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추석, 한국영화⑥] <힘을 내요, 미스터 리> 이계벽 감독,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가족이다"
2019-09-04
글 : 김현수
사진 : 오계옥

전국 관객 697만명을 동원했던 <럭키>(2016)의 이계벽 감독이 이번에는 배우 차승원과 함께 돌아왔다. 예능 프로그램을 제외하고 차승원의 코미디 연기를 볼 수 있었던 마지막 작품이 2011년 드라마 <최고의 사랑>이었다는 걸 떠올려보면 정말 오랜만의 코미디 복귀작이라 할 만하다. 물론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본격 코미디 장르만을 표방하는 영화는 아니다. <럭키>의 주인공 형욱(유해진)의 직업이 킬러였듯 이번 영화의 주인공 철수(차승원) 역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알려진 시놉시스상에서는 ‘심쿵 비주얼의 반전미남’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바로 이 ‘반전’에 철수가 지닌, 하지만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에 함부로 말할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이 담겨 있다. 올 추석 영화 가운데 <힘을 내요, 미스터 리>가 감독의 전작에 이어 다시 한번 코미디 흥행의 힘을 과시할 수 있을까. 극장에서 관객이 매표할 때 분명 ‘힘내리’라고 줄여 읽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 영화, 이계벽 감독의 코미디 감각을 또 한번 믿어봐도 좋을까.

-<아가씨> 개봉 당시 제작사인 용필름의 임승용 대표와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덱스터스튜디오와 함께 <힘을 내요 미쎄스리>를 공동 제작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올드보이> 조감독이었던 한장혁 감독이 쓰던 이야기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어떻게 <힘을 내요, 미스터 리> 연출을 맡게 됐나.

=한장혁 감독이 쓰는 이야기가 있다는 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옆에서 보기에 이 영화는 임승용 대표가 애정을 갖고 꼭 만들고 싶어 했던 것 같다. 처음에는 의뢰를 거절했는데 어느 날 시나리오 방향이 많이 달라졌다고 하더라. 대구 지하철 참사와 관련한 이야기가 추가되어 있었다. 실은 그래서 더 부담을 갖던 차에 작업실에 불이 나는 일이 있었다. 나도 모르게 불난 방에 뛰어들어가 불을 끌 때, 그 짧은 순간에 생각할 겨를 없이 뛰어들자 덮쳐왔던 열기를 경험한 이후로 그 시나리오가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애초에 받았던 시나리오는 대구 지하철 참사가 사건의 중심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것을 중심으로 가져와 피해자들의 이야기로 온전히 담아내야겠다고 생각해 작업을 시작했다. 이런 여러가지 인연 때문에 선택하게 됐다.

-엄마가 주인공이었던 시나리오상의 설정을 아빠로 바꾼 이유가 있나. 데뷔작 <야수와 미녀>(2005)를 만들 때도 시나리오상의 남녀 역할을 뒤바꿔서 만든 적 있지 않나.

=그때는 설정상 <미녀는 괴로워>(2006)와 이미지가 겹칠 것 같아서 선택한 것이었다. 이번에는 개발단계에서 아빠 이야기로 푸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이야기가 자연스레 나왔다. 그러면서 바뀐 시나리오를 받아보게 된 것이고. 우연치 않게 그렇게 됐다. 아마도 내가 딸을 키우고 있다 보니 아빠와 딸의 이야기에 더 쉽게 감정이입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전작 <럭키>와 <힘을 내요, 미스터 리>의 연결고리는 <이장과 군수>(2007), tvN의 <삼시세끼 고창편>에 함께 출연했던 유해진, 차승원 콤비로도 이어진다. 유해진에 이어 차승원과는 어떻게 만나게 됐나.

=배우 본인도 아버지이기 때문에 이야기에 더욱 공감하지 않을까라는 기대도 있었다. 코미디 연기를 하면서 부모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경우가 많지 않으니까. 사실 첫 번째로 부탁드렸는데 흔쾌히 하신다고 해서 고마웠다. 아무래도 <럭키>를 봤기 때문에 결정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내가 장진 감독님의 <아들>(2007)을 좋아한다. <아들>을 보는 내내 아들을 향한 부성애에 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고 그 점이 <힘을 내요, 미스터 리>와 잘 통할 거라 생각했다. 내가 코미디영화를 만들기는 하지만 어떤 재미있는 상황을 만드는 데 열중할 뿐이지 배우에게 직접 어떤 코미디 연기를 보여주세요, 라는 식의 접근을 하지는 않으니까.

