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야마 마사하루는 부족한 구석이 없어 보이는 남자다. 키 크고 잘생기고 가수와 배우로서 모두 성공을 거둔 그는 20년 넘게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연예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주연을 맡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가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으면서 세계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필모그래피까지 갖게 됐다. 그의 대표 캐릭터가 반듯한 의대생 아들(드라마 <한 지붕 아래>(1993)), 천재 물리학 교수(드라마 <갈릴레오>(2007)) 그리고 일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위인 사카모토 료마(드라마 <료마전>(2010))인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완벽한 이미지의 후쿠야마 마사하루가 유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에 출연할 때 격랑에 휩싸인다. 산부인과에서 아기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몇년이 흐른 후에야 알게 된 아빠 료타를 연기한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 이어 <세 번째 살인>에서 그는 살인범 미스미(야쿠쇼 고지)의 이야기에 점차 동요하며 평정심을 잃는 변호사 시게모리를 연기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현장은 그가 이전에 경험했던 작품과 달랐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가 완성되기도 전부터 감독과 <세 번째 살인>에 대해 의논했다는 그는 시나리오가 연이어 수정되는 과정을 지켜봤고, 현장에서 대사가 바뀌는 일도 부지기수로 겪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이 작업을 “마치 라이브 콘서트를 하는 것처럼 흥분되고 즐거웠다”고 말한다. “현장에서 바뀌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캐릭터의 60~70%만 준비했다. 나머지는 촬영 당시 느낀 상대배우의 분위기, 감독의 지시에 따르며 완성해갔다.” 그 결과 <세 번째 살인>은 미스미와 시게모리가 접견실에서 마주보는 이미지만으로 압도적인 긴장감을 이끌어낸다. “치밀하게 계산한 연기가 아니었다. 야쿠쇼 고지의 육체를 통해 미스미의 대사와 표정이 발현될 때마다 내 안에서 일어나는 솔직한 감정을 즉각 보여줄 수 있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와 두번의 작업을 거치면서 후쿠야마 마사하루의 연기는 더 깊어지고 있다. 여러모로 ‘다 이룬 자’로 보여서 도대체 어떤 고민이 있을지 궁금하다는 질문에 “방금 케이크를 세 조각 먹었는데 엄청 후회하고 있다. 두 조각만 먹었어야 했다”고 진지하게 대답했다. 그것이 고민의 전부냐고 되묻자 잠시 생각에 잠긴 그는 이런 속내를 드러냈다. “사실 연기나 음악을 하면서 항상 괴롭다.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스스로에게 기대를 걸기 때문이다. 나는 죽을 때까지 이 기대치를 넘어설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괴로움을 안고 사는 삶이 즐겁기도 하지만 편하지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