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유하자면) 편집이란 시선의 춤이 되어야 한다. 따로 촬영된 두개의 필름을 단순히 붙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시간을 압축해 관객을 이끌고, 이미지와의 대화를 통해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한다.” <포드 v 페라리>의 편집자 마이클 매커스커는 영화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선명하게 정리한다. 사실 이것은 특별한 비법이 아니다. 할리우드 내러티브 영화가 100년 동안 갈고닦아온 기본 중의 기본이다. 하지만 갈수록 기본에 충실한 영화가 드물어지고 있는 지금, 이 당연하고 묵묵한 원칙들이 새삼 빛을 발한다. 2020년 아카데미 편집상을 수상한 <포드 v 페라리>가 바로 그 증거다. <포드 v 페라리>는 영화미학의 영토를 확장시키는 종류의 영화가 아니다. 그저 탄탄한 대본에 충실한 연기, 이를 조합한 성실한 연출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영화의 기본적인 구성 요소가 완벽하게 들어맞았을 때의 호소력은 그 어떤 영화도 도달하기 힘든 곳으로 관객을 이끈다. 마치 자동차라는 원점으로 돌아가 서킷을 지배한 포드 자동차처럼 말이다. 그리고 적어도 조합과 연출이라는 측면에서 영화의 핵심은 다름 아닌 편집이다.
<앙코르>부터 <3:10 투 유마> <나잇 & 데이> <로건> <포드 v 페라리>까지 제임스 맨골드 감독과 꾸준히 작업해온 마이클 매커스커는 제임스 맨골드 영화의 엔진을 담당해왔다. 영화이론을 전공한 그는 할리우드에서 제작부 스탭으로 경력을 시작한다. TV시리즈 <심슨>의 작업에 참여하기도 한 매커스커는 점차 편집쪽으로 눈을 돌리고 여러 TV쇼의 편집을 담당한다. 매커스커에게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한 이는 올리버 스톤 감독의 <7월 4일생>(1989)으로 아카데미 편집상을 수상한 데이비드 브레너였다. 데이비드 브레너팀의 일원이 되어 5년 넘게 작업을 함께한 매커스커는 바로 제임스 맨골드의 <앙코르>를 통해 마침내 자신의 이름을 건 편집을 시작한다. <앙코르>를 맡았을 때 스튜디오로부터 교체의 압박도 있었지만 매커스커와 함께하길 원했던 제임스 맨골드의 지지에 힘입어 순조롭게 작업을 마칠 수 있었고 그해 아카데미 편집상 후보에도 올랐다.
마이클 매커스커 편집의 핵심은 눈에 띄지 않는 것이다. 제임스 맨골드가 두 인물의 동선을 따라가는 버디무디의 형식을 즐긴다면 마이클 매커스커는 이에 맞춰 서로 다른 인물들의 특성들을 자연스럽게 교차시키며 감정을 찬찬히 쌓아간다. 매커스커는 편집이 이야기에 봉사하는 도구라는 사실을 정확히 꿰뚫고 있다. 그는 앞서가지 않고, 기교를 부리지도 않음으로써 캐릭터의 깊이를 잡아낸다. 대체로 평이하게 흘러가는 제임스 맨골드의 영화를 단단하게 다져주는 것은 결국 마이클 매커스커의 기본에 충실한 편집인 셈이다. 매커스커의 편집은 다른 영화들이 보고 참고할 만한 모델이 된다는 점에서 하나의 전형을 완성했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현재 할리우드 내러티브 영화가 도달한 정답 중 하나일 것이다.
직선의 끝에서 교차하는 인물들
<포드 v 페라리>는 레이싱 경주를 주제로 한 영화인 만큼 화려한 편집과 시청각적 쾌감을 선사한다. 하지만 진정 놀라운 점은 경주 장면을 다 덜어낸다 하더라도 이 영화의 서사와 캐릭터의 감정을 전달하는 데 그다지 지장이 없다는 점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완전히 다른, 자동차 디자이너 캐롤(맷 데이먼)과 레이서 켄(크리스천 베일)의 사소한 특징까지 세심하게 대비시키는 편집은 서로 다른 길을 가는 두 사람의 폭을 조금씩 좁힌 끝에 마침내 트랙 위에서 교차시킨다.
2019 <포드 v 페라리> 2017 <로건> 2017 <위대한 쇼맨> 2016 <걸 온 더 트레인> 2014 <제임스 브라운> 2012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010 <나잇 & 데이> 2008 <오스트레일리아> 2007 <3:10 투 유마> 2005 <앙코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