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롯데엔터테인먼트의 활약은 놀라웠다. 신인감독을 앞세운 <청년경찰>(560만명)과 <보안관>(258만명)은 손익분기점을 훌쩍 넘어 관객의 마음을 훔쳤고, 최근 개봉한 <신과 함께-죄와 벌>은 한국영화 최초로 두편의 블록버스터를 동시 제작한다는 야심찬 기획으로 주목받았다. 제작비의 몸집을 늘리기보다 목표와 방향성에 대한 내실을 다지고, 기존의 제작 방식에서 탈피한 새로운 형식을 고민한다는 전략은 최근 몇년간 부진했던 롯데엔터테인먼트의 돌파구가 됐다.
-2017년 롯데의 행보를 자평한다면.
=힘들었다. (웃음) 근래 몇년 사이 가장 큰 성과를 낸 한해였지만 영화의 장르나 내용에 있어 새롭고 도전적인 시도를 하면서 위험부담도 컸다. 예를 들어 <보안관>은 ‘아재’와 ‘로컬’이라는, 다소 촌스럽고 지방색이 강한 영화에 도전한다는 의미가 있었고, <청년경찰>역시 최근 충무로에서 사라진 청춘영화를 만든다는 위험이 있었다. 개봉을 앞둔 <신과 함께>는 두편을 동시 제작한다는 결정, 판타지 장르에 본격적으로 도전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품이다.
-올해 가장 주목받았던 롯데의 영화, <청년경찰>과 <보안관>은 신인감독의 작품이었다. 올해 롯데의 라인업을 보면 이른바 ‘빅 네임’, 너무 잘 알려진 감독의 작품보다는 발굴의 의미가 큰 것 같다.
=이건 농담인데, 물론 우리도 ‘빅 네임’ 감독들과 작업하고 싶다. (웃음) 하지만 작품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잘 알려진 감독들과의 협업만 지향하는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한계가 있다. 젊은 감독들과 작업해보니 지난 10, 20년간 충무로를 이끌어왔던 ‘빅 네임’ 감독들과는 다른 새로운 감각과 영상언어를 가진 세대라는 생각이 든다.
-올해는 메이저 투자·배급사의 텐트폴 영화가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반면, <청년경찰> <범죄도시> <아이 캔 스피크> 등 중급영화들의 선전이 돋보였다. 이 결과를 어떻게 보나.
=갈수록 자신의 개성과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자신 있게 선택하는 관객이 많아지고 있다. 또 롯데의 영화는 아니지만 <범죄도시>의 흥행을 보면 이제는 여러 마리 토끼를 좇는 영화보다 한 마리 혹은 두 마리의 명확한 토끼를 잘 좇는 영화들이 흥행에 성공하고 있는 것 같다. 자칫 먹을 것 없는 호텔 뷔페보다 국수든 국밥이든 한 가지를 명확하게 잘하는 작은 맛집이 사랑받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동안의 롯데 영화는 타사의 작품에 비해 ‘한국영화답다’는 느낌이 강했다. <신과 함께-죄와 벌>은 무국적인 배경과 캐릭터가 인상적이었고, 해외 103개국에 선판매됐다. 글로벌 콘텐츠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최근 글로벌 콘텐츠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12월 18일 <신과 함께-죄와 벌> 프리미어 시사에 맞춰 아시아 7개국 50여개 매체가 한국에 왔다. 할리우드영화는 액션과 그래픽만 넘쳐나는데 이 작품은 아시아 관객이 공감 가능한 이야기가 있어 새롭다는 반응이 많았고 그로부터 큰 힘을 얻었다. 그동안 영화 콘텐츠는 상업적인 의미에서 한류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이 영화가 하나의 이정표가 되어준다면 충무로 전체에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싶고, 한국에서 몇백만 관객을 넘어야 손익분기점을 넘는다는 식의 패러다임도 변화하길 희망한다. 그런 의미에서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속편과 <타짜> 세 번째 영화를 준비 중이다. 이 작품들도 글로벌 콘텐츠로 삼기에 손색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롯데의 2018년 라인업을 한 문장으로 정의해달라.
=장르의 다양성. ‘이런 장르의 영화도 잘 만들면 될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다. 목표와 사이즈는 조금씩 다르지만 멜로, 휴먼, 성인, 드라마 등 각기 다른 방향으로 날이 선 영화를 선보이려 한다.
타사 라인업 기대작_ “CJ의 <공작>(감독 윤종빈)이 궁금하다. 워낙 영화가 좋은 분이라. 현재 촬영 중인 워너의 <인랑>(감독 김지운)도 어떤 작품으로 완 성될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