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델왈드(조니 뎁)가 돌아왔다. 마법 세계의 입장에서는 결코 반갑지만은 않은 소식일 터. 왜냐하면 전편 <신비한 동물사전>(2016)에서 그린델왈드는 어둠의 마법사로서 유럽 곳곳에서 테러를 일삼아 미국 마법 의회(MACUSA)가 경계하던 인물이었다. 훗날 <해리 포터> 시리즈에 등장할 볼드모트에 버금가는 문제적 존재인 셈인데 사상도 둘이 비슷하다. 그린델왈드는 마법사들이 비마법사인 노마지(영국식 표현은 머글)보다 우월한 존재이기 때문에 마법과 비마법 세계는 공존이 아니라 주종 관계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비한 동물사전>에서는 그가 마법 의회 안보부장 퍼시발 그레이브스(콜린 파렐)로 위장해 강력한 어둠의 힘을 지닌 크레덴스(에즈라 밀러)를 부하로 삼으려 하다가 크레덴스에게 피해를 입히고 만다. 문제의 원흉은 그때도 지금도 그린델왈드라는 점을 잊지 말자.
원작자 J. K. 롤링이 처음으로 직접 각본을 썼던 <신비한 동물사전>은 기존 체계에 반하는 삶을 살며 어느 편에도 속해 있지 않으려 하는 이 시대의 진정한 ‘아싸’, 뉴트 스캐맨더(에디 레디메인)의 성정이 잘 반영되어 있는 작품이다. 그녀는 워너브러더스 이사진을 비롯한 몇몇 프로듀서가 오래전부터 신비한 동물들을 대상으로 한 자연 다큐멘터리 같은 영화를 만드는 건 어떻겠냐는 제안을 듣고는 동물을 사랑하는 뉴트의 이야기를 단숨에 써내려갔다고 한다. 그것은 혐오와 테러의 시대를 대표하는 그린델왈드에 대항해 끝까지 맞서는 삶의 ‘애호가’들의 이야기였다. 대량생산하는 공장식 빵집에 맞선 수제 빵집 사장을 꿈꾸는 노마지 제빵사 제이콥(댄 포글러)과 한순간의 실수로 법을 어겨 좌천됐지만 누구보다 강직한 오러 티나(캐서린 워터스턴), 마음을 읽을 줄 아는 퀴니(앨리슨 수돌) 자매가 바로 뉴트와 뜻을 함께한 동료들이었는데 그들이 한 일은 그린델왈드를 저지하고 크레덴스를 보호하는 것이었다. 속편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는 바로 전편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게 될 예정이다. 인물들이 처한 상황도 미묘하게 조금씩 달라진다.
탈옥한 그린델왈드는 비마법 세계를 정복하기 위해 파리로 도주해 새로운 작당모의를 하게 되고, 그에게 이용당할 뻔했던 크레덴스는 자신이 강력한 마법사란 사실을 자각하게 되고 친모를 찾기 위해 파리로 거처를 옮긴다. 역할 공개 당시 큰 화제를 불러모았던 내기니(수현)는 말레딕투스(피의 저주로 인해 짐승으로 변하는 인간)로서 평생 짐승의 몸으로 변형하며 살아가야 하는 캐릭터. 그런 그녀가 머물던 서커스단에서 학대를 당하다가 크레덴스를 만나면서 마음이 통하게 된다고. 추측해보건대, 해리와 볼드모트의 관계처럼 그린델왈드와 젊은 시절의 덤블도어 교수(주드 로)가 그러할 수도 있다. J. K. 롤링이 여러 인터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그린델왈드와 덤블도어 교수는 서로 한때 연인 사이였으며 막강한 마법력에 있어서만큼은 대적할 만한 이가 없을 정도로 팽팽한 관계라고. 예고편에서 덤블도어 교수가 뉴트에게 맡기는 미션이 무엇일지 궁금증이 증폭되는 대목. 주드 로는 자신이 연기한 덤블도어 교수에 대해서 “그는 아직 호그와트의 위대한 교장이 아니다. (중략) 그리고 이 이야기는 캐릭터의 진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쓰여진 이야기다”라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과연 이들은 어떤 사건을 겪으며 진화해갈까? 뉴트는 자신의 책 <신비한 동물사전>이 베스트셀러가 되었지만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엄청나게 유명해진 탓에 여전히 조용한 삶을 추구하는 가운데 덤블도어 교수의 부탁을 받고 파리로 향한다. 티나는 여전히 상처입은 크레덴스를 보호하기 위해서 파리로 떠나고, 사랑에 빠졌던 퀴니와 제이콥은 영국으로 이주했다가 서로 소원해지면서 뉴트와 함께 파리로 향한다. 모두 각자의 절실한 이유로 파리에 모이면서 뉴트와 그린델왈드, 크레덴스의 삼자 대면이 이뤄지면 이들의 갈등이 절정에 달할 것 같다.
