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전주국제영화제③] <워크숍> <아이스크림과 빗방울> <길 잃은 드라마> 外
2018-05-02
글 : 임수연
<씨네21> 기자들이 가려뽑은 추천작 20편

<워크숍>

The Workshop 로랑 캉테 / 프랑스 / 2017년 / 113분 / 마스터즈

남부 프랑스 라 시오타의 한 마을, 실업 상태의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한 사회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유명 스릴러 작가 올리비아의 스릴러 소설 쓰기 워크숍이 열린다. 다양한 일종, 각색의 배경을 가진 인물이 함께 브레인스토밍을 하며 플래시백 사용, 공간 설정 등에 대해 논의한다. 이곳에서 10대 백인 남성 앙투안은 온갖 잡음을 만드는 문제적 인물이다. 앙투안은 인종차별적이고 여성혐오적인 발언을 일삼으며 분위기를 어지럽힌다. 하지만 앙투안이 직접 쓴 소설, 정치적 목적이 아닌 오롯이 살인 욕망 때문에 테러리스트가 된 인물을 영웅처럼 그린 작품을 직접 읽어줄 때 올리비아는 오히려 호기심을 느낀다. 앙투안을 두려워하는 동시에 스릴러 소설 작가로서의 재능도 갖춘 그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올리비아는 그를 모임에서 쫓아내지만 몰래 그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고, 그가 우익 성향 비디오를 보며 총을 가지고 놀고 폭력에 집착한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올리비아는 앙투안에게 그 나이대 소년으로서, 자신의 작업에 관한 연구를 도와줄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 그리고 올리비아는 앙투안에 대한 또 다른 실험도 시작한다.

스릴러 소설에 대한 토론이 주를 이루는 전반부는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던 로랑 캉테 감독의 전작 <클래스>(2008)와 일부 유사한 면이 있다. 교실 내에서 벌어지는 관계를 흡사 다큐멘터리처럼 담아낸 이 작품처럼 <워크숍> 속 대담도 마치 실제로 벌어지는 일처럼 실감나는 디테일이 잘 살아 있다. 기본적으로 올리비아와 참가자들 사이에 계급 차이가 존재하고, 인종차별이나 노동운동, 실업 문제 등의 이슈가 대화에 자연스럽게 반영된다. 정말 스릴러가 되어버리는 후반부는 예상보다 더 장르적이다. 유튜브, 비디오게임 등 현대적 미디어의 영향을 받은 지금 시대에서 폭력성이 발현되는 과정을 신선한 방식으로 추적한다. <클래스>, <폭스파이어>(2012)를 연출한 로랑 캉테 감독의 신작으로 제70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받았다.

<아이스크림과 빗방울>

Ice Cream and the Sound of Raindrops 마쓰이 다이고 / 일본 / 2018년 / 74분 / 월드 시네마스케이프

열심히 연극 공연을 준비하던 젊은이들이 예상 관객수가 너무 적어 수익성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일방적인 공연 취소를 통보받는다. 이를 납득할 수 없는 배우들은 공연을 계속 이어나가려고 한다. 연습과 실전, 실제와 허구가 경계 없이 허물어지며 그들의 연기가 이어진 결과 실제 공연이 이루어졌어야 하는 곳에 다다른다. 공연 연습에서부터 텅 빈 공연장에서 열정적인 연기에 도전하는 대목까지 74분의 러닝타임이 단 하나의 숏으로 구성되어 있다. 비슷한 종류의 작품들이 눈속임을 활용하는 것과 달리 실제로 그렇게 촬영한 결과다. 예측 불가능한 루트로 공간을 누비고 자유롭게 시간을 압축시키며 관객의 호기심을 이끌어내는 가운데, 꽤나 긴 호흡의 연기를 집중력 있게 보여준 신선한 배우들의 호연이 인상적이다. 예술을 향한 청춘의 겁 없는 열정은 영화가 담은 내용인 동시에 작품을 만든 중요한 방식이다. 14~17살 정도의 배우들을 오디션을 통해 전공자부터 연기 비경험자까지 두루 선발했다. 이중에는 힙합 가수 모로하(MOrOHA)도 캐스트의 일원으로 등장하는데, 그들의 라이브가 사실상 O.S.T 역할을 하는 구성이 흥미롭다. <아프로 다나카>(2012), <재패니스 걸스 네버 다이>(2016) 등에 이어 또 한번 청춘의 이야기를 다룬 마쓰이 다이고 감독의 신작이다.

