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만 11개월에 달한 지난한 작업. 사실상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만 했던 작업. 그리하여 모든 것이 커다란 도전일 수밖에 없었던 프로젝트. 그 도전을 기꺼이 받아들인 김병서 촬영감독, 이목원 미술감독, 진종현 VFX 슈퍼바이저, 최지선 프로듀서에게 <신과 함께> 시리즈의 제작기를 들었다.
가보지 않은 길
1편과 2편의 동시 제작. 시각특수효과(VFX) 장면이 영화의 90%를 차지하는 판타지 대작. <신과 함께> 시리즈는 한국영화로는 전에 없던 시도를 한 작품이다. 스탭들에게도 여러모로 가보지 않은 길을 걸어가야 하는 작업이었다. <부산행>(2016)을 끝내고 <신과 함께>에 참여한 이목원 미술감독은 “레퍼런스가 없었고 거의 모든 것을 처음부터 창조해야 하는 작업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욕심이 났다”면서 호기심이 도전의식을 자극했다고 말한다. <신과 함께>의 공동제작사 리얼라이즈픽쳐스의 원동연 대표에게 시나리오 모니터를 부탁받았다가 합류한 김병서 촬영감독은 “워낙 새로운 시도라 덜컥 겁이 났다”고 한다. “시나리오에 설명된 VFX 장면들이 과연 가능한지도 궁금했고, 이걸 찍을 수 있을까 두렵기도 했다. 그런데 김용화 감독님이 앞으로 내가 연출을 하거나 작품을 할 때 <신과 함께>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될 테니 이 길을 함께 걸어가면 좋겠다고 하더라. 그때 용기를 냈다.” 가보지 않은 길의 끝에서 무엇을 만나게 될지 고대하면서 <신과 함께> 스탭들은 새로운 세계로 첫발을 내디뎠다.
협업의 중요성
<신과 함께>에선 팀별 협업이 중요했다. 프리 프로덕션 때부터 VFX팀을 중심으로 촬영팀, 미술팀 등이 손발을 맞췄다. 진종현 VFX 슈퍼바이저는 그 협업을 진두지휘한 인물 중 한명이다. “프리 프로덕션 기간엔 공간에 대한 컨셉, 세계관에 대한 컨셉 등을 이미지화 하는 작업들을 했고, 촬영감독과 프리 비주얼 작업도 꼼꼼히 했다. 피사체나 배경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촬영을 진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실제 촬영이 어떤 결과로 도출될지 사전 준비 작업을 철저히 해야 했다.” (진종현 VFX 슈퍼바이저) “대부분의 숏들을 미리 설계해놓고 현장에서 그걸 구현하는 방식으로 촬영을 진행했다. 세트를 실측하고 현장에 동원 가능한 촬영장비를 확인하고 여러 상황을 대입해 촬영 방식을 시뮬레이션하는 테크 비주얼 작업이 현장에서 많은 도움이 됐다.” (김병서 촬영감독) 세트를 지을 때도, VFX팀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제작하면 되는지 제작 범위를 알려주면 미술팀이 그 계획에 맞춰 세트를 짓는 식으로 일이 진행됐다. “김용화 감독님이 VFX에 대한 이해가 워낙 깊어서, 대부분의 과정이 체계적이었다”, “나는 고생한 게 없었다”는 말들이 이들의 완벽한 팀플레이를 보여준다.
공룡과 호랑이쯤이야
거대 인면어와 랩터, 티라노사우루스, 모사사우루스 같은 공룡들 그리고 호랑이까지. 2편에선 VFX팀이 새롭게 창조해야 하는 크리처들도 많았다. 진종현 VFX 슈퍼바이저는 “<미스터 고>의 경험을 비롯해 중국 판타지 대작 작업을 덱스터에서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동물 크리처에 관한 노하우는 내부에 많이 축적되어 있다”면서 “크리처 작업은 크게 힘들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호랑이의 경우, 서극 감독의 <타이거 마운틴>(2014)에서 주인공과 호랑이가 대결하는 장면을 이미 한번 작업한 적이 있다. 그때 감독님이 호랑이 캐릭터에 만족해하셨다.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신과 함께>를 했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다.” (진종현 VFX 슈퍼바이저) 호랑이뿐만이 아니다. <쥬라기 공원>에서 방금 튀어나온 듯한 공룡들도 이질감 없이 저승의 세계를 뛰논다.
