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시카 하우스너 감독의 <리틀 조>는 인간에게 행복감을 안겨주는 기능을 지닌 꽃을 개발하던 과학자들이 오히려 그 꽃으로부터 서서히 인간성을 잠식당하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설정만 들어서는 프랑켄슈타인 혹은 신체강탈을 소재로 한 <외계의 침입자>(1978) 같은 영화가 연상된다. <리틀 조>가 독특한 지점은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4명의 여성감독 작품 중 유일하게 SF를 내세운 영화임과 동시에 무엇보다 일하는 여성들이 겪는 험난한 직장 생활과 아름답지만 잔혹하기도 한 모성의 세계에 집중하는 영화라는 점이다. 주인공 앨리스 역의 배우 에밀리 비첨이 과학자로서의 이상과 한 아이의 엄마로서의 현실이 충돌하는 비극적인 아이러니를 온몸으로 표현해냈고, 결국 여우주연상까지 수상했다. 예시카 하우스너 감독을 직접 만나 영화에 대해 물었다.
-<리틀 조>에서 행복감을 안겨주는 꽃 ‘리틀 조’를 ‘중독’에 관한 메타포로 해석할 수도 있다. 영화를 여러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디테일한 설정을 오히려 생략한 것 같다.
=그런 관점까지는 예상치 못했다. 이 영화는 행복을 추구한다는 것이 무엇인가, 라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사람들은 왜 행복해지고 싶어 할까? 나는 행복에 대한 사람들의 열망이 완벽에 대한 추구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행복과 완벽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을 거라 생각하며 이야기를 만들어나갔다. 영화에 제대로 반영됐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행복해지길 바라는 사회의 어떤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과학자들이 행복감을 주는 꽃을 개발하고 이를 상용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꼭 무언가에 대한 강한 ‘믿음’을 지닌 것처럼 묘사된다. 그리고 항상 그 믿음으로 인해 위기가 벌어진다. 공교롭게도 당신의 전작 <루르드>(2009)는 기독교인의 강한 믿음에 관한 영화였다.
=<리틀 조>는 확실히 <루르드>와 연관이 있다. <루르드>는 종교를 통해 답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고, <리틀 조>는 과학을 통해 답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러나 성직자나 과학자 모두 답을 찾기는 어렵다. 관객 역시 이 영화를 통해 진실의 다른 측면을 자세히 들여다보기를 바란다. 그것이 설사 모순된 진실일지라도 말이다.
-영화의 프로덕션 디자인이 굉장히 독특하다. 공간이나 의상이 차가우면서도 채도가 높은 색감으로 꽉 짜여 있다. 특히 녹색 계열의 공간에 노랑, 주황색 등의 의상이 계속해서 등장한다.
=<리틀 조>는 초현실적인 미술 세팅이 필요했다. 나는 항상 스타일리시하고 인위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의상 역시 에밀리가 앨리스 역을 맡기로 했을 때 그녀의 머리색과 조화를 이루는 의상을 고르려고 노력했다.
-이 영화의 결말은 모성으로서의 엄마라는 존재의 비극을 겨냥한다.
=나의 개인적 경험도 반영되어 있다. 정말 많은 엄마들의 인생이 그러할 것이다. 왜 세상의 엄마들은 자식을 놓아줄 때 양심의 가책을 느껴야 하는지. 대개 아버지가 더 쉽게 놓아주는 것 같다. 물론 성별 차이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워킹맘으로서 일도 제대로 하고 자식도 키우고 싶어 하는 복잡한 감정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