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애니페스트2020의 대상 ‘인디의 별’을 따낸 주인공은 스톱모션애니메이터 김강민 감독이다. 현재 미국 LA에서 프리랜서 애니메이터로 활약 중인 김강민 감독은 애니메이터 겸 그래픽디자이너로 생업을 유지하는 가운데 짬짬이 시간이 날 때마다, 결과적으론 3년 남짓한 터울로 단편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신작 <꿈>은 그동안 만든 네편의 작품 중에서 가장 사적이고도 솔직한 애니메이션이다. “별일 없지?” “아무 일 없는데. 왜, 엄마 무슨 꿈 꿨어?” 누구나 한번쯤 나눠봤음직한 대화로 시작하는 <꿈>은 중요한 순간마다 꿈을 꾸는 엄마의 이야기를 담았다. <사슴꽃>으로 2016년 자그레브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스페셜 어워드를 수상했고, 2018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트레일러를 제작하기도 한 김강민 감독은 올해 인디애니페스트2020 대상을 받고서도 여전히 겸손하게 “배우는 중”이라고 답했다.
-대상 축하드린다.
=한국 단편애니메이션 작가들은 나날이 성장 중이라 매해 자극을 받는다. 제작기간이 길지 않아 솔직히 상을 타리라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그저 놀랍고 기쁘고 감사하다. 프리랜서 생활을 하다 보니 스케줄을 예측하기 쉽지 않고 잠깐 시간이 비는 한두달 사이에 개인적인 작업을 하는 식이다. 하고픈 이야기를 늘 품고 있긴 한데 그렇다고 제작지원을 받아서 한 작품만 붙잡고 있을 순 없는 형편이라 자연스럽게 내가 할 수 있는, 내 주변의 이야기를 꺼내게 된다.
<꿈> 감독 김강민 / 상영시간 9분 / 제작연도 2020년
-전작들이 아버지, 아들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꿈>은 어머니의 예지몽에 대한 사연을 담았다.
=어릴 적부터 어머니가 예지몽을 자주 꾸었다. 에피소드는 셀 수 없이 많은데 그중 불, 벌레, 호박이 나오는 꿈과 시체가 나오는 꿈 하나를 보태 4개의 꿈을 골라서 엮어보았다. 앞의 세개의 꿈은 보편적인 해몽이 가능한, 긍정적인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꿈들이다. 마지막 꿈은 좀더 사적이고 깊은 사연을 담고 있다. 아마도 다음 작품은 여기서 이어지는 이야기를 다룰 것 같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공개할 수 없지만 가제는 <무릎>이다.
-스톱모션은 질감이 중요하다. 이번엔 무엇을 주재료로 사용했나.
=소파 등에 들어가는 폼 블록을 썼다. 주변에서 구하기 쉬우면서도 카메라로 봤을 때 재료의 특성이 잘 보일 수 있어서 골랐다. 중간에 캐릭터들이 녹아내리는 장면이 있는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트레일러를 제작하면서 처음 배웠던 기법을 발전시켜봤다. 흰색 폼을 쓰다 보니 결과적으로는 흑백영화처럼 되었는데, 현실적인 이유는 제작비 때문이지만 빛의 느낌을 정확히 부각할 수 있어서 좋았다.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꿈이라는 소재에도 적절한 것 같고. (웃음)
-“나는 꿈을 꾸지 않는다. 하지만 내 주변에는 엄마의 꿈들이 나를 보호막처럼 에워싸고 있다”는 내레이션이 인상적이다. 장면의 이미지는 따뜻하면서도 한편으론 답답하기도 하다.
=항상 나를 위해 기도하고 마음을 보내는 어머니께 감사하다. 그게 기본이지만 한편으론 틀 안에 가두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꿈이 안 맞는 경우가 더 많은데도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다고 하면 괜히 불안해지는, 보호막이자 족쇄 같은 느낌이 있다. 세개의 긍정적인 꿈과 마지막 하나의 부정적인 꿈을 고른 이유도 그런 복잡한 심경을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고전영화 비디오를 틀었을 때처럼 로고를 활용한 오프닝이 재미있다.
=이 질문을 해줘서 감사하다! 중학교 방학 때면 늘 집에서 홍콩영화를 비디오로 빌려봤다. 그때 만날 나오는 네모난 사각형의 4개의 로고가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홍콩 영화제작사 골든 하베스트의 로고였다. 언젠가 꼭 한번 그걸 오마주하고 싶었다.
-차기작은 언제쯤 볼 수 있나.
=현재 배급사 씨앗과 함께 <꿈>을 들고 영화제를 돌고 있는 중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영화제들이 많이 축소되면서 상영 기회를 잡기가 어려운데 최대한 많은 분들에게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 인디애니페스트2020의 수상이 다음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기회와 동력을 주었다. 장편에 어울리는 이야기가 내 안에서 피어난다면 도전해볼 수도 있겠지만 장편을 만들기 위해 소재를 일부러 찾고 싶진 않다. 그저 앞으로도 나의 호흡을 유지하며 꾸준히 작업해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