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살에 딸 윤아(박세진)를 낳고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미희. 유부남 대원(김윤석)을 사랑해서 임신까지 했는데 이 사실을 굳이 숨길 생각도 없다. 미희는 자신의 ‘사랑’ 때문에 사람들을 난처하게 만든다. <미성년>의 다섯 캐릭터 중 가장 속을 짐작하기 어려운 인물이 미희다. “저도 제가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했어요. 그런 거 묻지 말아요. 저 진짜 몰라요. (웃음)” 극단 차이무 소속으로 오랫동안 연극 무대에 섰던 김소진은 <더 킹>(2016)의 안희연 검사로 그해 거의 모든 영화 시상식의 여우조연상을 받으며 뜨겁게 주목받았다. <더 테러 라이브>(2013), <아이 캔 스피크>(2017), <마약왕>(2017), <공작>(2018) 등 영화 출연작도 차츰 늘고 있다. 배우들의 앙상블이 훌륭한 <미성년>에서도 김소진은 고유한 존재감을 뽐낸다.
-인터뷰를 잘 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
=연극하던 사람인데 갑자기 영화로 알려지게 돼서, 영화를 통해 대중을 만나는 과정이 낯설었다. 이쪽 일을 더 적극적으로 하고 싶은 건지, 내가 지금 뭘 하고 싶은지 고민하는 시기가 있었다. 지금은 내가 해야 할 몫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 주어진 것들을 충실히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미성년>은 어떤 이유로 선택한 작품인가.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땐 모호했다. 내가 연기할 캐릭터에 집중해서 작품을 보게 되는데, 가정이 있는 남자와 바람피우는 여자고, 주변 사람들을 곤란하게 만드는 인물이라 좀 불편했다. 연기하기 힘들겠다는 두려움도 컸다. 인물들의 상황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그걸 풀어나가는 감정도 복잡한데, 그걸 연기할 생각을 하니…. 모르겠더라. 이 인물이 대체 어떤 마음일까, 어떻게 대사를 뱉을까. 연기하기 참 어렵겠구나. 하지만 또 궁금하잖나. 딴사람이 하는 건 못 볼 것 같고 그러니 어떻게든 그걸 하고 싶고. (웃음) 이 작품에 출연하기로 결정한 건 다른 이유보다 (김윤석) 선배님이 컸다. 오래 준비한 만큼 작품에 애정이 크고 인물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배우로서 다른 분야에 도전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 않나. 선배님이 이 영화에 쏟은 노력과 고민에 대해 들으니까 순수하게 이 작품이 잘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작업을 같이할 만한 가치가 분명 있을 것 같았다. 난 생각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집요하게 물음을 던지고 자꾸 나를 돌아보게 하는 것들. 사람들이 나보고 ‘그만 좀 생각해. 답답해’라고 하는데(웃음), 그래서 안 그런 척도 해봤는데, 생각 안에 진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생각하고 고민하는 사람이 제일 아름다운 것 같고, 선배님의 모습에서 그걸 봤다.
-대원을 사랑하는 미희를 이해하고 좋아하게 된 순간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
=많이 애쓰면서 연기했다. 영주(염정아)와 대화하는 장면을 예로 들면, 미희로서 거기 존재해야 하는데 자꾸 멀찍이 떨어져서 그 상황을 지켜보게 된달까. ‘자기 남편과 바람난 미희가 눈앞에서 이렇게 웃고 있으니 영주는 얼마나 힘들까.’ 다른 사람의 감정이 자꾸 눈에 들어오니까 미쳐버리겠더라. (웃음) 미희가 누군가에게 상처 주는 인물이어서 느낀 감정이었던 것 같다. 그 감정을 마주하는 게 힘들었다. 촬영 끝나고 나서도 이상하고 찜찜했다. 이 감정은 뭐지? 생각해봤더니 미희는 사람들에게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안 한다. 딸에게도 영주에게도 영주의 딸에게도 어쩌면 대원에게도. 그래서 뭔가 해소되지 않은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물론 미희의 정당성이 있고 미희의 속도 있었을 텐데, 그 보이지 않는 마음을 읽어내려고 노력했다.
-영화 하면서 계속해서 연극 무대에 서고 있다.
=‘영화를 하니까 연극을 그만해야지’라는 생각은 한번도 해본 적 없다. 연기를 시작한 것도 연극 무대였고, 그게 곧 내 삶이었다. 사실 연기가 힘들고 괴롭다. (웃음) 즐거워야 하는데 항상 어렵고 힘이 드니까 ‘이 일이 내게 안 맞나’라는 생각도 한다. 그런데 힘든 순간을 뚫고 지나면 내가 달라져 있다. 그러면 ‘다시 힘을 내서 또 해보자’ 그렇게 된다. 이 과정을 좀더 즐길 수 있는 때가 오길 바란다.
-최근 우민호 감독의 <남산의 부장들> 촬영을 마쳤다.
=로비스트 역할을 맡았다.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에 대해 고민하며 찍었다. 5월엔 <단편소설집>이란 연극으로 무대에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