나에 매달려 적을 격살하는 우아한 액션 시퀀스다.

하나를 고르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밀라 요보비치만큼 몸을 잘 쓰는 배우도, 여전사의 이미지에 부합하는 배우도 없다. 시작은 뤽 베송 감독이었다. 1997년 <제5원소>에서 온몸이 무기인 완벽한 생명체 릴루 역을 맡은 그녀는 설정 그대로 완벽한 액션 연기를 소화하며 여전사로서의 첫발을 내딛는다. 이어 1999년 <잔 다르크>에서는 갑옷을 입고 전장으로 돌진하며 특유의 중성적인 매력을 한껏 뽐냈다. 그리고 2002년 여전사로서 확고히 자리매김할 시리즈 <레지던트 이블>의 앨리스가 되었다. 밀라 요보비치가 출연한 영화의 흥행 순위 1위부터 5위까지 중 4편을 차지할 정도로 <레지던트 이블>은 배우의 커리어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친 시리즈다. 그녀는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멍하고 혼돈스러운>(1993)을 비롯해 꽤 많은 독립영화에도 출연해왔지만 그녀를 스타로 만든 건 일련의 액션 연기였다. 반대로 <레지던트 이블> 역시 밀라 요보비치라는 배우가 없었다면 성립하지 않았다. 게임을 원작으로 했지만 거의 오리지널 스토리를 채택하고 있는 <레지던트 이블>은 앨리스의 시작과 끝, 모험을 하나씩 풀어나가는 시리즈라고 해도 무방하다. 좀비나 호러보다는 확실히 (밀라 요보비치의) 액션쪽에 방점이 찍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1편의 경우 북미에서 투자가 원활하지 않아서 유럽에서 제작된,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의 영화였지만 밀라 요보비치를 제대로 활용한 끝에 게임 원작영화 중 드물게 성공한 시리즈로 거듭났다. <울트라바이올렛>(2006)까지 이어지는 SF 여전사의 계보에서 밀라 요보비치는 단연 제일 앞자리에 서 있다.

캐리 앤 모스 <매트릭스> 시리즈

Carrie Anne Moss, 1967~

이 장면! 다들 공중부양 발차기를 먼저 떠올리겠지만 진정 포스가 폭발하는 장면은 ‘이것도 피해봐’라며 요원의 관자놀이에 사정없이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이 아닐까. 누님의 카리스마가 작열하는 쿨한 장면이다.

수많은 가죽옷이 있지만 영화사에서 가장 유명한 전신 가죽옷을 하나만 꼽으라면 아마도 <매트릭스> 트리니티의 몫일 것이다. 허공에 멈춘 채 360도 회전하는 카메라숏은 오직 트리니티의 발차기에 집중하고, 이 장면 하나로 캐리 앤 모스는 하나의 아이콘이 되었다. 캐리 앤 모스에게 트리니티는 신의 한수 같은 역할이었다. 33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캐스팅되었음에도 주변의 우려를 단번에 날려버릴 만큼 대체 불가능의 연기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촬영 중 발목 부상을 당했지만 혹여 배역이 교체될까봐 이를 숨기고 연기했다는 후문은 이제 비밀 아닌 비밀. 그밖에도 <매트릭스> 3부작을 이어오며 적지 않은 시그니처 액션을 남겼다. <매트릭스2 리로디드>는 가히 트리니티의 영화라 불러도 좋을 정도인데 오프닝을 장식하는 오토바이 시퀀스라든지 엔딩에서 고공낙하를 하면서 총을 쏘는 장면은 여러 영화에서 오마주처럼 활용되기도 했다. <매트릭스> 이후엔 액션보다 드라마에 충실한 필모그래피를 보여주고 있지만 검은 가죽옷에 선글라스는 이미 전설이다.

크리스타나 로컨 <터미네이터3: 라이즈 오브 더 머신>

Kristanna Sommer Loken, 1979~ / 감독 조너선 모스토, 2003

이 장면! 때려부수는 게 전부가 아니다. T-X의 진정한 능력은 다른 로봇에게 명령하고 그들을 조종할 수 있다는 점. 크리스티나 로컨의 고혹적인 자태를 보고 있으면 다른 로봇들을 컨트롤하는 장면이 왠지 설득력 있다.

