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올해 처음 신설된 VR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아르덴즈 웨이크>는 펜로즈 스튜디오 대표인 유진 청 감독의 작품이다. 그는 픽사 스튜디오와 VR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 오큘러스를 거치며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픽사 출신 작가와 애니메이터들을 규합해 2013년 펜로즈 스튜디오를 창립했다. 창립작 <로즈앤아이>를 제외하고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소개된 <알루메뜨>와 <아르덴즈 웨이크>가 이곳의 대표 성과다. 한국계 미국인인 그는 “부모님이 내 성장과정에서 보여준 희생과 사랑처럼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킬 주제를 다룬 이야기를” VR 기술과 결합해 영화를 완성했다고 말한다. 구름 속 환상의 나라에 사는 소녀에게 찾아온 비극적인 사건에서 시작하는 <알루메뜨>와 바다 한가운데 사는 부녀의 모험담 <아르덴즈 웨이크> 모두 스톱모션, 클레이애니메이션으로 의자에서 일어나 선 상태로 고개를 사방으로 돌려가며 프레임의 상단이 아닌 관객의 눈높이에 위치한 풍경을 앉아서 올려다보거나 위에서 내려다보는 게 가능하다. “바라보는 대상이나 풍경이 시선 아래에 위치하면 마음이 안정되는” 심리와 VR의 특징을 접목했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영상과 눈의 거리감을 밀리미터 차이까지 세심하게 조정해가며 디자인했다”.
유진 청 감독이 <아르덴즈 웨이크>로 세상을 놀라게 한 이유는 또 있다. 그는 작품의 완성도뿐만 아니라 VR 소셜 플랫폼인 ‘마에스트로’를 자체 개발해 애니메이터들이 가상현실에서 함께 작업할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냈다. “10년 전에 누군가가 이런 기술을 언급했다면 난 믿지 않았을 거다.” 그만큼 빨리 변해가는 기술의 진화 앞에서도 그는 “그렇다고 영화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명하게 말한다. 실은 그가 영화의 미래보다 더 고민하는 것은 “VR 세계 안에서 우리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라는 물음이다. 미래에도 사람이 사람답기 위해, 그렇게 만들어줄 스토리텔링을 고민하는 것. 바로, 펜로즈 스튜디오의 설립 목적이자 그가 생각하는 VR 영화의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