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님아'의 꽃이 여섯 나라에서 싹을 틔우기까지
2021-04-22
글 : 송경원
사진 : 오계옥
진모영 감독, 김선아 프로듀서 (왼쪽부터).

“2017년 <올드마린보이> 개봉을 앞두고 연락이 왔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개봉하던 시기였던 걸로 기억한다. 장편다큐멘터리를 만들자는 제안이 아닌가 내심 기대를 하며 나갔는데 더 크고 모험적인 프로젝트가 기다리고 있었다.” <님아>는 진모영 감독의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핵심으로 삼되 여러 나라의 서로 다른 부부들의 일상을 통해 사랑에 대한 질문을 하는, 6편의 다큐멘터리 시리즈다. 제안을 받은 진모영 감독은 ‘76년간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온 노부부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오리지널 IP(Intellectual Property, 지식재산권)로 두고 귀한 사랑의 사례들을 모으기로 한다.

글로벌 프로젝트의 핵심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오리지널리티를 염두에 둘 것, 다른 하나는 그럼에도 동어반복을 하지 않고 새로운 이야기로 거듭날 것이었다. “넷플릭스와의 작업은 창작자에 대한 존중에서 출발한다. 처음엔 내게 여러 편의 시리즈를 연출할 수 있냐고도 제안했지만 현실적으로 무리였다. 이후 오리지널 창작자인 내가 영화의 본질을 정의하고 다른 국가의 에피소드에도 그 색과 정신을 입힐 수 있도록 시리즈 전체의 EP(Executive Producer, 총괄제작)를 맡기로 했다.”

방향이 정해진 후 본격적인 작업에 돌입하기 위해 2018년 3월 해외 영화인들과의 협업 경험이 풍부한 김선아 프로듀서가 컨설팅 프로듀서로서 프로젝트에 합류한다. 김선아 프로듀서는 컨설팅 프로듀서로서 제작을 총괄하는 보드워크 픽쳐스, 실무 총책임자인 잰 아란다와의 소통을 맡았다. 김선아 프로듀서는 “시도해보지 않았던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 있었다. 다큐멘터리 작업이라는 게 성사될지 안될지를 걱정하는 것이 다반사인데, 이미 출발을 결정한 상황에서 구체적인 실무를 담당한다는 점도 좋았다”고 말한다.

2018년 8월, 정식으로 킥오프 미팅을 가진 후 프로젝트는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다. 어떤 국가를 선정할 것인지가 1차적으로 추려졌고 최종적으로 미국, 스페인, 한국, 일본, 브라질, 인도가 결정되었다. 대륙별 균형, 넷플릭스의 구독자 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전략적인 선택이었다. “대부분 합리적인 근거들이 있었기에 넷플릭스의 제안을 수용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다만 처음에는 아시아 국가를 한국 하나만 배정했는데, 다른 결도 필요하다는 판단에 일본도 넣자고 주장했고 받아들여졌다. 모든 결정은 원만한 협의와 의사소통 과정을 통해 이뤄졌다.”(김선아 프로듀서) 국가가 정해진 다음에는 감독을 정했다. “각 나라에서 실력 있는 다큐멘터리 감독들을 후보로 놓고 범위를 좁혀갔다. 최종적으로 감독이 정해진 후에 제안했을 때 다들 <님아>의 취지와 매력에 흠뻑 빠진 것 같았다.”(진모영 감독)

김선아 프로듀서는 그 비결이 <님아>가 가진 소재의 진정성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한다. “다큐멘터리 제작과 투자를 성사시키려다보면 필연적으로 소재가 한정되는 부분이 있다. 다소 자극적이거나 메시지가 선명한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님아>는 달랐다. 감독들도 자신이 주로 다루던 방식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인물들의 예쁜 마음, 서로를 아끼고 보듬는 세월을 담는다고 했더니 무척 흥미로워하면서 흔쾌히 동참해주었다.” 그렇게 6개국 6개팀이 꾸려진 뒤 걸맞은 사연의 출연자를 선정하고 2019년 1년 동안 각 80~100회차의 촬영을 통해 <님아>가 뿌린 씨앗이 6개국에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꽃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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