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강철비2: 정상회담' 배우 곽도원 - 적당하게, 정확하게
2021-06-24
글 : 임수연
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곽도원은 양우석 감독의 모든 연출작에 출연했다. <변호인> <강철비>에 이어 양우석 감독은 <강철비2>의 시나리오를 그에게 건넸다. 곽도원이 살고 있는 제주도까지 내려가 함께 함덕 해수욕장을 걸으며 ‘호위총국장’ 역할을 배우에게 제안했고, 감독에 대한 신뢰가 두터웠던 그 역시 “알겠다. 아무거나 시켜만 주면 열심히 하겠다”며 화답했다. 그가 연기하는 박진우는 핵무기 포기와 평화 체제 수립을 위한 북미 평화협정 체결을 앞두고 쿠데타를 일으킨다. 애국의 방식으로 중국과의 동맹에 집착하며 비뚤어진 믿음을 보여주는 이 캐릭터는 곽도원과 만나 마냥 밉기만 한 악역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교수, 검사, 판사, 경찰 경감, 청와대 수석, 중앙정보부장에 이어 북 호위총국장 역할을 맡았다. 네티즌에게는 엘리트 공무원 전문 배우라고 불리고 있다. (웃음)

=북 호위총국장은 북 위원장을 호위하는 호위총국의 장이다. 북 위원장 산하기관 중에서도 꽤 큰 권력을 갖는 곳의 장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북한 최고의 엘리트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북한의 엘리트 공무원 역할을 맡았다고 보면 된다.

-방향이 그릇된 ‘애국’과 ‘신념’을 보여주는 점에서 전작 <변호인>의 차동영이 생각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훨씬 인간적인 면이 엿보인다.

=<변호인>의 차동영은 민주주의를 묵살하며 잘못된 생각과 국가관, 정치관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릇된 인물이 맞다. 역사도 이를 증명한다. 근데 박진우라는 북 호위총국장은, 이게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을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일단 민주주의라는 큰 바탕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북 체제 안에서 위원장과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거라 본다. 최고 지도자와 생각이 다를 뿐 최고 지도자의 생각이 다 옳은 것은 아니다.

-영화를 보면 살짝 살을 뺀 거 같다. 박진우 캐릭터를 표현함에 있어 체중감량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이유가 뭔가.

=살짝, 뺀 거같이 보이는구나…. 그래도 7kg 정도 감량한 건데…. (웃음) 쿠데타를 일으키기 전에 많은 준비를 한 인물이기 때문에 날카로운 면이 부각되는 것이 좋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사전 조사를 해보니 실제 북 호위총국장, 고위 관료들이 그렇게 마르지 않았더라. 감독님과도 얘기한 부분인데, 너무 체중을 많이 감량해도 안되고 지금 정도가 적당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살짝…. 7kg 정도 살을 뺐다. 앞으로 더 열심히 빼겠다. (웃음)

-머리 스타일과 의상에 대한 고민도 있었을 듯한데 어떻게 지금의 비주얼을 만들어나갔나.

=연출팀에서 고생을 많이 했다. 지금의 북 호위총국장뿐만 아니라 예전에 호위총국장을 지냈던 분들, 북한 고위 관료 그리고 과거와 현재 북한군의 헤어스타일을 꼼꼼하게 조사해주셨다. 나 역시 따로 공부를 하긴 했지만 연출팀이 준비한 자료를 바탕으로 준비할 수 있었다. 유연석씨가 연기한 조선사 북한 위원장 캐릭터가 오히려 현실의 북한 위원장과 굉장히 다르지 않나. 그래서 내쪽에서 실제 북한 위원장의 워킹이나 헤어스타일을 많이 따라 하려고 했다. <강철비2>에서 조선사 그리고 내가 연기한 호위총국장 두 캐릭터 모두 나라를 사랑하는 애국심이 투철하지만 온건과 강경 입장으로 나뉘는데, 북한이 현재 갖고 있는 두 가지의 입장을 각각 대변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현재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김정은 북한 위원장의 모습을 많이 모방했다.

-북한어도 지역이나 지위에 따라 다르게 표현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북한 사투리를 잡아가고 실전 연습을 해나갔나. <곡성> 때도 전라도 사투리 연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곡성> 때는 전라도 사투리를 배우려고 촬영 한달 전부터 곡성에 살면서 주민들을 많이 만나고 시장도 많이 찾아다니면서 체험했다. 그런데 북한은 갈 수가 없지 않나. 그래서 북한 출신 영화감독님에게 (내가 제주도에 살고 있어서) 영상통화하면서 많이 배웠다. 기술이 발전되니까 이런 게 참 좋다. (웃음) 배우가 감정 표현하는 데 있어서도 디테일하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영화에서 대부분의 사건이 잠수함 안에서 벌어진다. 이 정도로 제한된 세트 안에서 집중된 촬영은 필모그래피에서 처음 아닌가.

=처음은 아니다. <아수라>에서 차 안에서 위협하는 장면을 찍을 때 굉장히 좁은 공간에서 오래 촬영을 해야 했는데, 폐소공포증까지는 아니지만 사실 좁은 공간에서 굉장히 심하게 답답함을 느낀다. 그래서 미리 적응하려고 먼저 그 장소에 가서 차 안에 계속 앉아 있었다 이번에 촬영한 잠수함 세트는 공간 자체가 굉장히 작게 느껴졌지만 실제 잠수함보다 1.5배 크게 제작한 까닭에 훨씬 상황이 좋았다. 그런데 잠수함 내부에서 나는 기름 냄새가 너무 심해 정말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공교롭게도 <특별시민> <강철비> <남산의 부장들>에 이어 <강철비2>까지 한국 정치와 그 역사를 이야기하는 작품들에 연달아 출연한다. 이 작품들을 선택하던 시기 유독 이런 소재에 끌렸나.

=그런 건 아니다. 근데 들어보니까 또 그런 역할만 했다. (웃음) 시나리오 자체가 너무나 끌렸던 작품들이다. 캐릭터도 좋았고 감독님도 스탭들도 훌륭한 분들이라 작품을 선택한 거지 다른 이유는 없었다. 곧 개봉할 영화들은 전혀 다르다. <국제수사>는 코미디영화다. 사실, 코미디 장르의 작품도 많이 하고 싶다.

-이름을 기억하는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저 배우에겐 뭔가가 있다’, ‘더 보고 싶다’고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된 계기는 영화 <황해>였던 것 같다. 그로부터 딱 만 10년이 됐다.

=아, 그게 딱 10년이 됐구나, 벌써…. 시간 참 빨리 간다. 연극 처음 시작할 때, 관객으로 공연을 처음 봤을 때가 생각난다. “나도 저 사람들처럼 관객을 울고 웃게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생각에 배우의 꿈을 꿨다. 어떤 배우가 좋은 배우인지 지금도 고민한다. 초심을 잃지 않고 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공부 중이다.

-<국제수사> 개봉을 앞두고 있고, 지금 <소방관> 촬영 중이다.

=<국제수사>는 진지한 코미디물이다. 충남 대천에서 일하는 경찰…. 또 공무원이다. (웃음) 난생처음 해외여행을 떠나 필리핀에서 글로벌 범죄에 휘말린다. <소방관> 역시 공무원으로 나온다. 2001년 홍제동에서 안타깝게도 소방관 여섯명이 순직한 방화 사건이 있었다. 그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정진섭 구조대장 역을 맡았다.

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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