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공포영화⑤] <콰이어트 플레이스>를 참고한 영화들
2018-04-23
글 : 송경원
공포 제조법 5가지 ②
<허트 로커>

3. 귀로 보는 영화

심장 박동 소리까지 들린다. 캐스린 비글로 감독의 <허트 로커>(2008)는 서스펜스의 개정판 교본 같은 영화다. 폭발물 제거반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는 전쟁과 긴장에 중독되어가는 인간의 심리를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히치콕의 서스펜스가 정보의 격차에서 발생하는 결과물이라면 <허트 로커>는 극도의 긴장이라는 감각을 고스란히 체험시키는 효과에 가깝다. 비밀의 열쇠는 바로 사운드. 제한된 시점과 사실적인 사운드, 답답한 숨소리로 쌓아나가는 긴장감은 전장 한복판에 놓인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전장의 생생함을 화면으로 구현한 영화들은 대개 리얼한 사운드 디자인에 공을 들이기 마련이다. 피터 버그 감독의 <론 서바이버>(2013)는 탁 트인 공간의 이명이나 착탄음까지 다르게 표현하며 사운드의 사실감을 극대화했다. 이들 영화의 공통점은 음악 등 내러티브 바깥의 사운드를 줄여 작은 소리마저 생생하게 재현하는 데 있다. 특히 완전한 침묵을 활용하는 방식은 침묵이야말로 가장 스펙터클하고 비현실적인 사운드라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한다. <콰이어트 플레이스>의 사운드 디자인의 기본은 이들 영화와 마찬가지로 귀로만 들어도 충분히 이해되는 상황에 있다.

4. 괴물이 주인공이 아닌 괴물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괴물에 대한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가 괴물을 다루는 방식은 크리스티안 니비 감독의 <괴물>(1951) 등 1950년대 미국 SF호러를 연상시킨다. 괴물의 정체와 배경에 대해서는 미지의 존재로 남겨두지만 이를 해소하고 물리치는 방식은 나름의 합리적인 근거와 과학에 기반하고 있다. 앵무조개에서 착안했다는 <콰이어트 플레이스>의 괴수 디자인은 소리를 잘 듣는 괴물이라는 아이디어를 충실하게 시각화한다. 존 크래신스키 감독은 코미디를 사랑해왔고 호러나 스릴러는 그의 주특기가 아니었다. 하지만 <콰이어트 플레이스>의 시나리오를 보고 단번에 반해 직접 각본 작업에 참여했고 급기야 아내 에밀리 블런트의 조언을 따라 감독까지 맡았다. “미국적인 향수가 느껴지는 영화가 되었으면 했다”는 존 크래신스키 감독의 바람대로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괴물이 등장하는 호러영화를 자양분으로 구성된 영화다. “<죠스>(1975), <에이리언>(1979), <악마의 씨>(1968) 같은 고전 명작은 물론 <맨 인 더 다크>(2016), <겟 아웃>(2017) 등 최근 영화들이 공포를 어떻게 발생시키는지를 관찰했다.”

<클로버필드>

5. 이야기와 사운드의 여백을 즐겨라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존 크래신스키의 손에서 이야기가 나온 뒤 겨우 다섯달 만에 만들어진 영화다. 워낙 컨셉이 뚜렷한 아이디어였기에 대본대로 촬영했고 찍은 후 쓰지 않은 화면이 거의 없었을 정도였다. 조밀한 서사가 가능했던 건 역설적으로 너무 많은 걸 설명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존 크래신스키 감독은 처음에는 이야기에 빈칸 없이 모든 걸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관객의 수준을 함부로 짐작하고 맞출 필요없다. 관객은 어려운 영화를 즐긴다”는 마케팅 부서의 조언을 듣고 지금의 방향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배경 스토리는 나만 알고 있어도 된다. 그저 가족이 처한 위험에만 집중하고 이를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우리는 이와 비슷한 영화들을 이미 알고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우주전쟁>(2005)에서 외계침공을 당한 평범한 가족에만 초점을 집중한다. 맷 리브스 감독의 <클로버필드>(2008)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관객을 상황 한가운데에 던져놓고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는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이야기의 여백은 관객의 상상과 호기심으로 채워져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낸다. <콰이어트 플레이스>의 프리퀄이 나온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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