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여름 극장가 대격돌④] 김용화 감독의 <신과 함께-인과 연>, 전편과 무엇이 달라지고 무엇이 더 정교해졌는가
2018-08-01
글 : 김성훈
더 노련하게, 더 과감하게

“어디를 향해 걷는가~ 돌고 돌아가는 인생~ 우리의 길목엔 사연 많더라~.” <신과 함께-인과 연>에서 현동(정지훈)이 흥얼거리는 노래는 조용필의 <돌고 도는 인생>이다. 엄마는 자신을 낳자마자 세상을 떠났고, 아빠는 도박 빚 때문에 필리핀으로 잠적한 탓에 현동이는 할아버지 허춘삼(남일우, 전편에서 강림(하정우)과 병원에서 스치듯 마주친 노인)과 단둘이 살아가고 있다. 이제 막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가 인생을 알면 얼마나 알까 싶지만, 이 노래 가사만큼 <신과 함께> 시리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인연을 정확하게 비유하는 말도 없을 것이다. 회자정리(會者定離) 거자필반(去者必返)이라고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고, 떠난 사람은 반드시 돌아온다. 그러니 옆에 있을 때 잘하자는 얘기다. 마음처럼 쉽지 않지만.

<신과 함께> 2부가 ‘인과 연’이라는 부제를 달고 반년 만에 돌아왔다. 지난해 겨울 시장에서 개봉한 전편 <신과 함께-죄와 벌>은 가족과 효심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무기 삼아 무려 관객 1441만여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의 눈물을 훔쳤다. 그 결과 판타지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동시에 시리즈물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신과 함께-죄와 벌>이 한국영화에서 전무했던 공간인 저승 세계를 펼쳐내고, 강림(하정우), 해원맥(주지훈), 덕춘(김향기) 저승 삼차사를 포함한 등장인물들을 구축하는 데 상당한 공을 들인 덕분에 2부 <신과 함께-인과 연>은 전편에서 이어진 스토리로 곧바로 뛰어들 수 있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번 영화는 사건 전개가 무척 빠르고, 인물들의 감정과 드라마가 더욱 풍성해졌으며, 감독이 던지고 싶은 메시지가 모습을 명료하게 드러낸 시리즈라 할 만하다.

천년 전 그들에게 무슨 일이

<신과 함께-인과 연>은 저승과 이승 두 공간과 현재와 과거 두 시간을 각각 교차하며 전개된다. 전편에서 원귀가 된 김수홍(김동욱)은 49번째 귀인이 되어 저승으로 돌아온다. 군에서 보초를 서다가 후임 원 일병(도경수)이 실수로 쏜 총을 맞아 죽은 뒤, 원귀가 되어 이승에서 난동을 부리다가 저승 삼차사에게 붙잡힌 그다. 강림은 수홍이 귀인임을 증명하기 위해 재판에 나서려고 한다. 하지만 판관들은 수홍이 원귀고, 단순한 오발사고로 죽었기 때문에 재판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반대한다. 강림은 염라대왕(이정재)에게 수홍이 억울하게 죽임을 당했다는 사실을 차사직을 걸고 증명해 보일 테니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부탁하고, 염라대왕은 재판을 받는 49일 안에 이승에서 허춘삼이라는 망자를 데려오라는 조건을 내건다. 허춘삼은 진작에 저승에 올라와야 할 사람이지만, 집을 지키는 성주신(마동석)이 그를 보호하고 있다는 설명을 들려주면서 말이다. 그러니까 재판에서 수홍이 귀인임을 증명하고, 성주신의 철통같은 경비를 뚫고 허춘삼을 저승으로 데려와야 강림, 해원맥, 덕춘이 환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편 강림이 수홍을 데리고 재판을 받는 동안, 해원맥과 덕춘은 허춘삼을 저승으로 데려가기 위해 이승으로 내려간다. 하지만 성주신은 어린 현동의 유일한 보호자인 허춘삼을 쉽게 내놓을 생각이 없다. 그 과정에서 해원맥과 덕춘은 성주신이 자신들의 과거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현동이 초등학교 입학할 때까지만 기다려주는 조건으로 성주신에게 과거를 들려달라고 부탁한다. 성주신은 해원맥이 고려시대 북방경계지역을 호령한 장수 ‘하얀 삵(고양잇과 동물)’이었고, 덕춘은 고아들을 데려다 돌보다가 해원맥으로부터 도움을 받은 여진족 소녀였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번 영화는 원작의 저승편과 이승편 그리고 신화편을 재구성한 이야기다. 웹툰 <신과 함께> 이승편은 마을이 재개발을 앞두고 철거될 위기에 처하자 성주신이 부엌을 지키는 조왕신, 뒷간을 지키는 측신을 불러내 동현(영화에선 현동)과 그의 할아버지 김천규(영화에선 허춘삼)를 지키는 이야기로, 영화로 치면 현실에 해당한다. 성주신, 조왕신, 측신, 철융신(집 뒤터를 지키는 신으로, 원작에서 종종 등장한다) 등 여러 가택신들이 활약하는 원작과 달리 영화에선 성주신 하나로도 충분해 보인다. 웹툰에선 김천규 할아버지를 데리고 가기 위해 저승 삼차사 모두 이승으로 내려가는 반면, 영화에선 수홍의 재판을 변호하는 강림을 제외한 해원맥과 덕춘 둘만 이승으로 간다.

