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깁스 갑판장은 잭 스패로우 선장의 아버지 같은 존재가 아닐까.” 1970년대부터 연극, 영화, TV드라마, 라디오 쇼 등 다양한 영역에서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케빈 맥널리의 필모그래피 중 빼놓을 수 없는 건 역시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의 캐릭터 ‘깁스’다. 8월 2일과 3일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 행사가 열린 코믹콘 서울 2019의 어메이징 스테이지를 찾은 많은 관객도 깁스 캐릭터가 어떻게 탄생하게 됐는지, 촬영 당시에는 어떤 일이 주로 벌어졌는지를 궁금해했다. “한국이 이렇게 더운 나라인지 잘 몰랐다. 아침부터 셔츠를 몇장이나 갈아입었는지 모르겠다”고 너스레를 떨며 무대에 오른 그는 최근 우리나라에서 리메이크되기도 했던 드라마 <지정생존자> 이야기부터 꺼냈다. 그는 오리지널 드라마에서 육군 장군 해리스를 연기해 한국 시청자에게도 눈도장을 찍은 바 있다. 주택도시개발부 장관 출신의 대통령(키퍼 서덜런드)을 불신해 쿠테타 계획까지 세우던 해리스 역할에 대해서 그는 “영국 배우임에도 미국인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어서 좋았던 경험”이라고 전했다. 해리스는 독단적으로 행동하다가 결국 대통령에게 해임당하는데, 이에 대해 그는 “당시 내가 연극 <리어왕>에 참여해야 할 상황이어서 그 역할을 오래 맡을 수 없었다”는 이야기도 들려줬다. 1970년대부터 배우 생활을 시작해 “1986년 무렵까지는 내가 영화에 얼마나 참여했는지 세어봤지만 이후에는 몇편이나 했는지 까먹었다”는 그가 지금껏 참여한 영화와 드라마 편수는 족히 150여편에 이른다.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나 캐릭터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내가 연기하게 될 다음 캐릭터라고 답한다”라고 했다.
그는 “<캐리비안의 해적> 오디션 날이 마침 내 생일이었다. 술에 거나하게 취해 있었는데 친구들이 취중 연기라 더 잘할 거라면서 바람을 넣는 바람에 술김에 오디션을 보게 됐다. 그런데 그 모습이 나름 어필한 것 같다”며 알코올의 힘이 오디션을 통과한 비결이라고 알려줬다. 극중 깁스 갑판장이 술에 취해 등장하는 장면이 종종 있는데 “그런 장면을 찍을 때 특히 즐거웠다”고. 답변에 관객이 박수로 호응하자 그는 분명하게 “술 많이 마시는 것으로 박수 받으면 안 된다”며 젊은 관객이 자신의 경험담을 오해하지 말아주기 바란다고 당부도 잊지 않았다.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 5편에 모두 출연한 세 배우 중 한명이란 찬사에 그는 “정확하게는 원숭이까지 더해서 배우 세 명과 원숭이 한 마리가 전편에 출연했다”고 덧붙이면서 “깁스는 시리즈에 등장하는 캐릭터 중 가장 정상적인 캐릭터이며 나의 배우 인생에서 떼어 생각할 수 없는 소중한 캐릭터”라고 답했다. “지금까지 쉬지 않고 일을 해왔는데 오늘 갑자기 카우보이와 SF영화의 외계인 역할을 또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삡뽀삡뽀삡’이란 대사를 하는 외계인 연기에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말로 여전히 새롭고 독특한 캐릭터 도전을 즐기는 자신의 모습을 팬들에게 각인시켰다. “시리즈가 더 이어지면 다시 깁스를 연기할 의향이 있다. 관련 기사가 나오면 여러분이 의견을 많이 남겨주기 바란다”는 귀여운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