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읽다가 이 책이 너무 좋아서 행복감으로 충만한 경험이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7월의 <씨네21>의 책장에는 정말이지 ‘좋은’ 소설들이 꽂혔다. 김금희의 첫 장편소설 <경애의 마음>은 한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경탄하며 읽었다. 마음의 자리를 찬찬히 들여다보면서도 디테일한 캐릭터로 이야기를 장악한다.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로 신동엽문학상을, <너무 한낮의 연애>로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한 김금희의 다음 소설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김봉곤의 소설집 <여름, 스피드>에는 6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모두 연애 소설이고 어느 계절의 시간을 독자가 함께 겪게 만든다는 점에서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떠오른다. 이탈리아 여름의 햇빛 속에서 서로의 이름을 달콤하게 불렀던 연인들의 목소리를 <여름, 스피드>에서도 체감할 수 있다. 그레이스 페일리의 <마지막 순간에 일어난 엄청난 변화들>은 독특한 리듬감을 지닌 소설집이다. 엥, 이게 끝이야? 엥? 이렇게 시작해? 물음표로 시작되어 읽기 시작한 중·단편소설들은 하루키의 추천대로 '한번 빠져들면 이제 그것 없이는 못 견딜 것 같은 신비로운 중독성'이 있다. 다소 이기적이고, 여느 때에는 속물적이기도 한 주인공들을 묘사한 문체가 너무 현실적이라 이내 웃음이 난다. 제목부터 낭만적인 <달가림>은 동화 같은 러브스토리다. 팍팍한 현실에 치여 살던 주인공이 숲에서 신비로운 남자를 만나 그와 동화 같은 사랑을 하게 되는데, 현실과 극단에 위치한 풍경 속에서 사랑 이야기가 신비롭게 진행된다. 밤이 습하다. 더구나 길다. 이보다 완벽할 수 없는 소설들을 읽어야 할 여름이다.
씨네21
검색
<경애의 마음> <여름, 스피드> <마지막 순간에 일어난 엄청난 변화들> <달가림>
이어지는 기사
관련 영화
최신기사
-
[인터뷰] 배우의 역할은 국경 너머에도 있다 TCCF 포럼 참석한 네명의 대만 배우 - 에스더 리우, 커시 우, 가진동, JC 린
-
[인터뷰] ‘할리우드에는 더 많은 아시아계 프로듀서들이 필요하다’, TCCF 피칭워크숍 멘토로 대만 찾은 미야가와 에리코 <쇼군> 프로듀서
-
[기획] 대만 콘텐츠의 현주소, 아시아 영상산업의 허브로 거듭나는 TCCF - 김소미 기자의 TCCF, 대만문화콘텐츠페스티벌 방문기
-
[비평] 춤추는 몸 뒤의 포옹, <아노라> 환상을 파는 대신 인간의 물성을 보여주다
-
[비평] 돌에 맞으면 아프다, <아노라>가 미국 성 노동자를 다루는 방식
-
[기획] 깊이, 옆에서, 다르게 <아노라> 읽기 - 사회학자와 영화평론가가 <아노라>를 보는 시선
-
[인터뷰] ‘좁은 도시 속 넓은 사랑’,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개막작 <모두 다 잘될 거야> 레이 영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