<터미네이터3: 라이즈 오브 더 머신>(이하 <터미네이터3>)의 악역으로 여성 터미네이터가 나온다고 했을 때 우려가 적지 않았다. 여성이 아놀드 슈워제네거를 때려부수는 역할을 맡았을 때 설득이 되겠느냐 핀잔도 있었다. 물론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크리스티나 로컨이 맡은 터미네트릭스 T-X는 홀로 고군분투하며 영화를 살린다. 관능적인 몸매와 무표정한 얼굴로 대상을 향해 돌진하는 T-X는 2편의 액체로봇 T-1000에 버금가는 존재감을 자랑한다. 심지어 <터미네이터3>에서 유일한 볼거리는 T-X뿐이라는 평가도 심심치 않게 돌았다. 크리스타나 로컨은 베테랑 모델 출신답게 180cm가 넘는 키를 자랑하며 시고니 위버, 지나 데이비스를 잇는 장신의 여전사로 이름을 알렸다. 혜성처럼 등장한 스타처럼 보이지만 사실 크리스타나 로컨은 <2020 파이터>(Mortal Kombat: Conquest)에 출연하며 액션배우로서 신고식을 치렀다. 모델 활동을 하다 배우로 전향한 계기가 <지옥의 묵시록> <풀 메탈 자켓> 등 전쟁영화라고 할 만큼 액션, 밀리터리물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터미네이터3> 이후로도 <페인킬러 제인>(2007), <바운티 킬러>(2013), <S.W.A.T.: 파이어 파이트>(2011), <강력 범죄>(2011), <헌팅 더 팬텀>(2014) 등 총기 액션물에 꾸준히 출연하고 있다. 국내에 알려질 만큼 규모 있는 영화는 적지만 장르에 대한 확고부동한 취향에 믿음이 간다.

가지 메이코 <수라설희>

Kaji Meiko, 1947~ / 감독 후지타 도시야, 1973

이 장면! 유키는 우산으로 위장한 칼을 쓰는데 기모노를 입고 검은 우산을 든 그녀가 한번 칼을 뽑을 때마다 어김없이 피바람이 부는 게 영화의 포인트. 새하얀 눈밭 위에 피어나는 선혈의 꽃.

조금 과장하자면 <킬 빌>은 가지 메이코가 출연했던 영화들에 대한 헌정이다. 쿠엔틴 타란티노가 열렬한 팬임을 밝혔던 가지 메이코는 소위 ‘핑키 바이올런스’라고 불리던 70년대 저예산 컬트영화의 여왕이다. 대개 배신당한 여자의 복수담을 다루고 있는 ‘핑키 바이올런스’ 영화 중에서도 <킬 빌>에 특히 영향을 끼친 영화는 1973년작 <수라설희>다. 아버지를 모함해 죽이고, 어머니를 능욕한 패거리에 복수하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검술을 익힌 유키는 원수들을 찾아가 차례로 단죄한다. 전형적인 무협 복수극의 구성을 따라가는 영화지만 그 이면에 복수가 복수를 낳는 무상함 등을 담고 있다. <킬 빌>의 브라이드와 오렌은 유키를 둘로 나눈 캐릭터라고 봐도 무방한데, 이런 관점에서 보면 마지막 설원에서의 결투 장면이 또 다르게 보인다. 오렌이 브라이드의 검에 죽음을 맞는 순간 흐르는 노래가 가지 메이코가 부른 <수라의 꽃>이라는 점도 재미있다. 가지 메이코의 또 다른 대표작 <여죄수 사소리 701호>(1972)의 주제곡 <여자의 원념> 역시 <킬 빌>의 엔딩곡으로 활용되었다. <수라설희>와 <여죄수 사소리> 시리즈 모두 남성의 부속물처럼 여성 캐릭터를 배치하던 분위기를 거부하고 여성에게 강요된 정숙함을 정면에서 거부하는, 전복적인 캐릭터라 할 만하다. 복수를 위해 태어난 아이, ‘수라설희’처럼 복수라는 추상적인 행위를 구체적인 이미지로 옮기면 이윽고 가지 메이코가 된다.