<길 잃은 드라마>

The Wandering Soap Opera 라울 루이즈, 발레리아 사르미엔토 / 칠레 / 2017년 / 80분 / 스페셜 포커스

라울 루이즈는 칠레 출신이지만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 각국에서 경력을 쌓았다. 그렇게 반외부자가 된 그가 과거 칠레가 가진 정치사회적 상황을 감독 특유의 초현실주의적 방식으로 담아냈다. 50여년간 100편 가까이 되는 작품을 연출하며 다양한 영화적 실험을 해온 라울 루이즈 감독이 택한 재료는 tv드라마다.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의 16년 독재가 끝났던 1990년 당시 촬영됐던 <길 잃은 드라마>는 8편의 tv드라마 에피소드가 뚜렷한 연관성 없이, 갑작스럽게 전개를 바꾸기도 하며, 마치 일련의 꿈처럼 연결되어 있다. 그 결과 상투적으로 여겨지던 tv드라마 특유의 과장된 톤은 혼란스러운 칠레 상황을 은유하는 독창적인 재료가 된다. 2011년에 작고한 라울 루이즈 감독의 오리지널 시나리오에 근거해 라울 루이즈 감독의 미망인 발레리아 사르미엔토가 편집해 미완의 작품을 완성시켰다. 그 결과 부부가 함께 공동 연출에 이름을 올렸다.

<허리케인>

Team Hurricane 아니카 버그 / 덴마크 / 2017년 / 95분 / 프론트라인

펑크가 영화로 태어나면 이 작품이 되지 않을까. 덴마크의 여덟 펑크 소녀의 일상과 고민을 담은 <허리케인>은 내용뿐만 아니라 형식 면에서도 급진적이다. 컬러풀한 색감을 기본으로 하면서, 인스타그램에 올릴 법한 현대적 감성의 영상이 나오다가 거의 옛날 홈비디오 같은 화면이 이어진다. 거의 푸티지영화만큼 날것의 핸드헬드 촬영이 많고, 초점이 날아가기도 하며, 극도의 익스트림 클로즈업도 난무한다. 갑자기 <포켓몬스터> 캐릭터 피카츄나 일본의 성인용 애니메이션이 과감하게 삽입되기도 한다. 화면비나 화질의 균일함, 정교한 미학을 의도적으로 부수는 이 작품은 10대 소녀의 초상을 잘 담아낸 여성영화이기도 하다. 거식증부터 자기 파괴, 섹스에 관한 소녀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낸다.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 비평가 주간 섹션에 초청됐고, 이탈리아의 예술영화극장협회 중 하나인 필름 버프 심사위원단이 가장 혁신적인 영화에 수여하는 베로나 영화클럽상을 받았다.

<제멋대로 떨고 있어>

Tremble All You Want 오오쿠 아키코 / 일본 / 2017년 / 117분 / 시네마페스트

요시카는 한번도 남자를 사귀어본 적이 없다. 그런 그가 학창 시절부터 남몰래 10년이나 좋아했던 동급생 이치(이치하라의 애칭이다. ‘이치’는 일본어로 1을 의미한다)와, 현재 다니는 회사에서 자신에게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니(‘이치’에 대응하는 의미로 요시카가 연락처에 저장한 이름. 일본어로 2를 의미한다) 사이에서 고민한다. 이치가 요시카에게 ‘타고난 왕자님’으로 인식되는 이상향이라면, 니의 저돌적인 구애는 너무 지질해서 종종 부담스럽다.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와 자신을 좋아해주는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성의 심리를 그린 밝고 경쾌한 로맨틱 코미디지만, 한 여성이 타인과 소통하는 법을 배워가는 성장담이기도 하다. 지루할 틈 없이 빠른 호흡으로 전개되는 가운데 뮤지컬영화의 요소를 섞는 등 감독의 개성이 녹아 있다.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의 와타야 리사가 2010년 출간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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