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라는 이유로 지휘자를 꿈꿀 수 없던 시대가 있었다. <더 컨덕터>는 1920년대 이후 뉴욕을 배경으로 역사상 유일하고 또 가장 성공했던 여성 지휘자 안토니아 브리코(크리스타너 더브라윈)의 굴곡 많은 인생 여정을 담은 영화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만큼 영화는 충실한 사건 재현에 공을 들였다. 한줄 시놉시스만 보아도 그녀가 어떤 사회적 차별과 멸시의 시선을 견디며 음악 수업을 받았을지 눈에 선하다. 어려서부터 음악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던 안토니아는 집안 형편 때문에 배우던 피아노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 한푼이라도 벌어 가족도 부양하고 음악도 계속하고 싶었던 그녀는 피아노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리지 않고 연주 아르바이트를 하기 시작한다. 지휘자의 꿈을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던 그녀는 부잣집 도련님인 프랭크(벤자민 웨인라이트), 상처를 지닌 연주자 로빈(스콧 터너 스코필드) 등을 만나면서 자신의 꿈을 향해 힘겨운 발걸음을 내디딘다. “여성은 지휘자가 될 수 없다”며 노골적으로 멸시하던 당시 클래식 음악계의 남성 중심적 분위기에 맞서는 안토니아의 씩씩한 매력이 영화에 품격을 더한다. 안토니아가 기어이 만들어낸 뉴욕여성교향악단의 연주 장면은 가슴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여전히 전세계에서 단 한명의 여성 상임수석지휘자가 나온 적 없다는 현실을 알리는 엔딩 자막은 안토니아 브리코가 평생을 싸워왔던 삶의 무게를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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