후지 스미코 <붉은 모란> 시리즈

Fuji Sumiko, 1945~

이 장면! 시리즈 중 최고작이라 평가받는, 다카쿠라 겐과 함께 출연한 <붉은 모란: 화투승부>(1969)에서 한손에는 전매특허와도 같은 단도를, 또 한손에는 총을 쥔 채 수십명의 적들을 차례차례 절도 있게 처리한다.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위엄.

후지 스미코는 1960, 70년대를 풍미한 이른바 ‘여협객’의 원조다. <붉은 모란> 시리즈에서 등에 붉은 모란 문신을 새긴 야노 오류 역으로 첫 주연을 맡은 후 무려 8편의 시리즈까지 이어지며 국민배우 반열에 올랐다. 당시 다카쿠라 겐, 쓰루타 고지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도에이 3대 스타’로 불렸고, <붉은 모란> 시리즈로 당시 최다 관객을 동원하며 언론으로부터 ‘관객을 부르는 유일한 대여배우’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도박장을 가득 메운 남자들을 특유의 절제된 카리스마로 휘어잡는 섹시하고 강인한 여전사의 원형이라고 해도 좋겠다. <007> 시리즈가 제임스 본드를 중심으로 계속 여배우를 교체했다면, <붉은 모란> 시리즈는 그와 반대로 붉은 모란을 중심으로 매번 당대 남자 스타배우들을 교체해 등장시켰다. 액션 시퀀스가 그리 많지 않음에도 붉은 모란 문신을 드러내며 단도를 휘두르는 간결한 장면만으로도 임팩트는 충분하다. 무엇보다 후지 스미코의 외모는 그야말로 아름답다는 말 이외 다른 수식어가 생각나지 않는다.

우에토 아야 <소녀검객 아즈미 대혈전>

Ueto Aya, 1985~ / 감독 기타무라 류헤이, 2003

이 장면! 휘두르는 것보다 휘두른 뒤가 중요하다. 한합에 적을 벤 후 잠시 멈춰주는 것이 포인트. 100명을 참살한 뒤 시체 더미 위를 도도하게 걸어가주는 게 포인트.

퓨전 활극의 정점이다. 아마도 사람이 이 정도로 가볍게 잘려나가는 영화도 드물 것이다. 검 끝이 한번 번뜩이면 사지가 허공으로 나뒹군다. 여느 영화에서 포인트로 한두번 나올 액션이 시작부터 끝까지 빽빽이 채워진 영화가 바로 <소녀검객 아즈미 대혈전>이다. 제목 그대로 소녀가 검객이고, 1 대 100의 대혈전이 벌어진다. ‘베고 싶지 않아도, 나는 베어야 한다’는 카피 문구가 이 영화를 단순명쾌하게 설명한다. 시대, 배경, 고증에 신경 쓰지 않는 퓨전 사무라이 활극답게 등장인물의 의상도 실로 만화적이다. 특히 돋보이는 건 아무래도 소녀검객 아즈미의 하얀 피부와 가느다란 팔. 장검조차 제대로 휘두르기 어려워 보이는 가냘픈 몸으로 적진을 헤집고 다니는 모습은 사무라이 액션에 대한 판타지를 극단적으로 구현한 결과물이라 할 만하다. 우에토 아야는 TV에서의 차분하고 수수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이 영화를 통해 연기의 스펙트럼을 극적으로 확장시켰다. 우에토 아야가 90% 이상 직접 소화했다는 액션 연기는 다소 어설프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곧 넘어질 것 같은 연약함과 꺾이지 않는 강인함의 아슬아슬한 공조.

케이트 베킨세일 <언더월드>

Kathryn Bailey Beckinsale, 1973~ / 감독 렌 와이즈먼, 2003

이 장면! 올 블랙 가죽옷을 입고 고층 건물 위에 쪼그려 앉아 있는 모습은 도약 직전의 짐승을 연상시킨다. 내가 쪼그려 앉은 건 도약의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다!

