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그냥 동물원에 대한 공간의 기록이 앞섰다. 왕민철 감독이 이전 청주 시립미술관의 기획으로 제작한 프로젝트 영상이 호응을 얻었고, 연이어 청주의 대표적인 공간인 청주 동물원의 기록까지 하게 됐다. 막상 그곳을 카메라로 기록하다보니 왕민철 감독의 마음을 잡아끄는 대상이 달라졌다. “가까이 가서 보니 이미지로만 보이던 동물원의 상황이 보이더라. 많은 사람들이 어릴 적 기억으로 동물원이 동물들을 억압하는 곳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곳에는 반야생 상태로 평생을 동물원에서 살아야 하는 동물들과 그들을 위해 환경을 개선하려 노력하는 수의사와 사육사들이 공존하고 있었다.” 처음엔 한달에 2번 정도, 표 끊고 들어가 지켜보다 8개월이 지난 후 섭외를 요청했다. “그분들의 경우, 일부러 밝은 연출숏을 요구하는 TV 동물원 탐방 프로그램이나 몰래 촬영을 해가서 열악함을 부각한 고발 프로그램 때문에 여러 차례 곤욕을 치른 경험이 있어서 처음에는 꺼려하시더라.” 총 4년의 촬영 기간을 거쳐 왕민철 감독은 그가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보여주려는 것이 무엇인지 관객에 앞서 다큐멘터리의 대상에게 먼저 다가갔다. 그 노력 끝에 <동물, 원>은 ‘관람’이 아닌 ‘공존’을 위한 공간의 가치를 설파하는, 함께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사고를 열어주는 사려 깊은 다큐멘터리로 완성되었다.
독일의 스쿨 오브 미디어아트 쾰른에서 영화를 공부한 왕민철 감독은 극영화 촬영과 다큐멘터리 연출을 중점적으로 공부했다. <동물,원>은 내러티브가 중심이지만, 유럽 미디어아트의 형식을 다분히 담은 것도 그의 전공과 무관치 않다. 완성도 높은 연출과 시선을 담은 <동물, 원>은 2018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최우수상 ‘젊은 기러기’상과 2019년 서울환경영화제 대상을 수상하며 호평받았고, 지난 9월 개봉해 관객과 만났다. 물론 상영관 부족과 관객의 관심 부족 등 개봉은 녹록지 않은 경험이었다. 경기 인디시네마 지원제도에 그가 감사를 전하는 이유다. “큰 배급사가 없는 감독들은 개봉, 홍보 등 디테일한 부분에 있어서 방법을 모르는데, 경기 인디시네마 상반기 배급지원작으로 선정되어 <씨네21>과 예능 프로그램 <#방구석1열> 등에 소개되고, 지역 상영과 관객과의 대화(GV) 등의 기회를 얻었다.” 극장 다큐멘터리를 향한 관심이 점점 사라지고 있지만 힘을 내 또 다음을 준비 중이라는 왕민철 감독. “야생동물, 멸종위기의 동물을 다룬 <동물, 원>을 만들면서 독립다큐멘터리도 그런 상황이 아닌가 싶더라. 영화계 생태계 안에서 과연 야생에 나가서 살 수 있을까. 지원제도가 절실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