세트로 지은 현동의 집
<신과 함께>의 7개 지옥은 불, 물, 철, 얼음, 거울, 중력, 모래라는 자연의 물성을 활용해 디자인되었다. 1편에선 지옥이 단지 배경이 아니라 하나의 캐릭터로 기능하도록 강조된 반면 2편에선 지옥 이외의 새로운 공간들이 부각된다. 그중 하나가 현동의 집이다. 이곳은 성주신이 보호 중인 어린 현동과 할아버지 허춘삼이 사는 집이다. 동시에 성주신과 해원맥, 덕춘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곳이다. 현동의 집은 철거촌 꼭대기에 위치한 오래되고 마당 딸린 집이어야 했다. 적합한 로케이션을 찾기도 힘들었을 뿐만 아니라, 긴 제작기간을 고려했을 때 통제 가능한 세트 촬영이 여러모로 효율적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그래서 현동의 집 전체를 세트로 지었다. 이목원 미술감독이 “개인적으로 가장 공들인 공간” 중 하나도 현동의 집이다. 오래되고 낡은 집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담는 것이 중요했다. “콘크리트를 깨서 마당에 깔고, 실제 철거촌에서 가져온 기와들을 지붕에 얹었다. 지금은 보기 힘든 유리문의 문양 때문에 촬영 협조를 받아 아현동 철거촌에서 문짝들을 떼어오기도 했다.” (이목원 미술감독) 미술팀이 집만 지은 것은 아니다. 놀랍도록 사실적으로 묘사된 재래식 화장실의 인분도 미술팀에서 만들었다. 성주신 마동석의 손에 묻은 인분은 바나나와 밀가루풀, 색소를 이용해 만든 것이라고.
더 넓은 세트장이 필요해
현동의 집을 비롯해 영화의 9할은 세트 촬영이었다. <미녀는 괴로워>(2006)의 제작부장을 시작으로 이후 김용화 감독과 함께 쭉 <국가대표>(2009)와 <미스터 고>(2013)에도 참여한 최지선 프로듀서는 세트 촬영이 많아 스탭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전한다. 현동의 집을 구현하기 위해 집 한채를 통째로 실내 세트에 짓다보니 더 넓은 세트장의 필요성도 느꼈다고 한다. “중국에 큰 세트장이 지어진다는 얘기가 있어서 중국 세트장에서 찍어야 하나, 그런 고민도 했다. 결국엔 시간과 비용과 효율을 따져 한국 세트장에서 찍었는데, 미술감독님이나 촬영감독님이 답답함을 많이 느꼈을 거다. 촬영이 진행되고 중반쯤에는, 그린매트로 둘러쳐진 좁은 세트장에서 반복해서 초점만 맞추던 포커스 풀러도 답답함을 호소했던 적이 있다. 포커스 풀러의 고충도 컸을 거다.” (최지선 프로듀서) 김병서 촬영감독은 조명팀의 고생도 대신 들려줬다. “마당까지 달린 집을 구현하기엔, 국내 세트장의 크기가 협소했다. 최대한 사실적인 느낌을 내려면 높은 곳에 주광을 설치해야 하는데, 세트에서 라이트를 칠 땐 천장의 높이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세트장 구석 한쪽 벽에 조명 크레인을 세워두고 찍기도 했다.”
천년 전 북방 설원의 배경은 노르웨이?
