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2019 한국영화 B컷 컬렉션①] <기생충> <나쁜 녀석들: 더 무비> <나의 특별한 형제> <극한직업> <걸캅스> <생일> <강변호텔>
2020-01-07
글 : 김성훈

<기생충>

이재혁 스틸작가

온 가족의 웃음소리가 사진 밖까지 들리는 듯하다. 박 사장(이선균)의 가족이 캠핑을 간 사이, 기택(송강호) 가족이 거실에서 술판을 거하게 벌였다. 기우(최우식), 기정(박소담), 기택, 충숙(장혜진) 등 기택 가족이 차례로 박 사장의 집에 취직해 자축하는 자리이자, 이곳에서 쫓겨난 문광(이정은)이 다시 돌아와 긴장감이 고조되기 시작하는 중요한 장면이다. 촬영 진행상으로는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기택의 반지하 집에서 찍은 뒤 박 사장 집으로 곧바로 넘어온, 촬영 초반부”에 해당된다. 이재혁 작가는 “현장에서 네 배우의 분위기와 호흡이 굉장히 좋았다. 특히 (송)강호 선배가 최우식 배우를 잘 챙겨주었다”고 떠올렸다. 슛 사인이 떨어졌을 때 포착된 이 사진은 영화 속 감흥을 고스란히 전한다.

이재혁 스틸작가

뭐가 그리 만족스러운 걸까. 모니터를 보던 봉준호 감독도, 배우 송강호도, 그 뒤로 보이는 박소담, 장혜진도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기택 가족이 기사 식당에서 뷔페를 먹는 장면을 찍을 때다. 박 사장 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기우와 기정이 기택과 충숙을 데리고 기사 식당에 가서 한턱내는 장면이자, 기정이 기택에게 벤츠를 운전해본 적 있는지 확인하는 유머러스한 장면이다. 이재혁 작가는 “이 장면 또한 3회차 촬영 때 찍었다”며 “(송)강호 선배가 자신의 대사를 모니터로 확인하며 재미있어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기생충> 현장에서는 배우들과 봉준호 감독이 모니터를 보며 즐거워했던 순간이 꽤 많았다고 한다.

이재혁 스틸작가

“프랑스 여배우처럼 나왔다. (웃음)” 배우 이정은은 이 사진을 보자마자 무척 마음에 들어 했다는 후문이다. 문광이 복숭아 알레르기 소동을 겪은 뒤 박 사장 집에서 쫓겨나는 씁쓸한 상황이다. 이재혁 작가는 “박 사장 집과 동네는 전주에 지은 저택 세트와 성북동, 부암동에서 각각 찍었는데, 이 장면은 성북동에서 촬영했다”고 말했다. 급하게 쫓겨나는 바람에 미처 갈아입지 못한 실크 소재의 고급 의상과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과 스카프, 굳은 표정하며 문광의 모든 움직임이 무척 무거워 보인다. “마침 홍경표 촬영감독의 ‘매직아워’가 큰 힘을 발휘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해가 완전히 떨어지기 직전까지 서너번의 테이크 끝에 찍었다”는 게 이 작가의 소회다.

이재혁 스틸작가

근세(박명훈)와 문광 커플이 춤 연습을 하고 있다. 두 사람이 넓디넓은 거실 너머로 보이는 자연 풍경을 바라보며 칸초네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을 찍기 직전이다. 영화에서 매우 쓸쓸하고 가슴 아픈 장면이다. 마침 거실 안으로 쏟아져 들어온 해가 한때 잠깐이나마 행복했던 두 사람을 환하게 비춘다. 이 빛은 해의 방향에 따라 박 사장 저택 세트를 짓게 한 홍경표 촬영감독의 솜씨로, 이 장면 또한 “해가 들어오는 시간대를 기다렸다가 찍었”다. 이재혁 작가는 “압도적인 공간감이 부각되는 장면”으로, “많은 뮤지컬 작업을 했던 까닭인지 박명훈씨가 춤을 출 때 움직임이 무척 예뻤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나쁜 녀석들: 더 무비>

노주한 스틸작가

마동석이 촬영팀과 함께 셀카를 찍고, 프레임 밖에 있는 스탭들이 그 광경을 촬영하는 상황인 줄 알았다. 정확하게 설명하면 프레임 밖에서 휴대폰을 든 스탭들은 조명팀으로, 휴대폰의 플래시 기능을 조명 삼아 마동석과 촬영팀을 비추고 있는 상황이다. 스포일러 때문에 자세하게 설명할 수 없지만 웅철(마동석)이 동료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 매우 심각한 장면을 찍을 때다. 노주한 작가는 “전체 회차의 2/3가 진행돼 마동석 선배가 스탭들과 무척 친해졌을 때”라며 “슛이 들어가기 전에 마동석 선배가 갑자기 휴대폰을 꺼내 기념사진을 찍자고 했고, 카메라 반대쪽에 있던 조명팀이 공간이 좀 어두운 걸 보고 휴대폰으로 조명을 세팅하는 상황”이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나의 특별한 형제>

