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렇게 해맑은 웃음을 짓는 사람이 누구였더라. 김우겸의 표정을 보면 환한 미소가 트레이드 마크인 이병헌과 강하늘이 오버랩된다. 25살, 성균관대학교 연기예술학과에 재학 중인 그는, 표정만큼이나 솔직하고 편안한 태도로 상대방의 마음을 빼앗아가는 배우다. 몇년 전 대한민국청소년영화제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하게 해준 단편 <뿔>에서 소외된 친구에게 친화력을 나누어주는 고등학생 혁태에게서 김우겸의 매력이 드러난다. “큰 화면에서 나를 보는 게 그렇게 신기했다”는 그는, 음악을 하다가 우연히 연기를 시작했지만 이제는 연기가 전부라고 말한다. 좋은 연기자가 되기 위해 “스스로 질문도 하고 책도 많이 읽고 있다”는 김우겸. 심사위원들은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는 말로 그의 가능성을 전했다.
오디션 내 매력을 다 보여주고 싶었는데, 내가 너무 과장한 건 아닐까. 오디션 끝나고 버스 타고 집으로 오는데 정말 많은 생각이 들더라. 잘 못한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참가만으로도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하며 나를 달래고 있었다. 합격했다는 전화가 올 줄 몰랐다. 그간 ‘잉여’처럼 보내던 시간을 지나 이제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다.
연기의 시작 처음엔 엄마가 시켜서 했다. (웃음) 수학을 못하니 예술계 고등학교(안양예고 연극영화과)로 진학을 하라고 하셨다. 그땐 기타를 쳤다. 대학 입시때문에 연기를 시작했는데,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연기의 재미를 알게 되고 이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생활이 됐다.
김우겸은 부담 없는 얼굴, 편안한 얼굴, 늘 웃음이 있는 얼굴이다. 덕분에 적대감을 가지고 대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어떨 때는 촌스러울 정도로 평범해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평범하지 않아 보이는 게 내 매력인 것 같다. 더불어 생각이 많고 신중한 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생각하지 말고 망설이지 않고 도전하는 마음을 더 키우고 싶다.
내 인생의 영화 영화는 아니지만, 고3 때 재수를 하면서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를 봤다. 기존의 세종과는 다른 연기로 세종을 새롭게 해석한 한석규 배우를 보면서 연기가 정말 재밌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그때부터 연기자의 꿈을 더 강하게 키우게 됐다. 최근에는 영화 <내 사랑>(2016)을 보면서 신뢰를 주는 연기가 무엇인지 알게 됐다. 뭔가를 보여줘야 잘하는 연기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에단 호크는 작은 동작 하나하나를 어떻게 해야 믿음을 쌓아갈 수 있는지 그 느낌을 표현하더라. 상황을 받아들이고 확신을 가지고 연기를 하면, 내 안에 있는 게 자연스럽게 나오게 될 것 같다.
함께 작업하고 싶은 감독 부산국제영화제 때 <나, 다니엘 블레이크>(2016)를 봤다. 정말 감동했다. 켄 로치 감독님과 꼭 한번 같이 작업하고 싶다. 그리고 단편 <뿔>을 작업하고 지금 <빛이 우리를 인도할까요>를 함께 작업하고 있는 변성빈 감독님. 나를 믿어주고 인정해주고, 내 의견을 수용해주는 연출자다. 이번엔 다이빙 선수를 준비하는 캐릭터라 요즘 다이빙 연습을 하고 있다.
롤모델 축구선수 네이마르를 보면, 축구선수지만 연기에 대한 태도가 떠오른다. 강팀 바르셀로나에서 덜 유명한 팀으로 이적한 그의 선택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자신이 축구를 더 즐길 수 있고 가치를 찾을 수 있는 선택을 했지 싶더라. 용기가 필요한 선택이었다. 연기를 하면서도 그런 태도를 가지고 싶다.
김우겸이 생각하는 연기란 연기는 나 스스로 나를 공부하는 일 같다. 내 안의 다양한 모습을 내가 찾고 내가 몸소 경험해야 한다. 아직까지 너무 어렵지만 그걸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
심사위원 추천사
거두절미하고 내일이 궁금한 배우다. 오디션이란 짧고도 불편한 장소에서도 자신의 매력을 온전히 전달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스킬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무기인 솔직함과 편안함을 가지고 있어서라고 본다. 계속해서 기술을 넘어서는 감정으로 관객의 마음을 가져가길 바란다. _김성훈 감독 <끝까지 간다> <터널>
단편영화 2015 <꿈 속의 그와 한번 더> 2014 <뿔> 제14회 대한민국청소년영화제 최우수연기상 수상 연극 2015 <겨울맥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