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제72회 칸국제영화제 결산④] <영 아메드> 다르덴 형제 감독, “삶에 대한 개인의 의지가 그를 억압하는 광기보다 강력하다”
2019-06-05
글 : 장영엽 (편집장)
감독상 수상
<영 아메드> 포스터.

다르덴 형제의 감독상 수상은 72회 칸영화제 폐막식의 이변 중 하나였다. 워낙 쟁쟁했던 올해 경쟁부문의 각축전 속에서, <영 아메드>는 평단과 언론의 관심으로부터 한발 물러나 있던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복합적이고도 모순적인 삶의 양상을 통해 사회적, 정치적, 윤리적 문제를 집요하게 탐구하는 리얼리스트 다르덴 형제의 여전한 저력을 보여준다. 종교적 급진주의에 빠진 13살의 모슬렘 소년을 조명하는 <영 아메드>는 유럽 사회에 현존하는 테러 위협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는 영화다. 게임을 좋아하는 평범한 소년이었으나, 급진주의적 이슬람교 지도자의 가르침에 세뇌당한 아메드는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위해 유대인 남자친구를 둔 선생님을 해치려 한다. 종교에 의해 몸과 마음을 통제당하는 개인은 타인을 통해 변화할 수 있을까? 아메드가 극중 마주하게 되는 다양한 만남을 통해 변화의 가능성을 질문하는 영화는 섣부른 동정이나 희망을 주지 않은 채 담담한 필치로 소년의 여정을 좇는다. 사회적 소외계층의 사연에 주목한 근작으로부터 눈길을 돌려 종교와 신념에 대한 문제적 영화를 만든 다르덴 형제를 만났다.

-<영 아메드>의 주인공은 종교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모슬렘 소년이다. 이 소년에 대한 이야기를 구상하며, 시나리오 단계에서 어떤 것들을 고민했나.

=우리는 최근 몇년간 유럽, 특히 프랑스와 벨기에에서 발생한 자살테러에 대해 생각했다. 테러리스트 중에는 브뤼셀과 파리 등지에 살고 있는 어린 나이의 청년들이 많았다. 주변을 돌아보고, 세계를 관찰하며, 현실을 다른 관점으로 해석하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라고 늘 생각해왔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지금 현재 동시대 유럽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테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지난 20여년간 자살테러에 대한 수많은 영화, 다큐멘터리들이 존재해왔다. 우리는 종교를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소년으로부터 영화의 이야기를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거의 광기에 가까울 정도의 급진적인 태도로 종교를 믿는다. 이러한 소년의 태도에는 그가 처한 경제적, 사회적 조건이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어떻게 한 사람이 이같은 광기에 물들고 급진화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개인이 자신의 광기를 과연 극복할 수 있을지의 문제에 주목했다.

-이 작품은 어떤 측면에서 당신의 전작들 중 <자전거 탄 소년>(2011)을 떠올리게 한다. 무언가에 집착하는 소년이 등장하고, 충격적 결말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11살(<자전거 탄 소년>의 시릴)과 13살 무렵의 소년(<영 아메드>의 아메드)은 분명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이번 영화에서 소년의 나이를 설정하는 건 우리에게 중요한 문제였다. 13살은 유년과 성년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 나이다. 아메드는 가족 구성원 중에서 자신의 롤모델 찾기에 실패한 뒤, 가족의 테두리 밖에서 알게 된 이맘(이슬람 교단의 지도자)에게 정신적으로 세뇌당하고 종교적 이상주의의 포로가 된다. 그러나 그에게는 여전히 이상주의의 감옥에서 탈출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왜냐하면 13살 소년으로서 그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과정 중에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변화의 여지가 남아 있는 모호한 연령대의 소년이 우리에겐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종교적 급진주의에 빠진 소년을 그리기 위해 어떤 취재 과정이 필요했나.

=우리는 6개월간 어린 급진주의자들의 부모와 판사, 소년원에서 그들을 직접 대면하는 사회복지사, 심리상담사 등을 만났다. 그들이 한목소리로 얘기하는 건 이러한 급진주의자들의 심리 상태에 완전히 공감하기가 어렵다는 거였다. 급진주의자들을 진심으로 돕길 원하며 그들과 이야기할 때 “네 말이 맞다”고 공명해주는 사람들, 그들이 일상으로 복귀하길 바라는 사람들조차 급진주의자들의 마음속에 끝없는 어둠이 존재한다고 말한다는 점이 의미심장했다. 특히 우리는 소년의 몸을 통해 종교적 급진주의가 개인을 어떻게 통제하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종교는 소년이 다른 사람을 만지지 못하게 하고, 타인이 그에게 접근하는 것을 막는다. 소년의 순수함을 오염시킬 수 있는 모든 것으로부터 그를 떼어놓음으로써 소년은 바깥 세계와 완전히 격리된다.

-그런 측면에서 <영 아메드>는 급진주의자들에 대한 교화가 불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영화 같다. 그들을 교화하려는 노력이 과연 의미 있는 일인지 질문하게 되는 영화이기도 하고.

=쉽지 않았지만, 우리는 아메드와 같은 어린 급진주의자들이 느낄 법한 어둠과 외로움의 감정을 깊이 들여다보고 싶었다. 그는 순교한 사촌처럼 죽음을 자신의 삶을 포용하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종교적 신념은 무척 복합적인 문제고, 우리는 무엇이 그로 하여금 종교에 대한 망상을 포기하고 다시 일상적인 삶으로 복귀하게 만들지를 고민했다. 사실 처음에 생각한 결말은 완성된 버전보다 훨씬 더 비관적이었다. 최종적으로 그보다 더 긍정적인 결말을 선택한 것은 아메드가 여전히 변화할 수 있는 시기에 놓여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해서다. 이러한 선택이 나이브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삶에 대한 개인의 의지가 그를 통제하고 억압하는 광기보다 훨씬 더 강력하다고 믿는다.

-아메드를 연기한 이디르 벤과의 작업은 어땠나.

=45~50일간 촬영 동안 그에게 큰 감명을 받았다. 프랑수아 트뤼포는 아역배우를 연출할 생각을 하지 말고 그들에게 사건과 분위기를 제공하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디르 벤은 모든 측면에서 우리를 깜짝깜짝 놀라게 했다.

-이 영화가 이슬람교 커뮤니티 등 종교 집단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글쎄. 이 영화는 종교적 광기를 다루고 있지만 그건 비단 이슬람교에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고, 기독교 등 모든 종교에 적용된다고 본다. 이 영화가 종교인들로부터 어떤 반응을 얻을지는 앞으로 차차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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