웹툰으로 연재된 저승편, 이승편과 달리 출판 만화로 출간된 신화편은 주호민 작가가 한국 신화를 재해석한 이야기로, <신과 함께>의 프리퀄에 해당한다. 그리고 신화편 1권의 차사전이 해원맥과 덕춘의 천년 전 사연에 해당한다. 김용화 감독은 고려 장수 해원맥과 여진족 고아 소녀 덕춘의 관계를 가져오되, 두 인물에 대한 세세한 설정들을 영화에 맞게 각색했다.

이처럼 저승과 이승, 현재와 과거라는 각기 다른 4개의 시공간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전개되는 과정에서 눈여겨봐야 할 인물은 시리즈에 처음 등장하는 성주신과 주인공 강림이다. 성주신은 현동과 허춘삼을 보호하는 가택신인 동시에 해원맥과 덕춘 두 차사의 천년 전 비밀을 쥐고 있는 열쇠다. 전편에도 등장하는 이번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는 고려 무사였던 것으로 보이는 강림이 눈밭에 누운 채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다. 화면 밖에 있는 누군가가 강림에게 “왜 우는 것이냐? 슬퍼서 우는 것이냐? 억울해서 우는 것이냐?”라고 묻지만 강림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한 채 꿈(혹은 기억)에서 깨어난다. 슬프든 억울하든 분명한 건 그때 그 일이 천년이 지난 지금까지 강림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조금 더 나아가 추측해보면 그 일은 강림이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건인지도 모르겠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강림에게 질문하는 그는 누구일까. 성주신이 하나둘씩 꺼내는 해원맥과 덕춘의 과거는 강림의 기억과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저승 삼차사는 어떻게 맺어진 인연일까. 누군가는 기억을 지우고 싶어 하고, 또 누군가는 기억을 되살리고 싶어 하는데 김용화 감독은 상반된 입장에 있는 인물들을 통해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을까. 스포일러 때문에 자세한 설명은 어렵지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바로 <신과 함께> 시리즈를 관통하는 메시지라 할 수 있겠다. 또 그것은 앞에서 언급했던 조용필의 노래 <돌고 도는 인생> 가사가 담고 있는 메시지와도 무관하지 않다.

“1부는 예고편일 뿐”

저승을 구현하는 영화의 시각특수효과(VFX)는 1부보다 노련하고, 그래서 더욱 과감하다. 총 6개의 지옥 중에서 수홍은 불의지옥, 폭력지옥, 살인지옥 세 군데로, 모두 전편에 비해 이질감이 적다. 특히 수홍과 강림이 저승을 지나다가 공룡들을 만나는 시퀀스는 <쥬라기 월드> 시리즈를 떠올리게 한다. 랩터, 모사사우루스, 티라노사우루스 등 여러 종류의 공룡들은 움직임이 자연스럽고 꽤 생생하다. 김용화 감독은 “초고를 쓰고 주변에 보여주자 한국 저승에 공룡은 다소 튀어 보이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었다. (웃음)”며 “하지만 할리우드영화에서 주로 등장하는 공룡을 한국영화에서 보여주는 것도 영화라는 매체가 충분히 시도할 수 있는 재미가 아닐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1부는 예고편일 뿐”이라는 감독의 말대로 2부는 작가로서 김용화 감독의 야심이 충만한 작품이다. <오! 브라더스>(2003), <국가대표>(2008), <미스터 고>(2011) 등 전작에서 보여준 화해와 용서 그리고 돌고 도는 인연에 대한 감독의 생각이 이번 영화에서 더욱 성숙한 인장으로 심어져 있다. 프랜차이즈로서 <신과 함께>는 웹툰을 뛰어넘어 서사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데 성공한 듯하다. 2부 마지막 장면에서 다음 시리즈를 짐작하게 하는 밑밥이 몇개 등장하는데 어떤 이야기가 계속 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지는 것도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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