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지만 독특한, 자유분방함이 돋보인다. 무엇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할 줄 아는 필자다. 오진우 당선자는 <씨네21> 영화평론상에 세 번째 응모지만 늘 처음 도전하는 심정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보면 영화의 스펙트럼을 크리스토퍼 놀란에서 오즈 야스지로까지로 설정하지 않나. 그렇게 분류하자면 나는 놀란에서 출발해서 오즈로 가는 중인 사람이다. 지금은 빔 벤더스의 <도쿄가>쯤 온 것 같다.”
-올해 심사위원들은 안정감보다는 모험심에 손을 들어주었다.
=<씨네21> 영화평론상에 응모한 건 2017년, 2018년에 이어 세 번째다. 앞서 두번의 응모 후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영상원 이론과에 지원했다. 내겐 입학시험이 이 일을 계속 해도 좋을지 아닐지에 대한 시험이었다. 다행히 합격하여 지금 이 자리에 있다. 어릴 적엔 <씨네21> 기자가 되고 싶었고, 평론가는 뭔가 넘을 수 없는 산 같았다. 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뭔가 비현실적이다. (웃음) 영화를 보고 어떤 식으로든 표현하고 싶어 여러 방식으로 작업을 이어나가는 중이다.
-2019년 ‘이강현과 얼굴들’로 제2회 ‘독립영화비평상’ 오디오비주얼필름 크리틱 부문의 최종 후보에 올랐다. 이번 이론비평 응모작 ‘이강현의 얼굴(들)’은 그 연장에 있는 글쓰기였나.
=독립영화비평상에는 지난해와 지지난해 모두 응모했었다. 어찌됐든 나는 계속 이 길을 걸어갈 테니 될 때까지, 손이 닿는 모든 문을 다양한 형태로 두드려보고 싶었다. 이강현 감독의 <얼굴들>은 내게 원소스 멀티유즈랄까. (웃음) 오디오비주얼필름 크리틱을 만들고, 비평 글도 쓰고, 한예종 졸업논문으로도 준비 중이다.
-형식과 틀에 얽매이지 않는 독특한 상상력과 뚝심 있는 접근이 돋보인다.
=전화위복이란 건 이런 의미다. 글이라는 형식에서 잠시 떨어져 보니 나의 호흡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오디오비주얼필름 크리틱 심사평 중 “거칠고 산만한 단서의 나열” 이란 지적이 있었는데 그게 내 한계인가 싶기도 했지만 어쩌면 고유의 특성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비평 글쓰기의 기반이 문학적인 소양 기반이라면, 내 경우엔 랩이나 대중가요 가사가 주는 리듬들이 더 친숙하고 끌린다.
-지면으로 소개되는 영화비평은 점차 그 자리가 축소되고 있다. 그럼에도 비평을 쓰고자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평론의 위기보다 내 개인적인 위기가 더 크다. (웃음) 비평은 늘 문제였고, 그래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 (웃음) 확장한다면 내 외연의 확장이 더 시급하다. 예를 들면 <씨네21>에 글을 쓰는 것과 별개로 오디오비주얼필름 크리틱은 계속 참여할 거고 올해 공모전에도 응모할 생각으로 작품도 이미 준비 중이다.
-앞으로 어떤 글을 쓰고 싶은가.
=당선 소식을 듣고 며칠 동안 잠을 못 잤다. 우선은 아무도 하지 않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 글을 쓸 때도 내 아이디어가 혹시 이미 나온 이야기와 겹치지 않는지부터 확인한다. 앞으로도 아무도 하지 않은 이야기, 한끗이라도 다른 이야기를 꺼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