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을 종잡을 수 없는, 마치 반지원정대의 여정 같은 종횡무진 토크였다. 8월 2일과 3일 양일간 코믹콘 서울 2019를 찾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 ‘피핀’역의 배우 빌리 보이드는 토크 도중 물병 챌린지를 하거나 중간에 토크장을 빠져나가려던 소년들을 불러 세운 뒤 지갑을 꺼내더니 아이스크림을 사주겠다고 하고, 토크 종료 4분 안에 4명에게 질문을 받고 답하겠다고 공언하고 성공시키는 등 색다른 무대 매너로 관객의 환호를 받았다. 화룡점정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 피핀이 불렀던 노래 <The Edge of Night>를 라이브로 들려주던 순간이었다. 그에 따르면 이 곡은 “노래방에서 탄생한 노래”였다고. 영화 촬영 도중 작가진과 회식을 했는데 다음날 작가들이 그에게 전화해 “영화에 피핀이 노래 부르는 장면을 넣으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는 것이다. 흔쾌히 알겠다고 했고 몇주 뒤 찍을 장면에서 노래를 부르기로 결정된 이후에 또다시 연락을 받았다. “이번에는 노래를 직접 작곡해달라는 제안이었다. 2주 안에 급하게 작곡가를 섭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며칠 만에 곡을 만들었다. 피터 잭슨 감독이 내가 만든 노래를 듣더니 좋다고 해서 영화에 쓸 수 있었다.” 그 인연으로 그는 <반지의 제왕>에서 <호빗> 시리즈로 이어지는 15여년에 걸친 대서사시의 막을 닫는 엔딩곡 <The Last Goody>를 만들게 됐다. 피핀을 연기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그는 세편의 시리즈를 동시에 촬영해야 했기 때문에 “스토리의 맥락에서 캐릭터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며 연기해야 했던 점”을 꼽았다. 그의 방 한쪽 벽면에는 피핀의 여정을 장면별로 요약해놓은 지도가 있었는데 “그걸 보면서 피핀이 처한 상황을 맥락별로 정확하게 이해해야 촬영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왜냐하면 “아침에 2편을 찍고, 오후에 1편을 찍은 다음, 저녁에 3편을 촬영해야 했기 때문이다” 세편을 동시에 찍느라 겪은 또 다른 촬영 비하인드 스토리도 들려줬는데 “호빗을 연기한 배우들이 기네스북 기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호빗 분장을 “매일 아침 5시부터 시작해 3~4시간씩 메이크업을 받고 발 분장을 했는데 이 과정을 4년 가까운 시간 동안 꾸준히 한 덕분에 기네스 기록을 갖게 됐다”고.
질의응답 시간에 관객에게 큰 박수를 받은 답변이 있었다. 그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이어지던 당시 한국 관객은 레골라스파와 아라곤파로 나뉘어 팬심을 자랑했는데 당신이라면 누구를 응원했을 것 같으냐”는 한 관객의 질문에 화들짝 놀라면서 “당연히 3개의 그룹으로 나뉘었던 것 아니냐. 나머지한 그룹은 규모는 제일 적을지라도 아주 현명하고 젊은 관객으로 이뤄진 피핀 그룹이 아니었느냐”고 말한 것. “시리즈를 촬영하면서 캐릭터마다 마지막 촬영이 있지 않나. 나는 피핀의 마지막 촬영 때 피터 잭슨 감독에게 ‘사실 원정대 중에서 피핀을 가장 먼저 캐스팅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사고뭉치지만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호빗에서 나중에는 친구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게 되는 성장기를 짚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피핀은 내게 잊을 수 없는 캐릭터”라며 “배우 인생에서 가장 널리 기억될 <반지의 제왕>시리즈에 얽힌 추억을 관객과 함께 나누어 즐거웠다”는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