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다양성영화 영화인들⑥] 보여지고 회자되고 오래 남을 수 있었으면
2017-07-05
글 : 이주현
사진 : 최성열
<마돈나> 신수원 감독, 권소현 배우, <재꽃> 정하담 배우
권소현 배우, 신수원 감독, 정하담 배우(왼쪽부터).

-다양성영화를 살리는 방법이 있다면.

=신수원_ 다양성영화가 경쟁할 수 있는 판이 작다 보니 가끔은 스몰 사이즈 피자 한판을 20조각으로 나눠 먹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웃음) 경기도가 G-시네마 사업을 통해 다양성영화를 지원하고 있지만, 정부는 물론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더 확대돼야 한다.

=정하담_ <재꽃> 개봉 일주일 전인데, 아이러니하게도 홍보하고 있는 지금이 딱 좋다. 개봉하고 상영관이 줄어들고 관객이 줄어드는 것을 다시 경험하게 될까봐 걱정이 앞선다. 제작지원도 그렇지만, 영화가 보여지고 회자되도록 충분한 상영 기회도 보장되었으면 한다.

-추천하고 싶은 다양성영화는.

=권소현_ 뮤지컬 배우로 무대에만 서다가 신수원 감독님을 만나 <마돈나>라는 영화를 찍게 됐다. 내 첫 영화인 <마돈나>는 내 인생의 영화이기도 하다.

신수원_ 예전엔 스탠리 큐브릭을 좋아했는데 근래에는 다시 켄 로치! <나, 다니엘 블레이크>(2016)가 최근 영화들 중엔 가장 울림이 컸다.

정하담_ 내 성장이 담긴 박석영 감독님의 ‘꽃 3부작’을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고, 해외 영화 중에서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2014)을 극장에서 보고 웨스 앤더슨의 지난 영화들을 챙겨봤다. 그리고 최근에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바로 타란티노 감독의 <헤이트풀 8>(2015)였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가 극장에서 이 영화를 봤다는 사실이 의미 있게 작동하는 거 같다. 그래서 더 많은 다양성영화들이 IPTV 같은 채널도 있지만, 바로 극장에서 관객을 만나면 좋겠다.

-영화를 찍으면서 느끼고 배운 점은.

정하담_ 연기를 할 땐 ‘이 사람은 왜 이럴까’ 끊임없이 생각한다. 연기를 하기 전엔 ‘이 사람이랑 안 맞으면 그만이지’ 하며 굳이 이해하려 들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연기라는 게 긍정적인 행위이고 내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일인 것 같다.

신수원_ <마돈나>는 내 경험과 무관한 것에서 출발한 이야기였고 그래서 시작부터 두려움이 있었다. 촬영 막바지에 중요한 장면을 찍을 땐 나흘간 잠을 못 잤다. 이 장면이 무너지면 영화 전체가 무너진다는 생각에 잠이 오지 않았다. 결국 촬영 끝내고 탈진해서 병원에 실려갔다.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지만 ‘여기서 죽으면 안 돼, 아직 3회차가 더 남아 있어’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영화를 정말 사랑하는구나 하고 느낀 순간이었다. 가끔은 공중에서 외줄타기하는 느낌도 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사랑하기 때문에 압박감을 견뎌내는 것 같다.

권소현_ 나에 대해 잘 안다고 자부했는데 내가 생각지 못했던 이미지를 감독님이 얘기해주고 보여주니까 신기했다. 나를 새롭게 알아가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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