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BIFAN의 영화인들①] <벗어날 수 없는> 저스틴 벤슨, 에런 무어헤드 감독 - 우리가 만들고 싶었던 공포
2017-07-31
글 : 임수연
사진 : 박종덕 (객원기자)
저스틴 벤슨, 에런 무어헤드 감독(왼쪽부터).

<벗어날 수 없는>은 무언가 갑자기 튀어나와 놀라게 만드는 장면이 없는데도 상영하는 내내 관객을 긴장하게 만든다. 서부극을 연상시키는 배경에 SF소설 같은 설정, 오컬트 장르물의 분위기까지 섞여 있지만 반항과 순응의 과정을 보여주는 구심점은 확실하다. 그리고 이 작품이 <레졸루션>(2012)과 <스프링>(2014)에 이어 세 번째로 호흡을 맞춘 저스틴 벤슨, 에런 무어헤드 감독의 공동 연출작이라는 사실은 영화의 다채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단서다. <벗어날 수 없는>이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부천 초이스 장편부문’에서 작품상을 수상하기 며칠 전 저스틴 벤슨과 에런 무어헤드 감독을 만나 그들의 공동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10년 전 사이비 집단 ‘UFO 죽음의 컬트’에서 탈출했다가 다시 그 장소로 돌아간 형제의 이야기를 그린다. 어떻게 시작된 영화인가.

=저스틴 벤슨_ 사이비 집단에 관한 아이디어는 <레졸루션>에서 시작됐다. 그 영화에 나온 일부 캐릭터가 UFO를 숭배했는데 그들이 나중에 어떻게 될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더라. 특히 우리가 다루고 싶어 한 반항, 순응 같은 주제가 사이비 집단과 잘 어우러질 것 같았다.

=에런 무어헤드_ 우리가 전보다 성장했다는 식의 식상한 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 <벗어날 수 없는>은 그냥 우리가 만들고 싶었던, 우리를 가장 잘 표현하는 영화다. <레졸루션>으로 인지도가 많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그 이야기를 반복할 생각은 없었고 괴물이 등장하는 <스프링>도 있지만 이번에는 공상적인 아이디어를 다루고 싶었다.

-사이비 집단 특유의 황량한 분위기를 대변하던 영화의 배경이 인상적이다.

저스틴 벤슨_ 샌디에이고에서 1시간30분 정도 떨어진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이 영화는 서부극처럼 보이거나 좀 이상한 분위기가 나기를 바랐기 때문에 고른 장소다. 영화 촬영을 한 적이 없는 특별한 곳이어서 좋았다.

에런 무어헤드_ <레졸루션> 촬영 당시 스탭들이 묵으면서 알게된 곳이다. 실제로 드론 촬영을 할 때 화성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막 같지만 물도 있고 나무도 있어서 ‘사막 숲’ 같다고나 할까.

-<레졸루션>과 <스프링>에 이은 세 번째 공동 연출이다. 헤어지지 않고 계속 함께하는 이유는 무언가. (웃음)

에런 무어헤드_ 둘이 성격이 비슷하고 잘 어울리기도 해서 헤어질 생각은 해본 적 없다. 우리가 각자 만들면 좋은 영화가 나오지 않는 것 같다.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다는 의미일까. 어떤 점이 서로에게 보완이 되나.

에런 무어헤드_ 나는 커피를 잘 만들고 청소도 잘한다. (웃음)

저스틴 벤슨_ 우리를 오래 아는 사람은 우리가 예술가라는 생각은 잘 안할 것 같다. 우리에겐 영화를 만드는 특별한 방법이 있는데 그 과정에는 두 사람이 모두 필요하다. 딱 뭐라고 표현하기는 어렵다.

-이번 작품에서는 두 사람이 직접 주인공 형제를 연기한다.

에런 무어헤드_ 영화를 처음 기획할 때는 우리 돈으로 직접 제작비를 조달하는 상황이 생겨도 우리가 모두, 연기까지 다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대본이 완성된 후 투자도 잘 받고 스케일이 커졌다. 그렇다고 우리가 이미 결심했던 부분을 바꾸고 싶지 않아 그냥 출연하기로 했다. (웃음)

-직접 연기를 해보니 어떻던가.

에런 무어헤드_ 단점보다 장점이 많다. 영화 제작의 모든 과정이 다 어려운데 연기를 직접 하면 보다 수월해지는 부분이 있다. 다른 연기자와 함께 있다 보니 의사소통도 쉽고. 나는 촬영감독이기도 했기 때문에 연기를 한 후 바로 촬영 분량을 확인해야 하는게 힘들긴 했지만 그래봤자 2~3분 연장되는 거다. 상관없었다.

저스틴 벤슨_ 후반작업은 특히 쉬웠다. 연기자와 의논해야 할 부분에 대해 굳이 다시 연락하지 않아도 되고.

-호러영화를 계속해서 만드는 두 사람이 평소에 가장 공포를 느끼는 대상이 뭔가. 평소 관심사도 궁금하다.

에런 무어헤드_ 아무래도, 늙는 것. (웃음) 원래 미래학에 관심도 많아 이와 관련한 독서도 많이 했다. 10~20년 후 벌어질 일에 흥미가 있다.

저스틴 벤슨_ 모든 사람이 언젠가 죽는 걸 알고 있지만 난 유독 죽음에 굉장한 공포를 느낀다. 평소에는 특이한 것을 무작위로 검색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것도 일종의 스토리텔링의 과정인 것 같다.

-평소 공감을 느끼는 대상에 대한 게 작품의 주제에도 반영이 된다고 보나.

에런 무어헤드_ 개인적으로는 공감할 수 없다면 그에 대한 영화를 만드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벗어날 수 없는>을 비롯한 우리 영화가 죽음, 시간을 테마로 다루지 않나.

저스틴 벤슨_ 많은 SF영화를 보고 무서워서 잠을 못 잔 적은 있지만 좀비영화는 그다지 무섭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도 좀비영화를 만들 일은 없을 것 같다. 어쩌면 사실일지 모른다는 뉘앙스를 주는 싸늘한 공포가 좀더 끌린다.

-앞으로 영화로 만들고 싶은 소재가 있나.

저스틴 벤슨_ 지금 당장은 몇편의 TV 쇼를 준비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도 <벗어날 수 없는>처럼 반항, 순응 같은 테마를 다룬다.

에런 무어헤드_ 시간을 다룬 SF 장르의 영화를 준비 중이다. 아인슈타인의 말을 직접 인용하기도 할 정도로 물리학을 중점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벗어날 수 없는>의 연장선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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