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루키 맞아요! (웃음)” 아이돌 그룹 걸스데이의 메인보컬 방민아는 지난해부터 홀로서기에 적응하는 중이다. 그룹이 정식으로 해체한 건 아니지만 멤버들은 개인 활동을 통해 각자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노래와 연기와 예능을 모두 섭렵한 끼 많은 데뷔 10년차 아이돌이라 생각했건만 의외로 방민아는 두근대는 마음으로 출발선에 새로 선 신인 같았다. “생각해보면 10년 전에 루키 얘길 들었다. 다시 신인으로 불러주니 기쁘고, 이제 다시 시작이구나 싶다.”
노래하고 무대에 서는 일도 행복했지만 아이돌 활동을 하며 틈틈이 경험한 연기 또한 “어느 순간 소중한 일”이 되었다. 연기를 시작하게 된 건 “우연치 않은 기회에 제안이 온” 영화 <홀리>의 주연을 맡으면서부터다. 이후 <미녀 공심이> <절대그이> 등 드라마를 꾸준히 찍었고, 최근엔 이우정 감독의 독립영화 <최선의 삶>(가제)으로 오랜만에 다시 영화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다. “솔직히 과거에 영화를 어떻게 찍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것도 모른 채 시작했었으니까. 그래서 궁금했다. 지금의 내가 영화를 하면 어떨까. 어떤 느낌일까.” <최선의 삶>의 시나리오를 읽었을 땐 “마음에 크게 회오리가 치는 듯했다”. 단편 <애드벌룬>(2011), <송한나>(2008) 등을 연출한 이우정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자 임솔아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최선의 삶>은 3명의 여자 고등학생 강이(방민아), 아람(심달기), 소영(한성민)이 겪는 방황과 관계의 균열을 그리는 영화다. 방민아가 연기하는 평범한 10대 강이는 예쁘고 공부도 잘하고 인기도 많은 소영을 동경하고 좋아하는 아이다. “이토록 깊고 무거운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을까 겁이 났지만, 강이를 보면서 나와 비슷한 점을 많이 발견했다. ‘어, 강이도 이랬네. 나도 그랬는데.’ 내가 10대 때 느꼈던 감정들, 트라우마로 남아 있던 기억들을 어쩌면 끄집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최선의 삶>을 끝내자마자 선택한 차기작은 이은정 감독의 <오랜만이다>이다. 음악을 통해 현재와 과거의 모습을 돌아보는 두 청춘 남녀의 하루를 그린 <오랜만이다>에서 방민아는 싱어송라이터를 꿈꾸는 연경 역을 맡아 이가섭 배우와 호흡을 맞춘다. 그 덕에 요즘은 기타 배우는 재미에 빠졌다.
두편의 영화로 만나게 될 방민아는 아이돌 민아와는 분명 다른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그 둘을 구분 지을 필요는 없어 보인다. “노래하는 민아도 연기하는 방민아도 모두 ‘나’다. 어디에 소속되어야 한다는 마음보다 지금은 그저 나를 알아가고 싶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아이돌로서의 꿈을 이룬 뒤 한동안 무기력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요즘은 설레는 마음으로 새로운 챕터를 향하고 있다. 방민아의 챕터2가 이제 막 시작되려한다.
●이우정 감독이 말하는 방민아
“방민아 배우는 머리가 깨지도록 고민하는 사람이다. 첫 미팅 때도 작품에 대해 머리가 빠개지도록 고민하고 온 게 느껴졌다. (웃음) TV나 인터넷으로 접했던 아이돌 방민아와 실제의 방민아는 무척 다른 사람이었다. 아이돌일 땐 크고 화려한 사람이라 느꼈는데, 이번에 같이 작업하면서 섬세하고 여리고 느린 모습, 일렁일렁하는 모습들을 보게 됐다. 이 배우를 평생 응원하기로 했다.”
●필모그래피
영화 2020 <최선의 삶>(가제) 2020 <오랜만이다> 2014 <아빠를 빌려드립니다> 2013 <홀리> TV 2019 <절대그이> 2016 <미녀 공심이> 2015 <달콤살벌 패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