또 하나의 궁금증. 이번 영화와 <해리 포터> 시리즈와의 연관성은 어느 정도일까. 전편에서는 뉴트가 마법부에서 취조를 당할 때 어떤 사고로 호그와트를 중퇴했으나 유일하게 덤블도어 교수의 신임을 얻고 있다는 점 정도가 언급됐다. 티나와의 대화에서는 뉴트와 한때 연인 사이였던 레타 레스트랭(조 크래비츠)이 언급된다. 그리고 덤블도어가 뉴트에게 “일이 잘못될 경우 갈 장소가 있으면 좋잖아”라며 알려주는 파리의 은신처 주소는 바로 니콜라스 플라멜의 집일 가능성이 높다고 팬들은 추측하고 있다. 니콜라스 플라멜은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에서 볼드모트가 영생을 위해 호그와트를 뒤졌던 그 마법사의 돌을 만든 마법사다. 뉴트에게 안 좋은 기억을 남겼던 레타 레스트랭은 왜 뉴트의 형인 테세우스와 연인 사이로 등장하는 것일까. 대체 덤블도어는 왜 직접 그린델왈드와 대면하지 않는 것인가. 크레덴스는 내기니와 함께 친모를 찾는 과정에서 과연 어떤 사건에 휘말리게 될까. 그린델왈드는 또 어떤 방식으로 파리를 혼란에 빠뜨릴까. 그 와중에 뉴트의 친구들은 어떤 상황에 놓이게 될까. 이에 대해서는 J. K. 롤링이 왜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를 집필하려 했는지에 대한 답변으로 대신할 수 있겠다. “현재의, 영화 밖의 우리는 선을 긋고 서로를 구분짓는 일에 열광하고 있어요. 당신들은 틀렸고 어울리지 않고 부족하니까 그런 대접을 받아도 마땅하다고 말하는 건 정말 위험하죠. 그런 제 생각이 이 영화에도 분명하게 담겨 있습니다.”
신비한 동물들은 파리에서 모인다?
이 시리즈가 ‘신비한 동물’에 관한 이야기라는 걸 떠올려보면, 흥미진진한 볼거리를 선사할 동물들이 대거 파리 시내에 출몰할 거라는 걸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이번에는 전편의 신스틸러 니플러와 보우트러클을 비롯해 각국의 고대 신화 속 동물을 모티브로 한 중국의 조우, 스코틀랜드의 켈피, 프랑스의 마타고트라는 이름의 동물들이 등장하며 날카로운 발톱과 뾰족한 부리, 화려한 꼬리 깃털과 호기심 많은 얼굴을 가진 올빼미 오그레이, 스핑크스 고양이를 닮은 영혼의 고양이 사냥개 마토그램, 날개 달린 도마뱀 파이어 드레이크 등이 등장한다고. 하필 배경이 왜 파리인가라는 질문에 J. K. 롤링은 이렇게 답했다. “전편에서는 마법 세계가 다소 폐쇄적인 미국을 배경으로 해야 했다. 이번에는 마법 세계와 비마법 세계가 좀더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고 있는 파리가 좋을 것 같았다. 한때 파리에서 살아본 적도 있어서 더욱 친밀하게 묘사할 수 있었다.” 파리의 건축양식을 기반으로 한 마법부는 물론 ‘야외 카페’가 있는 파리 버전의 ‘다이애건 앨리’ 등이 노마지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