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전 2년7개월 동안 만난 동우와 헤어지고, 한달 뒤 3년간 다닌 직장에서 해고됐다. 둘 다 일방적이고 잔인했지만, 특히 동우와의 이별은 후유증이 독했다.” 안 좋은 일은 늘 몰아서 찾아온다. 주인공 효주가 일하는 곳은 버스종합터미널 매표소. 동우는 효주에게 첫눈에 반한 경찰관이었다. 효주가 부모님이 안 계신다는 고백을 하고 나자 동우는 묘하게 그녀와 거리를 유지하기 시작했고, 결국 이별을 맞았다. 그러고 나서 다니던 직장에서도 문제가 생긴 것이다. 경유지를 착각해 버스를 잘못 탄 남자가 코뿔소처럼 아크릴 창에 머리를 들이박더니 대뜸 매표소 창구로 손을 집어 넣어 효주의 멱살을 잡은 일이 있었다. 효주는 쓰레기통을 남자에게 던졌고 쓰레기통 때문에 매표소 안 유리가 부서졌다. 그게 해고 사유가 되었다. 직장과 연애로부터 냉대받은 어느 날 전화가 걸려온 것이다. “어제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어요.” 효주는 외할머니의 존재를 알지 못했는데. 술이 덜 깨 외할머니가 없다고 화를 내는데 상대의 답변은 이렇다. “할머니가 서효주씨 앞으로 유산을 남겼어요.” 22년을 혼자 살았다. 이제 와서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외할머니 장례의 상주 노릇을 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유산이라는 말에 온몸이 움찔했다. 충북 제천시의 작은 마을. 할머니를 알던 노인들이 그녀를 맞아준다. 이장님은 묘한 경고를 남기는데, “느그 할머니 뒷산에는 절대 함부로 들어가지 마라”. 어단비 작가의 <달가림>은 이 숲에서 벌어지는 판타지를 담고 있다. 굴러간 모자를 잡으려다 대숲으로 들어서고, 거기서 무영이라는 남자를 만난다. 다섯 번째 밤, 달가림이 있기 전까지 잃어버린 그림자를 찾지 못하면 영원히 숲속으로 사라진다는 말에, 효주는 그의 탐색에 동행한다. 처음에는 그저 유산을 받을 생각이었지만, 효주가 결국 찾게 되는 것은 그 다섯밤이 끝나고서야 분명하게 알게 된다.
온도차
나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온도차가 느껴질 때마다 상대방의 온도를 내 온도에 맞추기 위해 끈질기게 사랑을 갈구했다. 그리고 그런 습관은 늘 이별의 불씨가 되었다. 대학교 때 만난 첫사랑 재준도, 두 번째 연인이었던 휴대폰 대리점 직원 선균도 나의 병적인 애정 결핍 때문에 모두 나를 떠났다. 하지만 동우는 특별했다.(1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