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구독자들에게 말을 거는 컨셉인가요, 아니면 기자님과 대화하는 것처럼 찍나요?” 동영상 인터뷰를 촬영하기 전, 장동주가 시선 처리를 정확히 하고 싶다며 기자에게 물어왔다. 2020년 주목할 만한 신인배우들을 찾기 위해 영화계에 수소문했을 때 여러 관계자에게서 그의 이름이 나온 이유를 곧 납득할 수 있었다.
장동주가 가진 당당한 매력, 그리고 다채로운 재능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은 2월 개봉예정인 <정직한 후보>다. 그가 연기하는 봉은호는 갑자기 거짓말을 할 수 없게 된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의 아들이다. 버클리 음대에서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던 은호는 총선 준비를 돕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오는데, 어머니의 선거 운동을 위해 가무 실력을 발휘하는, 이른바 “끼를 폭발시키는” 신도 있다. 다른 20대 배우들과 다르게 대사를 치는 오디션 영상을 눈여겨본 장유정 감독은 그를 직접 만난 2차 오디션에서 시나리오를 영어로 바꿔서 해볼 것을 주문했다. “요즘은 배우가 되려면 영어도 잘해야 한다”는 어머니의 권유로 고등학교 시절 1~2년 정도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유학한 경험을 눈 여겨본 것이다. 한국어를 직역하기보다 캐릭터에 맞는 스타일로 바꾸는 순발력에 만족한 감독은 최종 미팅이 끝난 후 “네가 바꿨던 대사들을 파일로 보내달라”고 요청해 최종 시나리오에 반영하기까지 했단다. 영화에서 장동주는 부모로 나오는 라미란·윤경호 같은 베테랑 배우들과 티키타카식으로 대사를 주고받는 빠른 호흡의 코미디 연기를 선보인다. “무언가를 하려고 하는 순간 보는 사람에게는 웃기지 않는다. 그러니까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라미란의 말이 그에게 중요한 지침이 됐다고 한다. 최근에는 권혁재 감독의 <카운트>(가제)에 캐스팅돼 주5일 복싱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카운트>는 과거에 오심으로 금메달을 땄다고 비난받는 체육선생 박시헌(진선규)이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제자들을 가르치는 이야기다. “걱정도 되고 욕심도 나는 캐릭터다. 경주 출신이라 경상도 사투리 연기는 덕을 보고 있다. (웃음)”
장동주는 신인배우에게 앞으로의 포부를 물었을 때 가장 의외의 대답을 들려준 배우이기도 하다. 정말 먼 미래에는 영화도 제작할 수 있는 시야가 넓은 배우가 되기 위해 현장에서 나름 공부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촬영이나 연극 연습을 가면 배우로서 임무만 다했다면, 이제는 스탭들에게 촬영 관련된 은어도 물어본다. 배우와 스탭 사이에 주고받는 말뿐만 아니라 스탭들끼리 주고받는 용어도 알아야 내가 찍는 게 어떤 작품인지 알 수 있다. 내가 찍는 영화나 드라마가 어떻게 제작되어 파급력을 갖게 되고, <씨네21> 같은 매체와 콘텐츠는 어떻게 연계되고, 이 업계가 거대한 산업이 되는지…. 그동안 내가 너무 멍청하게만 있었던 거 같다.” 최근엔 수업 시간에 교수님이 틀어주지 않는 이상 보지 않았던 고전영화도 찾아보기 시작했다고. “가령 찰리 채플린 영화를 보면서 지금의 코미디 장르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 뿌리를 알 수 있다. 연기에 정답은 없지만, 더 효율적인 연기 방식은 있더라. 이렇게 고전을 찾아보며 영화사적 흐름을 인지하면 연기에도 도움이 된다.” 이게 인터뷰 경험이 거의 없다는 신인과의 대화가 맞나? 볼수록 호기심이 발동하고 계속 관찰하고 싶은, 희귀한 뉴페이스를 만났다.
●장유정 감독이 말하는 장동주
“오디션에서 <담배가게 아가씨>를 불렀다. 휴대폰으로 가사를 보면서 부르는 다른 친구들과 달리 카메라나 감독을 똑바로 쳐다보며 노래하더라. 선배들과 함께하면서도 기가 죽지 않는 친구다. 남이 시키는 것만 하지 않고 뚜렷한 자기 의견이 있는 요즘 젊은이인데, 그걸 예의를 갖춰 전달하는 법을 안다. 연기할 때도 동물적인 균형감각과 빠른 적응력을 보여줬다. 잘하고 싶은 갈망이 보여서 너무 예쁘다. 앞으로 잘될 거라고 믿는다.”
●필모그래피
영화 2020 <정직한 후보> 2018 <못말리는 컬링부> TV 2019 <연애 기다린 보람-내 사랑 울산큰애기> 2019 <미스터 기간제> 2019 <로스:타임:라이프: 더 라스트 찬스> 2018 <복수가 돌아왔다> 2017 <드라마 스페셜–나쁜 가족들> 2017 <크리미널마인드> 2017 <학교 20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