-<럭키>와의 연결고리는 영화 안팎에 다양하게 존재한다. 포스터 디자인 컨셉도 연작처럼 이어지고 <럭키>에서 전혜빈 배우가 “무서워요!”라고 말하는 장면도 오마주처럼 등장한다. 칼국숫집에서 요리하는 철수의 이미지도 분식집에서 요리하던 형욱 이미지와 겹친다.

=포스터는 감독이 관여하는 영역은 아니지만 어찌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철수가 넘어지는 장면은 사실 <럭키>에서 비누를 밟고 넘어지던 형욱의 장면과 닮아 보이게 의도했다. 실은 철수의 대복칼국숫집 공간도 <럭키>의 분식집을 환기시킨다. 전혜빈 배우와는 꼭 다시 작업하고 싶어서 일부러 오마주처럼 의도해 부탁했던 장면이다. 대사는 같지만 대신 맥락은 다르게 쓰인다.

-극중 철수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 같은 알통 포즈를 자주 취한다. 시나리오 표지에도 주먹 쥔 알통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던데 철수의 포즈는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이미 구상했던 것인가 아니면 차승원이란 배우를 거쳐 만들어진 설정이었나.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그런 이미지를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워낙 배우가 몸이 좋으니까 남들이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캐릭터를 그리고자 했던 의도가 반영된 포즈다.

-<럭키>의 유해진과 <힘을 내요, 미스터 리>의 차승원이 만들어내는 개그 포인트가 묘하게 닮아 있다. 대중이 바라보는 배우의 어떤 고정적인 이미지를 비틀거나 혹은 과장해서 표현하는 데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이 이야기 전개와도 연결되도록 설계한다.

=코미디영화가 아니더라도 어떤 영화에서든 배우들이 자신에게 꼭 맞는 연기를 할 때가 좋다. <야수와 미녀>를 찍을 때는 영화를 완성시키느라 정신이 없었다면 이제는 배우들과 좀더 교감하면서 그들의 말투, 행동이 시나리오에 자연스럽게 배어들게 만들거나 혹은 배우가 캐릭터와 더욱 친밀해지게끔 만들어주는 작업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럭키>도 이번 영화도 그런 의도가 방영됐다.

-코미디영화를 표방하지만 후반부에 영화가 방향을 한번 전환한다. 블라인드 시사회에 참석했던 일반 관객 모두가 눈물을 펑펑 쏟더라.

=영화 초반에 웃음을 터뜨리는 관객은 없던가. (웃음) 제작사와 단순히 신파 중심의 영화로 흘러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상의하며 만들었다. 그런데 관객이 너무 울어서 당황스럽다.

-영화의 주요 배경인 대구는 단순한 배경 이상의 의미로 다가온다. 대구 지하철 참사를 겪은 시민들의 아픔을 이야기에 반영할 때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절대 과장되게 만들지 말자는 것이었다. 영화의 거의 대부분을 실제 대구에서 촬영했고 대구 사람이라면 영화의 이야기가 대구의 랜드마크를 오가며 진행된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상징적인 곳에서 찍었다. 또 이승엽 선수 등 야구와 관련한 장면도 등장한다. 이 영화가 그들에게 위로의 메시지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또 그런 주제와 이야기를 품을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고자 노력했다.

-철수의 딸 샛별 역의 엄채영 배우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어떻게 캐스팅하게 됐나.

=채영양은 4차까지 진행된 최종 오디션에서 합격했다. 연기 잘하는 좋은 아역배우들이 정말 많았는데 그중에서도 유독 채영양만 오디션 자리에서 코미디 연기를 선보였다. 다른 배우들과는 다른 접근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움직였다. 현장에서는 더 기가 막히게 잘해줘서 고마웠다. 이번 영화 작업하면서 정말 도움을 받았던 두 가지가 아역배우와 비둘기다. 비둘기와 관련한 장면이 등장하는데 정말 몇 테이크 찍지도 않았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명절 연휴 가족 단위 관객을 타깃으로 한 영화로 보인다.

=내가 영화에 담고 싶었던 것은 우리 가족 말고 다른 사람들도 누군가의 가족이라는 것. 내 가족이 상처받고 힘들어하듯 다른 이들에게도 가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명절에 잘 어울리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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