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딸은 왜 대구로 향하는가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아빠와 딸의 로드무비다. 이들의 행선지인 대구라는 도시가 주요 공간 배경으로 등장하는데 이는 2003년 2월 18일 대구 중앙로역에서 발생했던 지하철 화재사고와 연관이 있다. 사실 두 사람은 누군가의 도움 없이 스스로 여행길에 오르기 어려운 처지다. 그럼에도 이들이 눈 앞에 닥친 상황을 하나씩 해결해나갈 수 있는 것은 알게 모르게 이들을 지지하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하면서도 결코 좌절하지 않으려는 아빠 철수의 무모한 행동들이 차곡차곡 쌓여 후반부의 감동을 이끌어낸다.
칼국수 반죽을 폼나게 빚어내는 근육질의 남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철수(차승원). 맛집으로 소문난 대복칼국수가 연일 손님들로 붐비는 이유는 바로 철수의 손맛 때문이다. 그는 묘한 반전 매력의 소유자다. 칼국수를 맛보러 가게를 찾은 손님들에게 서슴없이 “밀가루는 몸에 나쁘다”고 말한다. 그의 모습은 무례하다거나 이기적이라고까지 여겨지지 않지만 아무튼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사는 듯하다. 그는 또 일일드라마를 즐겨 본다. “내가 네 어미다”라는 대사가 반드시 등장할 것 같은 드라마에 환장한다. 어느 날 우연히 병원을 찾았던 그가 태어나 처음으로 자신의 딸 샛별(엄채영)과 마주했을 때에도 그는 평소 즐겨 보던 일일드라마를 보던 중이었다. 그는 어쩌면 자신의 상황을 TV 속 드라마와 착각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떤 상태나 특징을 설명하는 단어를 쓰지는 않았지만 이쯤 되면 철수가 어떤 남자인지 대충 짐작하고도 남으리라. 그는 자신에게 숨겨진 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모두의 걱정을 뒤로한 채 딸과 함께 대구로 여행을 떠난다. 말이 여행이지 두 사람 주변의 모두가 이를 경찰에 실종신고해야 할 사건이라고 판단한다. 영화는 알 수 없는 이유로 떨어져 살던 부녀가 함께 대구로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코믹한 과정 속에 드러나는 가슴 뭉클한 뒷이야기는 결코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아픈 상처를 지녔다. 이들이 상처를 극복해가는 과정 사이사이에 김혜옥, 박해준, 전혜빈, 안길강, 조한철, 성지루 등 시선을 단박에 잡아끄는 배우들이 든든한 조력자로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