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신인배우] 유병용 -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2017-08-30
글 : 정지혜 (객원기자)

유병용은 어수선한 스튜디오 대신 야외 테라스로 인터뷰할 자리를 잡았다. 낯을 가리는 성격인 데다 자신을 향한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아직은 조금 어색하고 부담스러운 듯했다. 여름 햇살에 땀이 좀 나면 어떠랴. 등나무가 만들어준 그늘 아래서 유병용은 차분하고 진지하게 자신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고르며 대화에 집중해나갔다. 수원의 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로 커피를 만드는 일을 한다는 그는 오늘 인터뷰를 위해 기쁘게 달려왔다. “오디션 합격 소식에 카페 사장님이 어찌나 좋아하시던지. 어제도 올해 최고 매출을 올렸다고 하시며, <씨네21>에 내가 나오면 그 호를 사 카페에 비치해둘 거라며 응원해주셨다.” 187cm의 큰 키에 연갈색 빛이 도는 눈동자로부터 시작되는 서글서글한 마스크. 어딜 가도 눈에 띄지 않을 수 없는데도 유병용은 누구 앞에 일부러 나서기보다는 가만히 지켜보는 사람 같았다.

오디션 사람엔터테인먼트 배우들의 활동과 회사의 지향에 관심이 많아서 그동안 꾸준히 살펴보고 있었다.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마침 사람엔터테인먼트가 경기콘텐츠진흥원, <씨네21>과 공동으로 주최하는 오디션이 있다는 소식을 친구를 통해 알게 됐다. 그 친구도 2차 오디션까지 붙었던지라 최종 합격 소식에 기쁘면서도 미안했다. 오디션 때 지정 연기를 하는 게 쉽지는 않았는데 첫 문장을 외우고 임팩트 있게 갔다. 그 뒤로는 큰 틀 안에서 꾸밈없이 연기를 해나가려 했다. 진심으로 접근하면 알아주시지 않을까 싶었는데 운이 좋았다.

연기의 시작 고교 시절 진로 고민을 할 때였다. 친구가 연기 수업을 들으러 간다기에 따라갔다가 연기에 빠졌다. 지금보다 훨씬 숫기 없고 내성적이던 때였는데 조명 아래서, 사람들 앞에서 자신감을 갖고 뭔가를 하고 있는 친구가 멋있어 보였다. 좀더 밝은 성격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나도 한번 그 수업을 들어보자 싶어 시작했다. 정말 재밌었다. 그 뒤 연극학과에 들어가 연기 공부를 시작했다.

유병용은 ‘무난, 평범, 차분’하다는 얘길 많이 듣는다. 그 틀을 깨고 싶어서 성격도 밝아지려고 노력했는데 생각을 달리해봤다. 그런 수식어들이 나의 색깔일 수 있겠더라. 친구들 얘기를 들어주길 좋아하고 나 나름의 방식으로 포용하려는 편이다. 내 연기 역시 그런 면이 있지 않을까. 그게 내 연기의 색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내 인생의 영화 고등학생 때 처음 본 <타이타닉>(1997). ‘순간을 소중히’라는 잭 도슨(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대사가 내게 지금까지도 삶의 큰 지침이 돼준다. 해병대에서 군 생활을 하던 당시 <타이타닉>의 국내 재개봉 소식을 듣고 휴가를 내 극장을 찾았을 정도다. 그 영화를 보며 내가 느낀 큰 울림을 누군가에게 전달할 수 있는 배우가 된다면 좋겠다.

함께 작업하고 싶은 감독 이준익 감독님의 작품을 좋아한다. 오디션 3차 때 지정 연기가 <동주>(2015)의 윤동주(강하늘)였던 건 운이 좋았다. 또 이번 심사위원 중 한분이었던 김성훈 감독님과도 꼭 작업해보고 싶다. <끝까지 간다>(2013) 때 단역 오디션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결국 흐지부지된 적이 있어서 더더욱.

롤모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님. ‘님’이라고 꼭꼭 붙일 정도로 닮고 싶은 배우다. 그의 작품을 볼 때마다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등장해 놀라울 뿐이다. 게다가 환경운동가로서 활동하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한국 배우 중에 내가 지향하는 이상적인 배우는 박해일 선배다. 꼭 작품에서 뵐 수 있길. 한 가지 모습에 얽매이지 않고 다채롭게 연기하고 싶다.

유병용에게 연기란 놀이.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어 하는 일을 업으로 삼을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촬영장이 즐거운 놀이터라는 생각으로 임하겠다. 그러면서도 하루에 한번씩 어떤 게 옳고 더 좋은 연기일까를 생각한다. 배우로서 나는 아직 경험이 전무한 상태이지만 성숙한 배우가 돼야겠다.

심사위원 추천사

가장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여준 배우다. 탁월한 외모라기보다는 유머러스한 면과 인간적인 매력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연기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다양한 인물을 연기할 수 있는 깊이와 너비를 키워가길 바란다. _심재명 명필름 대표

단편영화 2017 <스치다> 2017 <청춘열차> 2016 <거꾸로 걷는다> 2016 <독> 2016 <라이트 모티브> 2016 <색청> 2016 <오.씨: 우리의 선택> 2016 <쥬다스> 2015 <몽마> 2015 <코드> 연극 2014 <서민귀족> 2011 <우리집 식구는 아무도 못말려> 음악 2016 앨범 《라이트모티브》 중 <신기루> <오아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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