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강철비2: 정상회담' 배우 유연석 - 비슷하면서도 새롭게
2021-06-24
글 : 임수연
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유연석이 북한 위원장을?” <강철비2>에 대한 캐릭터 정보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한 시점, 사람들을 가장 놀라게 한 것은 아마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어린이들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는 소아과 의사, 신부님이 될 수도 있었던 그 캐릭터를 연기한 유연석이었을 것이다. 연기한 당사자마저도 “청와대 경호팀이나 외교팀 같은 남한쪽 캐릭터를 제안할 거라고 생각했고 북한쪽 인물일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북한 위원장일 줄은 더더욱”이라고 고백했다. 설정만 봤을 땐 그와 동갑(1984년생)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연상되지 않을 수 없는 캐릭터인데, 막상 영화를 보면 ‘조선사’는 실존 인물과의 유사성보다 허구 캐릭터의 인간적인 면모가 도드라진다.

-극중에서 연기한 조선사는 뉴스에서 보던 북한 위원장의 이미지와 사뭇 다르다. 아주 똑똑하고 자신을 견제하는 내부 세력의 존재를 예감하고 우려하는 젊은 청년이다.

=비슷한 연령대의 청년이 사회주의 체제의 한 나라를 이끌어가면서 가지게 되는 고민들을 그려내려고 노력했다. 강대국들과 맞서야 한다는 것이 굉장히 큰 중압감으로 다가올 텐데 이런 것들을 전혀 내색하지 않고 지도자로서 원하는 결과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인물이다.

-독특한 걸음걸이라든지 약간 턱을 들고 언짢아하는 표정 같은 것은 미리 잡아두고 연기한 듯하다. 조선사의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는 표정과 행동을 어떻게 만들어나갔나. 헤어스타일과 의상에 대한 고민 역시 있었을 듯한데.

=젊은 나이에 군부세력까지 장악한 최고 지도자가 됐기 때문에 인물이 더 크고 당당하게 보이도록 하는 표정과 행동을 만들어나갔다. 헤어스타일의 경우 북한이나 사회주의 체제의 간부들이 하는 스타일 가운데 일맥상통하는 부분들을 참고했다. 의상은 과장해서 크게 입는다든지 타이트하게 입기보다는 조선사라는 인물이 편하게 소화할 수 있는 느낌의 인민복으로 준비했다.

-북한어와 영어로 연기를 한다. 경남 진주 출신이라는 걸 사람들이 거의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사투리를 완벽하게 고쳤을 때부터 알아봤지만(웃음), 언어 습득 능력이 타고난 게 아닐까 싶더라. 연습 과정이 궁금하다.

=먼저 북한에서 영화감독을 한 분에게 자문을 얻었다. 탈북민들이 북한말에 대해 알려주는 영상이나 북 위원장의 인터뷰가 담긴 영상 클립을 참고하기도 했다. 다만 실제 인물을 똑같이 따라 하려고 하지는 않았고 극중 캐릭터에 맞게 다시 소화했다. 조선사는 고학력의 유학파 출신이기 때문에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을 정도의 영어를 구사할 것이다. 하지만 네이티브 스피커는 아닐 테니 미국식 영어보다는 영어권이 아닌 나라에서 사용하는 스타일로 말하려고 했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에 흥미나 호기심을 느끼는 것 같다. 어릴 때에도 영어 공부를 재미있게 했었고,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을 찍을 때 일본어를 배운 것처럼 작품을 통해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우는 경우가 있는데 항상 재미있게 열의를 가지고 해왔다.

-대부분의 사건이 잠수함 안에서 벌어진다. 제한된 공간, 한정된 세트 안에서 집중된 촬영은 필모그래피에서 처음이었던 듯한데.

=그 공간이 주는 공간감과 에너지를 온전히 느끼며 연기할 수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됐다. 특히 잠수함과 굉장히 흡사하게 만들어놓은 세트였기 때문에 실제 잠수함에 갇힌 압박감 같은 것들이 고스란히 느껴져 더 자연스럽게 표현이 되었던 것 같다.

-맥주, 화장품, 가구까지 직접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지 않나. 직접 찍은 사진으로 사진전도 열었고. 취미와 배우 생활을 병행하는 에너지가 대단한데, 유연석에게 취미와 연기는 어떻게 상호보완이 되고 있나.

=작품을 끝낸 후에 취미 생활을 하는 것은 배역에 빠져 있던 시간 동안 받았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그 배역을 털어내고 환기시키는 효과가 있다. 또 취미에 집중하다 보면 힐링이 되기도 하고 어떤 작품 속의 인물이 좋아하는 취미가 아닌, 진짜 내가 평소 좋아해왔던 것들을 하는 과정에서 본연의 나를 찾아가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돌이켜보면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성공 이후 <제보자>를 선택한 행보가 흥미롭더라. 당시 “칠봉이가 <건축학개론> <늑대소년>의 그 사람이었어?” 하며 그 의외성을 곱씹게 되는 매력 있는 배우였는데, 그 의외의 면모를 차기작에서 바로 보여줬다. 사실 배우는 남에게 평가받는 직업이기 때문에 잘할 수 있는 것을 해서 관객에게 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의식할 법도 한데, 이런 선택을 계속 해나가는 이유가 무엇인가.

=내가 잘할 수 있는 어떤 고정된 캐릭터를 반복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해보지 않았던 캐릭터들에 더 흥미를 느끼고 그런 캐릭터들이 나에게 왔을 때 도전의식과 열정이 생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장르의 경계도 넘나들게 되고 맡은 배역들의 스타일도 계속 바뀌어가는 것 같다. 어떨 때는 선한 역할, 또 어떨 때는 악역도 하고 싶다. 내 연기를 보는 사람들이 ‘이 배우가 다음 작품에는 도대체 어떤 장르와 어떤 작품의 캐릭터를 만들어갈까’라는 호기심과 궁금증이 생겼으면 한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할 때는 어떤 마음으로 선택했나. 새로운 선택을 이어오던 배우에게 <응답하라> 시리즈의 신원호 감독과의 재회나 ‘시즌제 드라마’를 선택한 게 다소 의외로 다가오긴 했다.

=우선 나에게는 은인과도 같은 신원호 감독님의 제안이었기 때문에 대본도 보기 전에 함께하겠다고 얘기했다. 또한 주 1회 방송, 시즌제 드라마라는 이야기를 듣고 이런 드라마가 성공할 수 있는 케이스가 만들어진다면 드라마 사업 전반의 환경이 개선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런 점이 작품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

-드라마 <맨도롱또똣>에 이어 현재 촬영 중인 <멍뭉이> 역시 제주도에서 촬영한다.

=오랜만에 진행하는 제주도 촬영이라 가기 전부터 설 다. 지금 촬영 중인 <멍뭉이>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주인공이 기르던 반려견과 이별하게 되는 상황 속에서 사촌 형과 함께 새 주인을 찾기 위해 나선 여정을 그린 영화다. 강아지들과 함께 촬영하는 것이 힘든 점도 있지만, 평소에도 강아지를 좋아하다 보니 너무 귀엽기도 하고 금세 정이 들었다. 특히 <멍뭉이>는 차태현 선배님과 재회하게 된 것이 큰 의미가 있다. 드라마 데뷔작인 <종합병원2>에서 태현 선배님과 함께 작품했었는데, 이렇게 재회하게 돼 너무 기쁘다. 촬영을 마치는 날까지 모두 건강하고 즐거운 현장이 되었으면 한다.

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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