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캐릭터로 가득한 행사장에 이렇게 <기생충>이 한자리를 차지하다니….” 박명훈이 ‘뜻깊은 시간’을 함께해준 객석을 향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8월 4일 코믹콘 서울의 마지막 날, 배우 박명훈과 함께하는 토크쇼 ‘기생충 해부학: 배우 박명훈-지하실의 그 남자’가 진행됐다. <기생충>의 세계를 드러내는 비밀의 캐릭터이자, 자본주의사회가 만들어낸 가장 ‘슬픈’ 악역이 바로 박명훈이 연기한 캐릭터 ‘근세’였다.
스포일러를 완전히 차단하려고 노력한 <기생충>의 모든 요소 중에서도 박명훈이 연기한 근세 캐릭터는 “존재 자체가 스포일러”인 만큼 특별 관리 대상이었다. 칸국제영화제 때도 “레드카펫을 함께 걷지 못하고, 2층에서 관람 후 기립박수 받기 전에 혼자 사라지”고, “단체사진과 스틸컷도 근세가 있는 컷은 나만 간직하고 있다”던 그가, <기생충> 천만 관객 동원 이후에야 거리낌없이 관객에게 모습을 드러낼 수 있게 됐다.
“광화문에서 마이크 잡고 소리 한번 지르고 싶었다. (웃음)”고 할 정도로 숨어 있는 동안 입이 근질근질했지만, “나중에 놀랄 관객을 생각하며” 참았다는 박명훈. 특히 “전주 세트로 내려갈 때 가족들에게, 뭐 그냥 촬영이 있어 잠깐 다녀올게” 하고 숨겨서 가족들이 나중에 깜짝 놀랄 정도였다고 한다. 근세 캐릭터 연구야말로 숨어 있는 동안 그의 최대 과제였다. “<반지의 제왕>의 기이한 캐릭터 골룸도 떠올렸다”는 그는 “쥐 뜯어먹은 것 같은 땜빵 머리를 하고 이도 붙이는” 분장으로 기괴한 근세의 외형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박명훈의 ‘숨은’ 이야기는 또 있다. 지하실에 오래 갇혀 있는 근세 캐릭터를 몸에 익히기 위해 이미 촬영 한달 전부터 ‘지하실’ 세트에서 ‘근세처럼’ 누워 있었다고. “8kg 정도 체중을 감량하고 갇힌 공간에 누워 있다가 계단을 올라오니 자연스럽게 정신이 흐릿해지고 말도 어눌해지더라.” 최대한 캐릭터가 처한 환경을 몸에 익히려는 그의 연기 방법론은 전작인 박정범 감독의 <산다> 때도 다르지 않았다. “영화의 배경이 된 강원도 집에서 촬영 전부터 오래 갇혀 살 듯 기거하면서, 캐릭터의 환경을 익혔다.” 박명훈이 출연한 <재꽃>의 ‘응원’을 자청하며 그의 연기를 호평해온 봉준호 감독도 “지하실에 그만 가라. 뭘 그렇게 자꾸 가냐”며 말렸을 정도. 캐릭터에 온전히 빠지는 그의 노력이야말로, 근세의 디테일을 만들어내는 비결이었다. 특히 지하실에서 올라오는 무시무시한 명장면 역시, 철저히 계산한 동작이라기보다 “좁고 가파른 계단을 산수경석을 들고 오르다보니 그렇게 팔이 부딪히더라”며 상황 습득에서 나오는 연기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지는 관객의 질문에 대한 답변에도 근세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가득했다. 근세라는 이름에 대해서는 “감독님이 갑근세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하시더라”며 탄생 배경을 들려주었으며, “사장님! 리스펙트!”라는 명대사의 탄생은 “정확히 대본에 있던 대사인데, 짧은 대사를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연구를 거듭했다”고 답했다. 천만 이벤트도 기다린다는 객석의 요청에, “감독님과 다른 배우들과 함께 다시 인사드릴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또 한번 관객과 만나고 싶은 바람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