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 시리즈, <백 투 더 퓨처>(1985), <소스 코드>(2011), <타임 패러독스>(2014), <엣지 오브 투모로우>(2014) 그리고 <어벤져스> 시리즈까지. <테넷> 개봉과 함께 시간 이동과 그에 따른 역설을 매력적으로 풀어낸 작품들이 다시 호출되고 있다. 여기, <테넷>의 이성과 감성에 레퍼런스가 되어줬을지 모를 이야기 몇편을 모아봤다.
소설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 2007
SF 소설가 테드 창이 2007년에 발표한 단편이자 지난해 출간된 소설집 <숨>에 첫 순서로 실린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에도 시간 여행을 위한 ‘문’이 등장한다. 이에 영감을 준 이는 물리학자 킵 손. 그는 <인터스텔라>에 이어 <테넷>의 개발 단계에서도 과학 자문을 해준 것으로 유명한데, 그가 놀란에게 전했을 회전문 아이디어의 단서를 테드 창의 작가노트에서 찾을 수 있다. “킵 손이 묘사한 타임머신은 한쌍의 문에 가까웠고, 한쪽 문으로 들어가거나 거기서 나오는 물체가 일정 시간이 흐른 후 다른 문에서 나오거나 거기로 들어가는 식으로 가능했다. 더 흥미로웠던 것은 킵 손이 수학적 분석을 통해 이 타임머신은 과거를 바꾸지 못하고, 시간선의 경우도 자기모순이 없는 단 하나의 시간선만이 존재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는 점이었다.”
<프리머> 2004
첫눈에 <테넷>을 즐겼다면 N회차가 불가피하다. 영화가 품은 타임라인을 보다 선명히 이해하기 위함일 테다. 그 과정을 거쳐 완성된 관객 각자의 그래프가 각종 커뮤니티에 올라오고 있다. 십수년 전에 그러한 관람법을 전파하고 다수의 포럼까지 형성한, 영화 팬들 사이에서 난해하기로 정평난 영화 한편이 있다. 바로 셰인 카루스 감독의 데뷔작이자 제20회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 <프리머>. 타임머신을 개발한 친구들이 과거의 자신을 마주하고, 다른 선택을 해나가면서 타임라인의 가지를 쳐나가는 이 영화는 “감독 말고는 스토리를 완벽히 정리할 수 없다”는 감상평과 함께 지금까지도 각기 다른 해석을 낳고 있다.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2016
<테넷>을 본 이들이 가장 아련히 기억할 어제와 오늘의 교차가 주도자(존 데이비드 워싱턴)와 닐(로버트 패틴슨)의 관계에 있다. 여기서 시간을 순행하는 남자와 역행하는 여자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 영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를 떠올린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 영화는 평행 세계를 가정하고, 달의 공전에 따라 남자가 속한 세계와 여자가 속한 세계가 5년에 한번, 30일씩 만나게 된다는 설정을 내세운다. 서사가 뿌리내린 세팅은 판이하지만, 시간을 역행했기에 모든 과정을 기억하는 인물의 감정은 통한다.
<컨택트> 2016
“일어난 일은 일어난다”는 닐의 대사는 어쩐지 무력감보다 기개를 느끼게 한다. 시간의 대칭성을 통찰한 그에게서 <컨택트>의 루이스(에이미 애덤스)를 떠올릴 수 있다. 언어학자 루이스가 외계인의 언어를 연구하면서 점차 시간과 세계를 달리 인식하게 되는 이 영화는 결국 모든 것을 알게 된 상태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를 다시 묻는다. 테드 창의 원작 소설 <네 인생의 이야기>를 각색해 시간의 재인식과 선택의 문제를 장르적 틀 안에서 흥미롭게 다룬 <컨택트>는 <테넷>과 같은 철학을 공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