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킬>은 로이드 카우프먼이 이끌었던 미국 독립영화 스튜디오 트로마의 후예가 만든 작품답게 폭력과 섹스 그리고 유머가 난무하는 골때리는 영화다. 지질한 남자 칩(매튜 그레이 구블러)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여자 라이자(애나린 매코드), 두 연인은 라이자의 ‘슈거 대디’(만남을 대가로 선물과 돈을 제공하는 돈 많은 중년 남자를 일컫는 말)의 돈을 몰래 훔치기로 한다. 하지만 라이자가 이상한 행동을 하는 바람에 둘의 계획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른다. 실제로 만난 트렌트 하가 감독은 발랄하고 유쾌한 자신의 영화와 똑 닮은 남자였다.
-스승 로이드 카우프먼이 당신 영화를 봤나.
=물론. 2회차 촬영 때 뉴올리언스 세트장에 들러 격려해주셨다. 영광이었다.
-이 영화는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
=평소 소설을 즐겨 읽는다. 브라이언 스미스 작가의 동명 소설을 읽었는데 섹시하고 폭력적이면서도 유머러스했다. 영화로 만들면 재미있겠다 싶어 판권을 덜컥 구매해 각색했다.
-전작이자 연출 데뷔작 <촙>(2010)이 이 영화를 만드는 데 어떤 영향을 끼쳤나.
=전작을 만들면서 적은 예산으로 효율적으로 영화를 만드는 법을 배웠다.
-칩은 지질한 남자고, 라이자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여자다. 칩과 라이자, 두 남녀 캐릭터를 각각 연기한 매튜 그레이 구블러와 애나린 매코드는 어떻게 캐스팅했나.
=적절한 배우를 찾기가 힘들었다. 저예산영화를 찍을 의지가 있고 영화를 잘 이해하는 배우여야 했다. 칩은 나쁜 짓을 해도 밉지 않은, 왠지 모르게 끌리는 느낌을 주는 배우가 맡아주었으면 했다. 미국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를 좋아하는데 거기에서 닥터 스펜서 리드를 연기한 매튜 그레이 구블러가 칩 역할에 제격이었다. 라이자는 섬세하면서도 강인한 여성인데, 애나린 매코드가 라이자처럼 트레일러에서 살아본 적이 있어 잘 표현할 것 같았다. (두사람을 캐스팅한)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칩과 라이자가 라이자의 슈거 대디의 돈을 훔친 뒤 벌어지는 상황이 워낙 예측 불가능해 매력적이다.
=많은 관객이 익숙한 서사 전개를 선호하지 않나. 하지만 이 영화는 5~7분에 한번씩 반전을 주려고 고민을 많이 했다.
-폭력, 섹스, 피를 묘사하는 방식이 무척 유쾌하다. 그 점은 트로마 스튜디오에서 영향을 받은 건가.
=굳이 트로마에서 영향을 받았다기보다 내가 피, 폭력, 섹스를 워낙 좋아한다. 좋아하는 걸 재미있게 묘사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영화가 칩이라는 지질한 남자의 성장 스토리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의도치 않게 어떤 일에 휘말렸다가 센 여성들을 만나 이리저리 차이면서 세상이 녹록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으니 말이다.
=바로 그거다. 여성이 남성의 폭력에 당하는 걸 보면 도저히 참을 수 없고, 그 여성이 빨리 그 남성에게서 벗어났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역으로 칩을 세고 강인한 여성들에게 당하는 남성으로 설정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센 여성과 결혼해 27년 동안 함께 살고 있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