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피니스트-어느 카메라맨의 고백>은 임일진 감독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참여한 4번의 히말라야 원정을 바탕으로 산에 대한, 알피니스트에 대한 내부자의 ‘고백’을 들려주는 다큐멘터리다. 여기서 내부자란 이제는 고인이 된 산악 전문 카메라맨 임일진 감독을 말한다. 이 “사연 많은” 영화를 이야기하기 위해선 임일진이라는 사람을 알아야 한다. 임일진은 산악영화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한국에서 산악영화 (촬영)감독으로 오랜 시간 산을 탔다. 영화를 공동연출한 김민철 감독의 소개에 따르면, “산악인이 꿈이었으나 그 꿈을 산악영화를 만드는 것으로 해소한 사람이고, 산악인의 삶이 고귀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잘 아는 사람이고, 미디어가 산악인 스토리를 영웅담으로 소비하는 방식을 못마땅하게 느껴 직접 자신의 목소리를 영화에 담고 싶었던 사람”이다.
김민철 감독이 임일진 감독을 처음 만난 건 2014년. 다큐멘터리 해외배급 등을 담당했던 김민철 감독에게 임일진 감독이 먼저 연락을 해왔다. 자신이 만든 영화의 배급을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김민철 감독은 “그가 만든 영상도 독특했지만 산과 산악인에 대해 시니컬한 태도를 지닌 임일진이라는 사람이 더 궁금했다”고 한다. 울주세계산악영화제 울주서밋 지원으로 제작한 <알피니스트>(2016)에는 그러나 애초의 의도가 충분히 담기지 못했다. 김민철 감독은 영화를 제대로 완성하기 위해선 “임일진 감독을 카메라 앞에 세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임일진 감독은 카메라 앞에 서길 부담스러워했지만 2018년 9월 영상 인터뷰를 진행한다. 그로부터 며칠 뒤인 10월 12일, 그는 히말라야 구르자히말 원정 도중 사고로 세상을 뜬다. 임일진 감독의 죽음 이후 김민철 감독은 “일종의 의식을 치르듯” 이 영화를 완성했다. 공교롭게도 인터뷰를 진행한 날은 10월 14일, 임일진감독의 1주기 이틀 뒤였다. “임일진 감독도 오늘 이 자리에 함께했으면 좋았을 텐데.” <알피니스트-어느 카메라맨의 고백>은 임일진 감독의 유작이 되었다. 영화는 경기 인디시네마 상반기 배급지원작으로 선정되었다. “개봉 지원 자체가 큰 동력이 된다. ‘이 영화는 개봉해서 관객을 만나면 좋을 영화’라고 인정받고 격려받은 느낌이다.” 영화는 내년 초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