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BIFAN의 영화인들④] <버드샷> 미카일 레드 감독 - 필리핀만의 새로운 서부극을 만들다
2017-07-31
글 : 김현수
사진 : 박종덕 (객원기자)

필리핀 신인감독 미카일 레드의 <버드샷>은 살아남기 위해 포식자가 되어야 하는 소녀의 외로운 사투를 그린 영화다. 미카일 레드 감독은 고전 서부영화에 등장하는 황량한 자연경관과 전형적인 캐릭터 등 장르적 특성을 자양분 삼아 필리핀의 자연과 정서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서부극의 세계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총을 겨누는 소녀의 이미지가 강렬한 영화다. 수렵 생활을 하며 사는 모녀의 이야기를 구상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첫 장편 <레코더>(2013)를 찍을 당시, 한 농부가 필리핀 독수리를 잡아먹어 감옥에 간 사건을 뉴스로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 농부가 굶주린 아들을 보다 못해 저지른 일이었다. 독수리는 필리핀에서 국가적 상징으로 여겨 보호하던 존재라서 사람들의 충격이 더 컸다. 이 사건은 개인적인 옳고 그름을 떠나서 환경의 피해로 인한 사건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포식자가 되어야 하는 소녀, 혹은 도덕적으로 모호한 캐릭터의 이야기를 영화에 담고 싶었다.

-데뷔작 <레코더>에 비해 규모를 훨씬 더 키운 글로벌 프로젝트다.

=<레코더>는 3만달러의 예산으로 게릴라 촬영을 하듯이 찍었다. 이번에는 규모를 키우고 싶어서 해외 공동 제작을 추진했다. 다행히 카타르와 프랑스 등에서 7만달러 이상의 제작비를 조달했고 한국의 CJ엔터테인먼트에서도 1만달러를 지원받았다. 해외의 관심을 끌기 위해 직관적이면서 짧은 제목을 정하고 다른 문화권 관객도 이해할 수 있는 세계관 등에 신경 써서 투자받을 수 있었다.

-두 모녀가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자연경관을 촬영한 장면이 인상적이다.

=마이코 데이비드 촬영감독 덕분이다. 흔히 알고 있는 마닐라의 풍경이 아니라 외국 사람들이 잘 모르는 필리핀의 장엄한 산과 들판을 보여주고 싶었다. 참고로 독수리가 등장하는 장면은 필리핀 남쪽 다바오라는 지역에서, 옥수수밭은 필리핀 북부에서 주로 촬영했다. 기술적으로는 알렉사 카메라로 콘트라스트를 낮게 주어 촬영했다. 1970년대 고전영화의 느낌을 재현하기 위해 옛날 렌즈도 많이 사용했다.

-소녀의 생존기를 서부극이라는 장르로 풀어내려 시도한 듯 보인다.

=서부극을 필리핀에서 찍는다는 사실 자체가 새로운 시도다. 어려서부터 서부영화를 많이 보고 자랐지만 그 영화들과 조금 다른 느낌을 보여주고 싶었다. 플롯을 짤 때는 관객이 서스펜스를 느낄 수 있도록 스릴러 형식도 취하려 했고, 거기에 무거운 사회적 이슈도 담으려고 생각하며 만들었다. 분위기는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 코언 형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용서받지 못한 자> 등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또 하나, 나는 비디오게임이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게임 <더 라스트 오브 어스>의 주인공이자 살아남기 위해 싸우는 아빠와 딸 캐릭터 역시 <버드샷>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 같다.

-아버지인 레이먼드 레드 감독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 같다.

=오히려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려 했다. 아버지의 영화는 늘 과거를 회상하거나 과거로 향하는 렌즈, 그러니까 역사영화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나는 좀더 미래지향적인 소재와 스타일에 관심이 많다. <레코더>에 CC TV, 웹캠, 휴대폰 영상 등을 마구 삽입한 것도 자유분방한 형식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고전영화에 관한 오마주로서 전작보다 훨씬 더 조심스럽고 정교하게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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