정경화 스틸작가

세하(신하균)는 이 사진처럼 셀카를 찍을 수 없다. 몸이 불편해 손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영화에 등장조차 하지 않는 이 광경은 신하균이 촬영하다가 느닷없이 휴대폰을 꺼내 이광수, 이솜과 함께 다정하게 사진을 찍으면서 벌어졌다.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셔터를 누른 정경화 작가는 “촬영 내내 현장 분위기가 좋았다”며 “이 사진 속 셀카는 세 배우가 친해지는 과정에서 벌어진 상황”이라고 회상했다. 그에게 <나의 특별한 형제>는 신하균, 이광수, 이솜 세 배우의 호흡이 촬영 내내 유쾌한 기운을 불어넣은 작업으로 기억된다. 장애 때문에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는 형 세하와 기린처럼 키가 큰 동생 동구(이광수)를 한컷에 담는 게 그의 중책이었다. “극중 인물 설정 때문에 투숏을 찍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극한직업>

송경섭 스틸작가

감정을 끌어올리는 진선규, 공명(오른쪽부터)과 달리 이하늬는 카메라를 향해 장난스러운 포즈를 취한다. 슬레이트를 치기 직전이라 곧바로 슛 사인이 떨어질 법한 상황인데 이하늬만 여유만만이다. 마약반 형사 5명이 치킨집에 숨어 범죄 조직 보스(신하균)를 잠복 수사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이 누군지 의심하는 치킨집 사장(김종수)의 주의를 돌리기 위해 “하나, 둘, 셋” 구호에 맞춰 먼저 일어나는 게임을 하는 장면이다. 송경섭 작가는 “벌칙에 걸려 맞는 설정이라 테이크를 갈 때마다 긴장한 진선규, 공명과 달리 이하늬는 맞지 않아도 돼 장난을 쳤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영화 속 치킨집은 인천의 한 주택가에 위치한 건물을 영화에 맞게 작업한 오픈세트다. “공간이 넓지 않은 탓에 사진 찍기가 만만치 않았다. 동네 주민들이 ‘새 통닭집이 오픈했냐’며 몰려들었던 기억이 난다. (웃음)”

<걸캅스>

노주한 스틸작가

온몸에 그을음을 뒤집어쓴 라미란, 이성경, 윤상현 세 사람의 표정이 제각각이다. 사진만 보면 누가 라미란을 울렸는지 짐작하기 어렵다. 사연이 많아 보이는 이 상황은 영화에서 미영(라미란)과 그의 남편 지철(윤상현)이 디지털 성범죄 사건의 용의자에게 붙잡힌 지혜(이성경)를 구출하기 위해 범죄 현장에 뛰어들었다가 붙잡힌 뒤 겨우 탈출하는 장면이다. 노주한 작가는 “세 사람이 폭발 위험에서 살아남아 안도하는 장면으로, 슛이 들어가기 전에 파란색 옷을 입은 연출부가 라미란 선배에게 밧줄을 다시 묶으려고 간 순간”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시간임에도 재미있는 광경이 연출될 수 있는 건 “모이기만 하면 시끄러울 만큼 가만히 있지 않는 세 배우 덕분”이라고 한다.

<생일>

전혜선 스틸작가

수호(윤찬영)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2014년 4월16일에 세상을 떠난 수호에 대한 기억을 나누는 생일 모임 장면이다. 아빠 정일(설경구), 엄마 순남(전도연) 등 수호 가족을 포함해 안산 활동가, 수호 친구, 수호의 옆집 식수 등 남은 사람이 떠난 사람을 추모하는 중요한 엔딩 신이다. 등장인물이 많고 그들이 나누는 감정이 중요한 만큼 “와이드숏, 클로즈업숏 등 각기 다른 역할을 가진 카메라 3대가 투입돼 3회차에 걸쳐 진행”됐다. 전혜선 작가는 “촬영 첫날은 원신 원컷으로 진행됐고, 한컷에 무려 20분 넘게 다큐멘터리를 찍듯이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여름이었는데 배우 모두 눈과 코가 새빨개질 만큼 울었다. 뷰파인더를 통해 그들을 찍으면서 나 또한 너무 많이 울어서 콧물이 코에 덜렁덜렁 매달릴 정도였다.” 컷 소리와 함께 모두 실신할만큼 배우도 스탭도 온 마음을 다해 찍은 장면이다.

<강변호텔>

미상

홍상수 감독의 영화 촬영 현장에서는 의도하지 않은 일들이 일어난다. 이 사진은 2018년 2월 12일 진행된 <강변호텔> 7회차 현장. 영화의 주요 공간 중 하나인 호텔 하이마트에서 이진근 촬영조수, 김형구 촬영감독, 홍상수 감독, 배우 기주봉, 조희영 스크립터, 이동휘 매니저(왼쪽부터)가 나란히 모니터를 확인중이다. 참, 홍상수 감독의 영화 현장에는 스틸작가가 따로 없다. 영화를 제작한 전원사는 “스탭 모두 자신이 찍은 사진인지 잘 모르겠다고 알려와서 촬영한 사람이 누군지 알 수가 없다”고. 이러한 비하인드 스토리마저 어쩐지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닮아 신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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