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외화 빅5 ①] <아쿠아맨> 미리보기
2018-11-07
글 : 장영엽 |
[겨울 외화 빅5 ①] <아쿠아맨> 미리보기

냉정하게 말하면, 최근 DC 확장 유니버스를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제작진의 잦은 하차와 갈등, 세계관에 대한 오독, <저스티스 리그>와 같이 DC의 슈퍼히어로들이 총출동한 팀 무비의 흥행 부진은 마블과 함께 슈퍼히어로영화를 두고 건전한 대결 구도를 형성할 것이라 믿었던 DC의 역량에 의문을 품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DC 확장 유니버스에 희망이 남아 있다면, 그건 바로 <아쿠아맨> 덕분이 아니겠냐는 생각이다. 아직 마블조차 충분히 탐구해본 적 없는 바닷속 왕국을 주요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 <쏘우>(2004)와 <컨저링> <인시디어스>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론칭하고 <분노의 질주: 더 세븐>(2014)을 시리즈 사상 최고의 흥행작으로 만든 제임스 완이 연출을 맡았다는 점은 <아쿠아맨>에 이유 있는 희망을 걸게 한다.



<아쿠아맨>은 등대지기 아버지와 바닷속 왕국 아틀란티스의 여왕 사이에서 태어난 아서 커리(제이슨 모모아)의 모험담을 그린 영화다. 아서 커리는 DC 확장 유니버스 영화 중 <저스티스 리그>에 본격적으로 등장했는데, 슈퍼히어로 리그에 합류하기를 제안하는 브루스 웨인(배트맨)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하는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혼자일 때 가장 강하다는 말, 들어봤어?” 저스티스 리그로의 합류를 거절하며 브루스에게 건네는 이 말이야말로 아서 커리의 정체성을 한마디로 설명해준다. 그는 바다에도, 육지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하는 외톨이다. 소속감이 분명치 못하다는 데에서 오는 외로움과 고립감은 아서 커리를 영원한 아웃사이더로 만든다. “그는 자기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큰 관심이 없다. 하지만 대의에 의해 자신을 필요로 한다면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는 인물이다. <아쿠아맨>의 재미 중 하나는 자신이 어디에도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남자가 필요에 의해 떠나는 여정을 지켜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여정에서 일어나는 흥미로운 일들을 지켜보면 된다.” 제임스 완 감독이 말하는 <아쿠아맨>의 관전 포인트다. 그의 말처럼 아틀란티스 왕국의 상속자로서 아서 커리에게 주어진 의무와 아웃사이더로서 그가 누리고자 하는 자유의 충돌은 <아쿠아맨>의 드라마를 추동하게 할 것이다.



<아쿠아맨>의 빌런은 ‘오션 마스터’라 불리는 아틀란티스 왕국의 또 다른 왕자 옴이다. 옴을 연기하는 배우 패트릭 윌슨에 따르면 그는 “수세기 동안 그의 터전인 바다를 오염시켜온 인간들에 대한 명확한 불만”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며, 7대양의 바닷 속 왕국을 규합해 인간 세계와 전쟁을 선포하려 한다. “과격한 환경운동가”(패트릭 윌슨)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무분별한 환경 파괴에 극단적인 방식으로 대처하려는 옴의 태도에서 짐작 가능하듯, 그는 나름의 논리를 가지고 있는 악당이다.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형제의 대립이라는 점에서 아서 커리와 옴의 관계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토르와 로키를 떠올리게 하는데, 제임스 완 감독은 이들의 라이벌 관계에 대해 “매우 고전적인 셰익스피어 스타일”의 갈등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의 제작 단계부터 기대를 불러모았던 <아쿠아맨> 세계관의 주요 빌런 블랙 만타(야히아 압둘 마틴 2세)의 경우 치명적인 레이저 빔을 거침없이 발사하는 모습이 예고편에서 등장했으나 <아쿠아맨> 2편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할 예정이라고 제작진은 밝혔다.



아서 커리와 더불어 <아쿠아맨>의 주요 캐릭터로 등장할 인물은 또 다른 바닷속 왕국 제벨의 공주 메라(엠버 허드)다. 아서와 달리 왕실의 후계자로 착실하게 교육받아온 메라는 어떤 계기로 고대 유물을 찾아 아서와 함께 모험을 떠나게 된다. “메라는 아쿠아맨만큼 힘이 있으며, 어떤 면에서는 그보다 더 강력하다”는 제임스 완의 설명대로,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 강력한 여성 캐릭터의 등장은 원더우먼에 이어 DC 유니버스에 등장한 또 다른 여성 슈퍼히어로의 면모를 기대하게 한다. 그녀는 아쿠아맨과 마찬가지로 해양 생물과 소통이 가능하며 바다를 통제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존재로 묘사된다고 한다.



한편 <아쿠아맨>은 DC 확장 유니버스의 여섯편 영화를 통틀어 가장 색채감이 풍부한 영화로 기억될 듯하다. 예고편에서 고대 아틀란티스 왕국의 흔적이 남아 있는 광활한 사막과 각종 해양 생물이 살아 숨쉬는 바닷속 왕국의 풍경이 공개되자마자 웹상에는 그간의 DC 슈퍼히어로영화에서 찾아볼 수 없던 풍성한 색채감을 칭찬하는 글이 연달아 올라왔다. 최근 DC의 수장에서 물러난 제프 존스 또한 “스케일이 크고 화려한 색채감이 돋보이는” <아쿠아맨>의 액션 장면에 대해 만족감을 표한 바 있다. DC의 관계자와 팬들이 이처럼 <아쿠아맨>의 시각적 화려함에 열광하는 건 그동안 잭 스나이더가 주도했던 어둡고 파괴적이며 음울한 작품들, <맨 오브 스틸>(2013),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2016) 등의 영화와는 다른 시각적 접근을 DC의 영화에서 볼 수 있게 되리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아쿠아맨>의 프로듀서 피터 사프란은 이 영화가 “제임스 완의 독특한 비전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며, 올바른 길 위에 놓인, DC 유니버스의 이례적인 발걸음”이라고 말했다. 만약 그의 말대로 제임스 완이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내놓는다면, <아쿠아맨>은 어둡고 진중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한 DC 확장 유니버스의 첫 영화가 될 것이다.



<아쿠아맨>에 영향을 준 영화들


<로맨싱 스톤>

제임스 완 감독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와의 인터뷰에서 ‘저스티스 리그’의 영웅들이 <아쿠아맨>에 카메오로 출연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말한 바 있다. 세계관의 연결 고리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아쿠아맨이라는 슈퍼히어로에게 온전히 힘을 실어준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그런 그가 <아쿠아맨>을 제작하는 데 영향을 주었다고 말하는 작품은 <레이더스>(1981)와 <로맨싱 스톤>(1984) 같은, 고전적인 모험영화들이다. 아서 커리를 고대 유물을 찾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역할을 깨달아가는 고전적인 영웅으로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편 제임스 완은 해양 괴물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잭 아놀드 감독의 1954년작 <해양 괴물>을, 영화의 클라이맥스가 될 대규모 액션 장면에서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 같은 판타지영화를 참조했다고 밝혔다. 이 모든 레퍼런스가 21세기 슈퍼히어로 장르 영화와는 다소 동떨어진 느낌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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