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스페셜] <씨네21> 이 꼽은 영화 속 최고의 여성 액션 캐릭터/배우 50 ⑥
2017-06-19
글 : 주성철
양자경 <검우강호>, 정패패 <방랑의 결투>, 혜영홍 <무협>
이 장면! 정체를 숨긴 채 살아가던 정징(양자경)은 남편(정우성)이 악당들에게 죽을 위기에 처하자, 드디어 그 실력을 드러낸다. 오랜 세월 쓰지 않았던 초식이 폭발하며 수십명을 바닥에 몸져눕게 만든다.

양자경 <검우강호>

楊紫瓊, 1962∼ / 감독 수차오핑, 2010

아마도 홍콩영화계 여전사 계보의 최후, 최강의 종결자는 바로 ‘예스마담’ 양자경일 것이다. ‘바바리맨’을 처리하는 것으로 임무를 시작했던 현대 도시액션물 <예스마담>(1985)을 시작으로 그 인기에 힘입어 번외편 격인 <중화전사>(1987), <통천대도>(1987) 등에 출연했으며 현대물이 아닌 <이연걸의 태극권>(1993), <동방삼협>(1993), <신유성호접검>(1993) 등에서도 화려한 실력을 뽐냈다. 시리즈를 이어받은 양리칭뿐만 아니라 호혜중, 이세봉 등이 그 이미지를 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후 전세계 누구나 따라했던, 등 뒤의 적을 머리 위까지 솟아오르는 앞차기로 제압하는 장면은 양자경의 전매특허이며, <영춘권>(1994)에서는 그 영춘권의 원조처럼 등장했다. 말하자면 ‘엽문’견자단, ‘진진’ 이소룡 모두 그녀의 발아래다. 허안화 감독은 양자경을 스턴트맨으로 일하는 ‘싱글맘’으로 출연시킨 <양자경의 스턴트우먼>(원제 ‘아금’, 1996)을 통해 그녀를 향한 최고의 찬사와 경배를 바치기도 했다. 성룡과 함께한 <폴리스 스토리3>(1992), 본드걸로 발탁됐던 <007 네버다이>(1997), 리안 감독의 <와호장룡>(2000), 이연걸과 함께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미이라3: 황제의 무덤>(2008) 등을 통해 아시아를 대표하는 배우 중 하나가 됐다. <송가황조>(1997)를 시작으로 <게이샤의 추억>(2005), <황시>(2008)를 비롯해 아웅산 수치를 연기한 <더 레이디>(2011)에 이르기까지, 액션영화가 아닌 영화들을 통해 여전히 배우로서 그 스스로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

정패패 <방랑의 결투>

鄭佩佩 1946~ / 감독 호금전, 1966

이 장면! 좁은 객잔에서 양손에 짧은 칼을 쥔 채, 몸을 휙 돌려 거대한 원을 그리며 단숨에 남자 자객들을 제압한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는 말은 바로 이럴 때 쓰는 법.

아시아 여성 액션 스타의 원조라면 역시 호금전의 <방랑의 결투>(원제 ‘대취협’, 1965)에서 춤을 추는 듯한 우아한 몸놀림으로 신기의 칼솜씨를 뽐냈던 ‘금연자’ 정패패다. 이후 장철의 <심야의 결투>(원제 ‘금연자’, 1968)에도 금연자로 출연했다. 남자 적들에 비하면 왜소한 몸매이지만 갈대처럼 휘어지는 우아한 몸짓으로 적들을 제압하는 그 모습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정패패의 전매특허와도 같은 두 자루의 단검은, 장검에 익숙하지 않은 그녀를 위해 호금전이 직접 고안한 것이다. 상하이 출신으로 쇼 브러더스 산하 배우양성소인 남국실험극단 2기였던 정패패는 어린 시절부터 발레를 배웠다. 무술에 능숙한 배우를 쓰라는 쇼 브러더스의 주문에도 불구하고, 호금전이 무술을 따로 익힌 적이 없던 그녀를 캐스팅한 것은 그 특유의 우아함과 유연함 때문이었다. 이후 결혼과 함께 연예계를 떠났다가 호금전의 후기작 <천하제일>(1983)에 출연했고, 주성치의 <당백호점추향>(1993)에서 코믹 연기를 하기도 했으며, 드디어 리안이 <와호장룡>(2000에 ‘푸른 여우’캐스팅하게 된다.

혜영홍 <무협>

惠英紅, 1960∼ / 감독 진가신, 2011

이 장면! 정체를 숨기고 살아가는 탕롱(견자단)에게 실토하라며, 쌍검을 들고 달려드는 혜영홍. 가공할 남녀 일대일 대결 속, 견자단의 발차기를 막아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고수다.

리안 감독이 <와호장룡>에 정패패를 출연시키며 과거 홍콩 쇼 브러더스를 향한 오마주를 바쳤다면, 진가신 감독은 <무협>에 왕우와 혜영홍을 출연시키며 오마주를 바쳤다. ‘외팔이’ 왕우가 장철 감독과 인연이 깊다면 혜영홍은 역시 쇼 브러더스를 빛냈던 유가량 감독 ‘라인’이다. 원래 무협영화 못지않게 뮤지컬영화도 종종 만들었던 쇼 브러더스의 ‘댄서’였던 혜영홍은 유가량으로부터 무술을 배우면서 일대 전환점을 맞았다. <장배>(1981), <무관>(1981), <십팔반무예>(1982), <오랑팔괘곤>(1983) 등 당시 유가량의 거의 모든 무술영화에 유가휘(<킬 빌2>에서 우마 서먼에게 무술을 가르치던 백발 스승)와 함께 출연했다. 데이비드 보드웰이 자신의 저서 <플래닛 홍콩>에서 존 포드의 <수색자>까지 인용하며 ‘오버’하면서 비교한 영화 <오랑팔괘곤>에서는 7명의 오빠를 둔 막내 여동생으로 출연해 악당 보스를 죽이러 혈혈단신 악당들의 객잔으로 쳐들어갔다. 이후 90년대를 침체기로 보낸 뒤 홍콩 금상장영화제에서 호유항 감독의 <새벽의 끝>(2009)의 정극 연기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호유항은 오마주의 의미로 최근 그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액션영화 <미세스 케이>(2016)를 만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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