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기생충> 최우식, “영화 보면 놀라실걸요”
2019-05-21
글 : 임수연
사진 : 백종헌

최우식은 <기생충> 제작발표회에서 <부산행>(2016)과 <옥자>(2017)보다 역할이 커졌다는 말을 하려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기생충>에서 큰 역할을 맡아 긴장이 된다”고 했다. 덕분에 행사 내내 선배 배우들과 봉준호 감독에게 “<기생충>은 우리 중 최우식 분량이 가장 많은 영화”라며 애정 섞인 놀림을 받았다. 네티즌의 열렬한 호감을 얻은 그의 ‘동공이 흔들리고 목에 땀이 흐르는’ 모습은 같은 날 오후 진행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도 여전했다. 행여나 말실수를 할까 걱정된다며 수시로 영화 관계자들을 애처롭게 쳐다보고, 잔뜩 긴장한 얼굴로 “이제부터 편안하게 얘기하겠다”는 그는 데뷔 9년차 배우 같지 않다. 정제된 화려함보다 친근한 매력으로 호감을 얻은 그에 대해 봉준호 감독은 “우리 시대 젊은이들의 모습을 품고 있다. 유연하고 부드러워 보이지만 기묘한 측은지심을 자아낸다”고 평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중 가장 대사가 많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부유한 박 사장(이선균)과 연교(조여정)의 저택에서 영어 과외를 할 기회를 얻은 기우는 영화 초반부터 양쪽 집을 오가느라 말을 많이 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다.

=캐릭터 특유의 화법이 잘 표현된 시나리오였다. 인물이 어느 공간에 있는지, 어떤 이와 대화를 나누는지에 따라 화술이 달라진다. 기우는 기택(송강호)과 충숙(장혜진) 사이에서 태어난 장남으로 가족 전원이 백수지만, 사실 별로 특별할 것 없이 평범한 아이다. 그런데 부자 세계에 들어가면 아주 특별한 존재가 된다. 하지만 안타까운 환경에서 계속 안타까움을 잦아내는 캐릭터라, 어떤 관객에게는 <거인>(2014)에서 내가 연기한 영재와 비슷하게 다가올지 모른다. 영화를 보고 나면 이 친구를 토닥토닥 위로해주고 싶지 않을까.

-인물의 클로즈업 촬영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2.35:1로 여러 인물을 한번에 담아내는 형식도 연기에 영향을 미쳤을 테고.

=예전에는 내가 눈이 작으니까 어떻게 해야 클로즈업컷에서 감정을 잘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이 있었다. 그래서 더 분명하게, 가령 확실히 눈물을 흘리는 식으로 연기했다. 지금은 그런 식으로 연기에 접근하지 않는다. 어떻게 더 몰입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배우가 연기한 것을 담아내 관객에게 전달하는 것이 카메라의 역할인데, 2.35:1로 찍은 <기생충>은 그 문의 크기가 훨씬 커졌다. 예전에는 그냥 걸어서 들어갈 수 있었다면, 지금은 춤을 추며 들어갈 수 있다. 예전에는 앵글 밖에서 준비하다가 앵글 안에 들어온 후 집중해서 연기했다면, <기생충>은 준비하는 과정까지도 앵글에 걸린다. 연기 호흡이 길어질 수밖에 없고, 상황에 더 몰입하게 된다. 또 카메라의 동선에 있어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할 수 있는 현장이었는데, 아마 영화를 보면 깜짝 놀라실거다. (웃음)

-<옥자> 최고의 신스틸러로, 1종 면허는 있지만 4대 보험은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김군을 연기한 데 이어 <기생충>까지 봉준호 감독과 함께하게 됐다. 천만 관객을 모은 <부산행> 같은 장르영화도 필모그래피에 있다. 일찌감치 충무로에서 자리 잡은 젊은 배우가 됐는데, 자신이 가진 강점이 무엇이라고 보나. 과거 인터뷰에서는 ‘평범함’을 주로 언급했던데.

=먼저, 내가 잘생겼다면 절대 <기생충>에 캐스팅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드라마 <호구의 사랑>을 제외하면 드라마에서 주연을 해본 적이 없다. 대부분 주인공 옆에서 보조하며 그들의 말을 잘 듣는 조연 캐릭터를 맡았고, 덕분에 다양한 리액션 연기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내가 가진 평범한 얼굴로 이런저런 리액션을 해내면, 여러 인물과 다양한 케미스트리를 만들 수 있다.

-올해 서른살이 됐다.

=운이 좋게도 20대 때 계속 일을 할 수 있었다. 20대 초·중반의 최우식에게 빌려온 모습으로 할 수 있는 연기는 다 했다. 솔직히 20대 후반은 쌓아둔 것 없이 지나갔다. 앞으로의 나는 30대의 최우식에 뿌리를 두고 연기를 해야 할 텐데, 아직 가진 게 없는 것 같다. 그게 요즘 가장 큰 고민이다. 하지만 너무 영광스러운 <기생충>이란 작품과 또래 형들과 함께하며 좋은 시너지를 받은 <사냥의 시간>을 촬영하면서 20대를 마무리할 수 있어 감사한 마음도 크다. 덕분에 아주 좋은 컨디션으로 30대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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