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인도, 우크라이나, 노르웨이 등 방대한 로케이션 촬영, 첩보물, 시간을 역주행하는 인버전, 특수효과 등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인터스텔라>(2014), <덩케르크>(2017)에 이어 세 번째 호흡을 맞춘 호이터 판호이테마 촬영감독이 <테넷> 시나리오를 읽고 “기술적인 도전이 많은 영화”라고 생각한 것도 그래서다.
“시나리오는 복잡한 스위스 시계처럼 정교했고, 서사는 매우 새로우면서도 열려 있었다. 우리는 창의적으로 밀어붙일 필요가 있는 동시에 현실적이고 믿을 만한 이야기로 만드는 게 중요했다.” 촬영, 미술, 특수효과, 시각특수효과 등 모든 기술 파트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는게 놀란의 현장에서는 필수였다. “크리스토퍼와 일하는 게 좋다. 가슴이 흥분된 채 신선한 컨셉과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의지가 강하고, 그래서 그의 작업은 도전과 책략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퍼와 일하려면 융통성이 필요하다”는 게 호이터 판호이테마 촬영감독의 얘기다.
<인터스텔라> <덩케르크> 등 전작과 소재도 장르도 다르지만 <테넷>의 촬영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장이 오롯이 새겨져 있다. 이번에 아이맥스 카메라가 투입된 것도 1.43:1 화면비를 통해 첩보물이 가진 스펙터클을 펼쳐내기 위한 목적이다. “나나 크리스토퍼나 영화 형식이 가진 명확성, 유기성, 생동감을 선호한다. 모든 촬영 현장에서 우리는 무언가를 배우고, 그것을 발판 삼아 진일보한다.” 특히 인물이 시간을 역주행하는 인버전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건 그에게 큰 도전이었다. “아이맥스 카메라로 시간을 역주행하는 걸 찍기 위해 스턴트팀, 배우들과 긴밀하게 논의해 상황에 맞는 움직임을 만들어냈다. 무중력(<인터스텔라>) 같은 다른 차원의 공간을 보여주기 위해 여러 영화적 장치를 동원했고, 이러한 조합을 통해 전체적인 청사진을 그려낼 수 있었다.”
카메라와 연기를 시퀀스 상황에 맞게 네 방식(카메라를 순방향으로 돌리고 연기도 순방향으로 하고, 아니면 카메라를 역방향으로 돌리고 연기도 역방향으로 시도했다. 반대로 카메라를 역방향으로 돌리고 연기를 순방향으로 했고, 카메라를 순방향으로 돌리고 연기를 역방향으로 했다.-편집자)으로 찍은 것도 그런 계산에서 나온 결정이다.
전작이 그랬듯이 <테넷> 또한 시각특수효과보다 특수효과를 더 선호하는 놀란 감독의 성향이 적극 반영됐다. 실제 보잉 747 비행기가 활주하다가 공항 건물에 충돌하는 오슬로 프리포트 시퀀스는 “몇달 동안 준비해 찍은 장면”이다. “야간 공항의 전체 공간을 촬영 동선에 맞게 재구성했고, 카메라, 비행기 등 여러 장치들이 톱니바퀴처럼 움직여야 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스위스 출신인 그는 폴란드 영화학교 우츠에서 다큐멘터리를 전공했고, 스웨덴영화 <렛미인>(2008)으로 이름을 알린 뒤 할리우드로 진출해 <파이터>(2010),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2011), <그녀>(2013) 등으로 인정받았으며, <인터스텔라>를 시작으로 크리스토퍼 놀란 사단에 합류했다. “혼합물처럼 다양한 르네상스 속에서 시와 결합한 영화(다큐멘터리) 제작의 메커니즘에 큰 영향을 받았다. 이것이 우츠에서 영화를 배우는 동안 발전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지금 영화를 만드는 데 중요한 자양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