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①] 과학도시라는 지역적 특성을 살려 첨단영상산업의 메카를 꿈꾼다
2017-12-13
글 : 김현수| 사진 : 최성열|
[대전①] 과학도시라는 지역적 특성을 살려 첨단영상산업의 메카를 꿈꾼다

대전시가 영화의 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준비를 하기 시작한 것은 몇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 산하 대전영상위원회(이하 대전영상위)에서는 2005년부터 대전영화촬영스튜디오라는 이름으로 두개의 촬영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었고 2013년에는 스턴트 액션과 수중촬영 등이 가능한 시설을 중심으로 액션영상센터를 신설해 운영 중이었다. 그런데 이곳 대전영상위 스튜디오 바로 옆에 2017년 9월 개관해 운영 중인 한국콘텐츠진흥원 산하의 대규모 영상 제작 스튜디오인 스튜디오 큐브가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되었다. 특수촬영 중심으로 운영되던 액션영상센터와 스튜디오 큐브는 타 지역 영상위나 스튜디오에서는 지원하지 않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뒤이어 자세하게 설명할 수중촬영 하우징 기술 개발, 스마트 와이어 기술 개발 등이 대전영상위가 주관하는 여러 제작 지원사업의 성과로 최근 주목받고 있는 사업이다. 스튜디오 큐브 역시 출범 당시에는 잡음도 많았고 꽤 오랫동안 지지부진한 준비과정을 겪었지만 오픈과 동시에 2017년 촬영 스케줄이 모두 예약되었을 만큼 필요성을 인정받고 있다.



잘 알려졌다시피, 대전은 지역적으로 30여개의 정부 출연 기관이 모여 있는 대덕연구단지를 보유하고 있는 과학도시다. 대전시에서는 이러한 지역적 특성을 영상산업과 어떻게 매칭시킬지를 오랫동안 고민했다. 고상우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 전략사업팀장에 따르면, “2009년 당시에는 콘텐츠진흥원 산하에서 드라마타운이라는 이름으로, HD 시대를 열어갈 촬영 시스템을 제공하자는 취지로 준비했지만 금세 UHD 시대를 맞이하는 등 당시 사업계획이 계속 유효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방향을 선회해 영화까지 내다보게 된 것이고 스튜디오 큐브의 조성계획이 수립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거기에 더해 대전영상위에서는 이런 촬영집적시설과 연계할 수 있는 특수영상산업 육성을 준비해왔고 액션과 아쿠아 스튜디오를 보유한 액션영상센터를 건립해 운영 중이다. 지금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시각특수효과(VFX) 분야의 특수촬영에까지 시야를 확장하고 있는데 그것 역시 과학도시 대전의 특수성을 살린 결과다.



대전영상위가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는 제작 시설은 각각 350평과 200평 규모의 대전영화촬영스튜디오와 액션 스턴트 전용 훈련시설인 액션스튜디오, 그리고 수중촬영 전용시설인 아쿠아스튜디오다. 기존에 운영하고 있었던 드라마타운에서 이름과 시스템을 바꿔 올해 새롭게 개관한 스튜디오 큐브는 이보다 좀더 규모가 큰 형태로 600평, 1천평, 1500평 규모의 스튜디오, 1300평 규모의 야외 오픈 스튜디오 등 총 11개의 촬영스튜디오가 밀집되어 있는 시설이다. 이곳에서 대전시는 과학과 영상산업의 융·복합이 창출해낼 새로운 영상도시의 꿈을 키우고 있다.



만약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하는 제작자가 이곳 대전에서 촬영하길 원한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기술적 혜택을 누릴 수 있을까. 가장 먼저 영화인들이 접하게 될 기술은 실제 영화에 활용될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사업인 ‘대덕밸리 인프라연계 융합기술개발 지원사업’에서 개발한 기술들이다. 대전시는 현재 ‘리모트컨트롤 수중촬영장비’와 ‘게임엔진 기반 프리비즈 시스템’ 그리고 ‘스마트 플라잉 시스템’등을 개발해 실제 촬영에 접목하고 있다. 리모트컨트롤 수중촬영장비는 2015년에 수중용 ‘2축 리모트 헤드’가 개발되었고, 2016년에는 현재 영화, 드라마 촬영용 모든 카메라에 장착이 가능한 ‘리모트컨트롤 수중하우징 5종과 크레인에 부착이 가능한 L자형 브라켓’이 개발되었다. 드라마 <도깨비> <역도요정 김복주> <란제리 소녀시대> <블랙>, 영화 <악녀> <군함도>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임금님의 사건수첩> <지금 만나러 갑니다> <신과 함께-죄와 벌> <7년의 밤> 등에서 이 기술들을 활용했다. 올해에는 한국콘텐츠진흥원 문화기술 연구개발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리모트컨트롤 수중촬영장비를 수중과 육상에서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가변형 크레인’ 개발을 후속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박찬종 대전영상위 위원장은 “촬영기술에 대덕연구단지의 기술을 활용함으로써 제작사 입장에서는 영화 제작에 필요한 기술 개발을 지원받고, 기술을 보유한 회사는 보유 기술의 수요처를 확보하거나 홍보할 수 있는 상호 윈윈 전략”이라고 말한다. 한 가지 더, 현재 개발 중인 ‘스마트 플라잉 시스템’은 대덕연구단지의 모터 기술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최근까지 실제 액션 스턴트팀이 이 기술을 영화, 드라마 촬영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지 테스트하고 있다. 만약 이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이제 촬영현장에서 배우나 스턴트 배우들이 와이어에 매달려 고난도 액션을 연기할 때 인력을 동원해 줄을 잡아 끄는 모습은 볼 수 없을지 모른다. 안정성이 뛰어난 모터가 마치 사람이 직접 잡아끌 듯 정교하고 안정적으로 와이어조 종을 할 수 있다.



또한 대전영상위는 스튜디오 큐브보다 작은 평수의 촬영스튜디오의 활용 방안을 계속 고민해왔다. 이것 역시 대전만의 기술로 해법을 찾고 있는 중이다. 대전시가 추진 중인 ‘특수영상 인프라 운영 및 활성화 사업’은 대전영상위가 보유하고 있는 특수영상 시설 및 장비를 활용해 영상을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일례로 36대의 카메라가 동원되는 모션어날리시스사의 모션캡처 시스템은 이를 기반으로 한 ‘게임엔진 기반의 프리비즈 시스템’까지 개발된 상태다. 이는 가상인물이나 가상공간을 활용하는 영화, 드라마 제작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시스템이며, 올해 CGV의 스크린X 특수상영관 홍보용 멀티플랫폼 단편영화 <공간소녀>의 제작에 활용된 바 있다. 대전시는 기존 촬영스튜디오를 이러한 기술을 이용할 수 있는 일종의 전용 스튜디오로 전환할 계획을 추진 중이다. 대전시는 지역적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첨단 영상기술 메카를 꾸리기 위해 의미 있는 첫 걸음마를 이제 막 떼기 시작했다. 대전에서 완성한 새로운 한국 SF영화의 탄생을 기다릴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