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추석, 한국영화③] <타짜: 원 아이드 잭>, 현실과 장르의 이종교합 도박영화
2019-09-04
글 : 이화정
이 영화는, 현재 청년과 소시민의 표정을 담은, 포커페이스.

이번에는 화투가 아니라 포커다

화투에서 ‘뽕끼’를 덜어낸 포커의 세계로. 포커는 가장 높은 가치의 카드 조합을 가진 참가자가 승리하는 게임이다. 총 52장의 포커 카드만큼 포커 용어와 포커하는 방법도 다종다양하다. 캐스팅과 동시에 배우들은 포커 특훈을 받아야 했으며, 박정민 배우는 7개월간 포커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고. 권오광 감독 역시 리얼한 도박판의 세계를 그리기 위해 취재 과정에서 전문 포커 도박꾼들을 만났다고 한다. 손안에 쏙 들어가 감출 수 있는 화투와 달리 크기가 큰 포커 카드의 묘미를 보여주기 위해 전작들과는 촬영 방법도 달라졌다고. 영화 제목 ‘원 아이드 잭’은 포커 게임에서 와일드카드로 지목되며, 지목되는 순간부터 무한한 자유와 권력을 갖게 되는 것을 말한다.

"요즘 누가 공부를 깡으로 합니까?" 고시생 도일출(박정민)의 이유 있는 항변이다. 컵라면으로 한끼를 때우며 공부하랴, 아르바이트하랴 바쁜 도일출. 쉴 틈 없이 식당일을 해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홀어머니를 둔 일출은 말 그대로 돈도 없고 백도 없는 헬조선의 청년이다. ‘금수저’들의 입시 비리 뉴스가 쏟아지는 이곳에서 그가 택한 것은 ‘도박’이다. 현실이 이런 상황이면 “도박이 더 해볼 만한 거 아냐”. 이대로라면 현재도 미래도 담보 잡힌 도일출은 갑갑한 노량진 고시촌을 탈출, 포커판의 ‘마돈나’(최유화)를 따라 화려한 도박 세계로 진입한다. 최동훈 감독의 <타짜>(2006)로부터 13년. 강형철 감독의 <타짜-신의 손>(2014) 이후 세 번째 ‘타짜’의 귀환이다. 전작들의 도박 소재인 화투가 포커로 바뀌면서 도박하는 캐릭터의 연령이 낮아졌고, 촬영과 미술 모든 게 달라졌다. 전작과 3편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는 전설적인 타짜 짝귀의 존재다. 애꾸(류승범)가 짠 50억원 판돈의 도박판 세계에 빠져들어 활약하는 동안, 일출은 얼굴도 본 적 없는 아버지 짝귀의 비참한 최후의 비밀에 한발씩 다가가게 된다. <타짜: 원 아이드 잭>은 앞선 두편의 <타짜>와 완전히 달라진 권오광 감독의 색깔이 묻어나는, 현실과 장르의 이종교합인 신개념 도박영화다. 전설적인 재능을 가진 타짜 아버지 짝귀가 범죄누아르의 맞춤형 캐릭터였다면, 아버지의 존재를 모르고 자란 평범한 청년 일출에게 도박은 말 그대로 숙명도 운명도 목숨을 걸 절체절명의 무엇이 아닌, 가능한 인생의 선택지 중 하나에 불과하다. 어차피 불투명한 미래, 도박이라도 해볼까 하는 마음을 가진 캐릭터는 이 영화가 범죄 누아르의 다크한 세계와 선을 긋는 태도다. 도일출과 함께 움직이는 ‘원 아이드 잭’ 일당도, 구성은 케이퍼 무비의 팀플레이 같지만 훨씬 소박하고 심지어 경쾌하고 귀엽기까지 하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에, 잔인한 장면과 욕설이 ‘수위를 넘지 않는 선’에 있음에도 이 영화가 다분히 상쾌한 온도를 유지하는 이유다. 자본주의사회에서 박탈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낙담한 청년, 소시민들의 잠깐 동안의 일탈이자 가정법이라는 점에서 영화는 감독의 전작 <돌연변이>(2015)와도 주제의식을 같이한다. 영화보면 포커치고 싶어지는 작용, 부작용에 주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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