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자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한 최대한의 지원, 창작에 대한 존중과 자유의 보장이 있다.” 김선아 프로듀서는 넷플릭스와의 작업에 대해 한마디로 ‘합리적’이라고 정리했다. “처음 해본 프로젝트였던 만큼 하나부터 열까지 새로운 도전이었고 전세계의 각기 다른 상황들을 조율해야 하는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해 상황은 더욱 악화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럼에도 김선아 프로듀서는 이번 작업만큼 즐겁고 보람된 경험도 드물었다고 말한다. “이 기회를 우리만의 기회로 스쳐 지나가도록 하지 말자고 결심했다. 세부적인 부분까지 꼼꼼히 보고 배워 다큐멘터리 업계 전반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이정표로 삼고자 하는 마음으로 임했다. 그만큼 가치 있는 작업이었다.”
영화계에는 흔히 과정이 힘들어야 영화가 좋다는 속설이 있지만 김선아 프로듀서는 단호하게 “과정이 즐겁지 않으면 결과물이 어떻든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결국 투자자가 얼마나 오픈된 마인드로 창작자와 협업하는가의 문제다. 환경이 마련된 상태에서는 최선을 다하면 된다. 지금의 넷플릭스에는 그런 가능성이 있다.”
진모영 감독 역시 이번 작업의 가장 어려웠던 점은 제작 기간 내내 비밀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었다고 말한다. “본의 아니게 3년 동안 백수 행세를 했다. (웃음) 이제는 그동안의 경험과 배운 것들을 한국 다큐멘터리 작업자들과 공유할 수 있을 것 같아 속이 후련하다. 시대의 변화에 맞춰 누군가의 경험이 필요한 일이었다.” 의미 있는 첫발은 찍혔다. 직접 보고 나면 <님아> 시리즈의 시즌2가 나오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느낄 것이다. 걸음은, 그렇게 이어지는 법이다.
<인도: 사티아바마와 사트와>
감독 디프티 카카, 파하드 무스타파
온 가족이 같이 사는 게 행복했던 사티아바마와 사트와. 하지만 기후변화로 목화 농사가 힘들어지자 자식들은 일자리를 찾아 공장으로 떠난다. 가족이 떠난 자리, 노부부는 시골에 남아 일상을 이어간다.
“다큐멘터리는 진정으로 개인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새로운 사람들과의 연결을 통해 삶을 풍요롭게 한다. 인도 농촌민 아카이브(People’s Archive of Rural India; PARI, 잊히기 쉬운 인도 농촌 지역 이야기를 주기적으로 발굴하는 프로젝트)에서 노년층과 어린아이들만 남은 한 마을에 대해 읽게 됐다. 대단히 흥미로운 이야기였고, 그것을 시작으로 결국 비드 마을, 사티아바마와 사트와의 이야기까지 이어졌다. 부부는 서로에 대한, 그리고 손주들에 대한 깊은 사랑 말고는 이런 상황을 감당할 방법이 없다.”(디프티 카카, 파하드 무스타파 감독)
<미국: 진저와 데이비드>
가족 대대로 농장을 운영했다. 여섯 아이들까지 키웠다. 하지만 이제 동년배들이 세상을 떠나는 나이. 언젠가 우리 차례가 온다. 데이비드와 진저는 유언과 화장을 준비한다.
<스페인: 나티와 아우구스토>
나이는 갱신 안되나? 운전면허를 갱신하려는 아우구스토. 하지만 통과하지 못한다. 그래도 괜찮다, 사랑하는 나티와 함께 걸을 수 있으니. 부부는 처음으로 여행을 간다.
<브라질: 니시냐와 주레마>
65살 생일을 맞는 주레마. 43년간 곁에서 축하하는 니시냐. 그들의 집은 자녀와 손주들로 늘 북적댄다. 한적한 시골에 집을 짓는 두 할머니는 함께 노후를 보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