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조커>의 모든 것⑦] <조커> 배우 호아킨 피닉스, "아서가 진정한 나르시시스트라고 생각했다"
2019-10-02
글 : 안현진 (LA 통신원)

나오지 않는 장면이 없을 정도로 꽉 찬 원맨쇼의 주인공이자 새로운 조커로 기억될 <조커>의 호아킨 피닉스를 만났다. 영화 속 조커보다 훨씬 밝은 분위기로 <조커>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는 더없이 행복해보였다. 까다롭고 예측하기 어려운 배우로 알려진 피닉스지만 속편에 대한 의향을 묻는 질문에 두눈을 반짝이며 “하고 싶다”라는 대답을 통해 영화에 대한 그의 애정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처음 조커 역할을 제안받았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처음에 내가 이걸 할 리 없다고 생각했다. (웃음) 그렇지만 토드 필립스를 감독으로서 좋아해서 만났고 첫 만남에서 그는 조커의 웃음에 대해 비디오와 스크립트를 보여줬다. 그게 흥미로웠다. 그때부터 만날 때마다 영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토드는 대담하고 유니크한 감독이다. 누구에게도 영화에 대해 물어볼 필요가 없었다. 그는 이 영화에 어떤 본능을 가지고 있었다. 이 영화에 그보다 더 완벽한 감독은 없을 것 같았다.

-조커의 웃음은 고통스럽다. 그리고 전염성이 없다.

=전염성이 없다고? 나는 내가 웃는 장면을 볼 때마다 웃는데? (웃음) 각본에는 그저 “아서가 웃기 시작한다. 그런데 멈출 수 없다”고만 적혀 있었다. 그런데 그걸 어떻게 연기할지는 내가 풀어야 할 문제였다. 그래서 토드와 세번쯤 만났을 때 그에게 조커의 웃음을 오디션해달라고 부탁하고 집으로 초대했다. 그를 앉혀놓고 거의 10분 정도 시작도 못한 채 침묵의 시간을 보냈다. 함부로 시작하거나 시도해볼 수 없었다. 이 웃음이 진짜여야만 했다. 조금이라도 연기를 한다면 내 근육 기억에 각인될 것 같아서 조심스러웠다. 그러던 중 토드가 어색해하고 불편해하면서 “이럴 필요 없다”고 말했고, 상대방이 불편해하는 그 감정에서 웃음을 시작할 수 있었다.

-조커를 연구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나? 코믹스를 읽었나.

=코믹스는 읽지 않았다. 오히려 한 남자인 조커에 대해 캐릭터를 스터디하는 방식으로 준비했다. 상징적인 최고의 악당이 아니라 어떻게 이 사람이 만들어졌는지를 생각했다. 처음 각본을 받았을 때 제목은 <Joker: An Origin>이었다. ‘The Origin’이 아니라 ‘An Origin’이라는 구분이 흥미로웠고 이 캐릭터가 만들어지게 된 하나의 가능한 이야기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그 구분이 우리가 여러 가지 시도를 탐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의외로 춤추는 장면이 많다.

=처음부터 각본에 있었다. 토드가 안무가를 데려왔기에 그럴 필요 없다고 생각했는데, 안무가와 나눈 이야기가 큰 도움이 됐다. 그는 주로 춤의 어휘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그때 같이 본 영상 중에 레이 볼저가 <Old Soft Shoe>를 부르며 춤추는 영상이 있었다. 거기서 어떤 자만심 같은 걸 엿보았는데, 그게 조커가 가진 한 면모라고 생각했다. 그전까지는 확신이 없었는데 그 발견을 계기로 조커의 캐릭터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춤추는 장면은 기이하다.

=그 장면은 영화 속 어떤 춤 장면보다 노골적이다. 아서의 내면에 있던 조커가 아서와 만나는 장면으로, 그걸 보여주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오랫동안 고민했다. 그러나 어떠한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춤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행복해서 추는 춤은 아니다, 근데 뭔지 모르겠다고 토드에게 이야기했다. 그때 토드가 음악을 하나 틀어줬다. 첼로 연주곡이었는데, 음악감독이 보내준 삽입곡이라고 했다. 음악을 들으니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조명을 켜고 촬영을 시작했다. 그게 그 장면이 만들어진 이야기다.

-영화를 보고 사람들이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들을 오해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조커는 DC 코믹스 최고의 악당 아닌가.

=나는 아서를 부모의 잘못된 양육과 과거의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7가지 약을 복용한다. 이 약들을 찾아봤을 때 부작용이 너무 많아서 놀랐다. 아서는 이런 처방약을 복용함으로써 제대로 대화를 할 수 있는 마음과 도구를 잃어버렸다. 나는 오히려 아서가 진정한 나르시시스트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 머릿속에 그만의 서사를 가졌다.

-촬영 마치고 영화를 봤을 때, 이전과 다른 조커에 대한 이해가 생겼나.

=물론이다. 나는 조커에 대해 많이 알지 못했다. 촬영 시작하고 첫 6주 동안은 조커에 대한 장면이 전혀 없었다. 그러고는 갑자기 조커가 <머레이 쇼>에 출연하는 장면을 촬영하게 됐다. 메이크업부터 헤어, 의상까지 갑자기 조커가 된 거다. 순서대로 찍는 줄 알았는데 아니어서 조금 실망했다. 그런데 그게 나중에는 도움이 됐다. 아서였다가 조커였다가 다시 아서로 돌아왔을 때, 이전에 아서를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 아서의 어떤 부분이 조커가 되는데 영향을 미쳤는지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더라.

-영화 속 정치적 상황이 현실과 닮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나.

=누군가가 영화 속 상황과 현실을 견주어 바라보려고 한다면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가 사람들을 현실의 여러 가지 문제를 생각하도록 자극한다면 그 역시 멋진 일이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은 개인마다 다르다고 생각한다. 캐릭터의 순간순간이 다르게 받아들여질 것이다. 토드가 어떤 정치적 메시지를 내걸고 영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질문에 쉬운 답이 없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이 영화를 해석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며 그건 관객이 얼마나 영화와 소통하는지에 달려 있다.

-아서/조커를 연기하다가 자신으로 돌아오는 게 어렵지 않았나.

=아, 이 질문에 대답을 잘해야 한다. 그렇다고 하면 그런 척하는 거 같고 어렵지 않다고 하면 충분히 헌신하지 않은 것처럼 들린다. (웃음) 반반이었다고 하자. 영화를 찍는 내내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즐겼다. 촬영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토드와 나는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다음 촬영에 대해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의견을 나눴다. 아서가 사생활이 없었기 때문에 그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서 나 역시 누군가를 만나거나 식사를 하는 일이 없었다. 내가 계속해서 연락하고 만났던 사람은 거의 토드였다. 촬영 내내 나의 생활, 나의 세계는 이랬다. 일이 끝났다 싶은 순간은 없었다.

사진 워너브러더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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