<신과 함께-인과 연>에선 강림, 해원맥, 덕춘의 과거가 드러난다. 저승 삼차사는 천년 전 고려시대를 살았던 인물이다. 고려의 여진 정벌 이야기가 2편에 새로 들어옴으로써 ‘천년 전 북방 설원’이라는 배경 또한 창조해야 했다. 천년 전 과거, 산속과 벌판에서의 전투 장면 일부는 경북 문경과 강원도 고성에서 촬영했다. 침엽수림이 높이 솟은 북방 설원 풍경은 배경 합성을 통해 완성됐다. “1편을 작업할 땐 지옥의 배경을 촬영하기 위해 몽골의 사막에 갔다. 2편 때는 북방 설원을 사실적인 공간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르웨이에 촬영을 하러 갔다. 노르웨이에서 찍은 설원을 천년 전 고려시대 장면에 활용했다. 어떤 장면에선 거의 노르웨이의 풍경을 그대로 합성하기도 했다.” (진종현 VFX 슈퍼바이저)영화에서 보여지는 고려시대 북방의 풍경이 실은 노르웨이의 풍경이라는 걸 눈치챌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두편이 하나의 연대기로 보이기 위한 촬영 컨셉
김병서 촬영감독은 “1편과 2편은 사뭇 다른 영화다. 그러한 두편이 하나의 연대기처럼 보여지려면 어떻게 촬영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1편은 시리즈의 입문서 같은 느낌이라, 시리즈의 세계를 전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게 다이내믹함을 살렸다. 더불어 장르적으로 쾌감을 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2부에선 농밀한 드라마가 펼쳐진다. 이승과 저승, 천년 전 과거와 현재가 계속해서 교차한다. 각 이야기가 분절되지 않게, 혼란스럽지 않게 이어지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다. 시공간마다 강하게 컨셉을 잡으면 오히려 위화감이 생길 것 같았다. 이승, 저승, 과거, 현재의 룩을 컨셉추얼하게 표현하는 대신 화면의 질감에 차이를 두려 했다. 특히 천년 전 과거 장면은 애너모픽렌즈를 사용해 찍었고, 그레인 작업을 통해서 다른 심도와 시계를 보여주려 했다. 플래시백으로 번쩍하고 강하게 인상에 남는 룩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로부터 전해듣는 생경한 옛날얘기지만 생동감 있는 화면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그 과정에서 박진영 컬러리스트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참고로 김병서 촬영감독은 <고고 70>(2008), <김씨표류기>(2009) 등의 촬영감독이자 조의석 감독과 <감시자들>(2013)을 공동연출하기도 했다.
제작비 350억원, 촬영기간만 11개월
1, 2편을 합친 순제작비는 350억원. 촬영기간은 10개월이 넘었다. 최지선 프로듀서는 <신과 함께>라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맡으면서 “긴 제작기간 동안 스탭들이 끝까지 에너지를 유지하도록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 자신의 큰 과제였다고 한다. “1부와 2부를 순서대로 찍은 게 아니라서 배우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그런데 배우들이 힘들어하면 스탭들도 힘들어진다. 모두가 지치지 않고 촬영을 끝마칠 수 있게 의욕을 불어넣는 게 프로듀서로 중요했다. 감사하게도 모두가 열의를 보였고, 하루하루 치열하게 일했다. 350억원의 제작비를 잘 운영하기 위해선 촬영을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중요했는데, 다행히 세트 촬영이 많아서 환경의 제약을 덜 받았다. 10개월 안에 무조건 찍어야 한다는 각오로 임했고, 최종적으로 계획했던 일정에서 한달 정도가 더 걸렸다.” 최지선 프로듀서는 1편이 잘돼야 2편까지 쭉 갈 수 있다는 생각에 “필사적으로 1편의 성공”에 매달렸고 그래서 “1편 개봉 직전이 정신적으로 가장 고비였다”고 한다. 1편의 성공은 스탭들 모두에게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을 실감하게 해주었다. 최지선 프로듀서는 말했다. “2편 개봉을 앞둔 지금은, 1편보다 2편이 조금 더 낫다는 얘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