오직 주인공의 매력에 기대 성립할 수 있는 시리즈가 있다. 2003년 <언더월드> 1편이 나올 때만 해도 이 영화가 10년을 이어갈 시리즈가 되리라고 상상하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케이트 베킨세일의 존재가 그것을 가능케 했다.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의 오랜 전쟁을 그린 <언더월드>에서 케이트 베킨세일은 뱀파이어족의 엘리트 전사 셀린느가 되어 독보적인 액션을 선보인다. 가죽으로 된 꽉 끼는 옷을 입고 긴 코트 자락을 휘두르며 허공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은 이전 뱀파이어 영화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언더월드>만의 트레이드마크다. 수직 낙하운동에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1편의 설정은 시리즈 후반으로 갈수록 의미가 없어지지만 그럼에도 항상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셀린느로 시작해야 <언더월드>다. 10년의 세월 동안 주름 하나 늘지 않은 케이트 베킨세일의 모습은 진짜 뱀파이어가 아닌지 의심될 정도. <반 헬싱>(2004)의 쉴 틈 없는 총질, 보는 사람이 더 아픈 <토탈 리콜>(2012)의 격투 연기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에바 그린 <300: 제국의 부활>

Eva Gaelle Green, 1980~ / 감독 놈 머로, 2014

이 장면! 적들의 다리를 쉴 새 없이 썰어내는 에바 그린의 칼솜씨보다 무서운 건 바로 눈빛. 1편에서 대패하고도 당당하던 크세르크세스가 에바 그린의 눈초리에 주눅드는 장면은 누가 진짜 주인인지 단박에 관계를 정리한다.

에바 그린은 항상 전사 같았다. 굳이 몸을 쓰는 액션을 하지 않아도 그녀는 이미 전사다. <몽상가들>(2003)에서 당당한 태도로 세상의 편견에 맞설 때, <007 카지노 로얄>(2006)에서 대니얼 크레이그에게 한치도 밀리지 않을 때. 무엇보다 세상을 아래로 굽어보는 듯한 강렬한 눈빛은 전쟁 같은 에너지를 뿜어낸다. <300: 제국의 부활>의 페르시아 군사령관 아르테 미시아는 에바 그린을 위해 준비된 역이나 다름없었다. 모든 남자들, 황제 크세르크세스마저 그녀의 발아래 있다. 주인공 테미스토클레스를 비롯해 아무리 많은 남자들이 웃통을 벗고 나와도 에바 그린의 존재감을 넘어서지 못한다. 영화의 실질적인 주인공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물론 <300>의 속편답게 화려한 전투와 액션 시퀀스도 선보인다. 쌍검을 휘두르며 전장을 피로 수놓는 여전사의 칼부림은 잔혹할수록 화려하고 아름답다.

조이 살다나 <콜롬비아나>

Zoe Saldana, 1978~ / 감독 올리비에 메가턴, 2011

이 장면! 일부러 잡혀 경찰서에 끌려온 후 몸매를 드러내는 전신 타이츠를 입고 환풍구로 빠져나가 암살을 시행하는 카탈리나. 날렵한 몸놀림에 반하고 완벽하게 다져진 몸매에 반한다.

조이 살다나는 SF감독들이 유난히 사랑하는 배우다. <아바타>(2009)에서 판도라 행성 나비족 여전사 네이티리로 분했고, <스타트렉: 더 비기닝>(2009)부터 스팍의 연인이자 통신장교 우후라 역을 맡았으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014)에서 타노스의 손에 길러진 최강의 암살자 가모라가 되었다. 분장이 어울리는 배우, 혹은 분장을 해도 얼굴 연기를 할 줄 아는 배우라고 해도 좋겠다. 모름지기 좋은 액션배우는 몸보다 감정을 다루는 법을 알아야 하고 조이 살다나는 그 비결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녀를 일약 액션배우 반열에 올린 건 다름 아닌 <콜롬비아나>다. 여성판 ‘본’ 시리즈라는 호평을 받은 <콜롬비아나>는 부모의 죽음을 복수하기 위해 킬러가 된 카탈리아의 이야기를 다뤘다. 진부한 스토리임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건 대부분 조이 살다나의 공이다. 재즈, 현대무용, 발레 등 어린 시절부터 함께한 춤을 통해 다져진 몸놀림은 민첩하고 탄력 있는 움직임을 사실적으로 소화해낸다. 액션과 감정은 물론 탄탄하게 다져진 몸까지 어느 하나 모자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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