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아유]
<시동> 최성은 - 네 ‘깡’을 보여줘
2020-01-02
글 : 임수연
사진 : 최성열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청춘들이 성장통을 겪는 <시동>에서, 경주는 유일하게 매 순간 전력을 다하는 소녀다. 상대가 누구든 있는 힘껏 주먹을 날리고 아무리 맞아도 주저앉지 않고 어떻게든 반격한다. 새빨간 염색머리 때문에 등장하는 순간부터 시선을 사로잡는, 남다른 ‘깡다구’를 가진 이 인물을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신인배우가 연기해 신선함을 더한다. 실제로 <시동>은 학교에서의 단편영화 작업 외에 이렇다 할 필모그래피가 없는 배우 최성은의 장편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발탁한 건지 극장을 나오는 순간부터 관객을 궁금하게 만드는 신인을 만났다.

-<시동> 오디션 과정이 궁금하다.

=1차는 다른 영화 오디션과 비슷했고, 2차 오디션 때 감독님과 단둘이 미팅을 했다. 나라는 사람에 대해 많이 궁금해하셔서 그에 대한 말을 많이 했다. 그다음에 만났을 때는 내가 얼마나 몸을 잘 쓸 수 있는지 보고 싶어 하시더라. 그래서 제작사 외유내강 옥상도 뛰어다니고 거기서 줄넘기도 했다. (웃음) 시간이 많이 흐른 후 복싱 테스트를 해보고 싶다고, 2주 시간을 줄 테니 연습을 해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렇게 복싱 테스트를 받은 후 영화에 합류하게 됐다.

-원래 몸을 잘 썼나.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다. 연기하는 사람 중에 무용을 잘하는 사람이 많은데 난 아니었으니까. 또 춤추는 영상을 찍어서 보냈더니 감독님이 처음에는 내가 몸을 못 쓴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깡을 보여주겠다며 한겨울에 옥상에서 반팔 입고 맨발로 되도 않는 춤을 춰서 보냈다. (웃음) 그런데 나중에 복싱 가르쳐주시던 관장님에게 연기쪽으로 잘 안 풀리면 이쪽으로 오라는 말을 들었다. 그때 내가 몸을 못 쓰는 사람은 아니라는 걸 알았다. 무용과 운동은 다른 것 같다.

-<시동>이 관객에게 가장 잘 설득해야 하는 부분이 바로 ‘폭력’에 관한거다. 경주가 모텔 방에서 성인 남자들에게 얻어맞는다든지 택일(박정민)을 코믹하게 때리는 장면 등이 있는데, 자칫 폭력을 전시한다거나 희화화한다는 비판을 받지 않게끔 선을 잘 타는 게 신인배우에게 큰 과제였을 것 같다.

=영화를 찍을 때는 하나하나 계산하지 않았다. 그저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상대에게 맞서고 열심히 소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했다. 아버지와 싸우는 장면이 남아 있었다면 경주가 폭력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설명됐을 것 같은데, 그게 편집되면서 경주의 폭력을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관객이 있을까봐 걱정했다. 그런데 촬영하고 편집한 분들에게 감사했던 게, 만화적인 설정을 너무 잘 살려줘서 경주의 폭력이 거북하게 보이지 않더라. 그런 포인트를 스탭들이 잘 살려줬다.

-배우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사실 기억을 더듬어보면 확실한 모먼트가 있었던게 아니다. 막연하게 TV에 나오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초등학생 때부터 노래하고 연기하는 걸 좋아하긴 했다. 아직도 내가 왜 그랬는지 기억이 잘 안나는데, 조승우 선배님이 계원예고를 나왔으니 나도 계원예고에 가야겠다고 다짐했다. (웃음) 그러다가 예고를 다니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배우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 15학번으로 입학했다.

-신인배우로서 연기를 좀더 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어쨌든 연기는 내가 하는 거다. 그러니 나라는 사람의 성향과 나의 본모습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내가 가진 경험과 감정의 폭을 넓히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내가 할 법하지 않은 선택을 해보려고 의식적으로 시도한다. 그럴 때마다 느껴지는 새롭고 생경한 감각이 좋더라.

-지난해 촬영했던 독립영화 <10개월>에서 결혼하지 않은 연인의 아이를 가진 여자를 연기했다. 연극 <피와 씨앗>에서는 엄마를 죽인 죄로 수감됐던 아빠가 출소한 후 그로부터 신장이식을 받는 것을 거부하고 죽음을 기다리는 소녀로 나온다. <시동>도 그렇고 강한 설정이 있는 캐릭터들을 많이 연기했는데.

=다양한 역할을 연기하고 싶다. 요즘엔 망가져도 사랑스러운 캐릭터에 끌린다.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 천우희 선배님이 맡은 역할이 너무 좋았다. 감정의 폭이 깊은 인물도 연기해보고 싶다.

영화 2019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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