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의 EP로서 진모영 감독의 고민은 분명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가지고 있던 색깔과 정신을 지키고 싶다는 것이었다. “강계열, 조병만 부부를 기준에 두고 ‘그들은 과연 어떠했는가’를 끊임없이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처음엔 몇 가지 외형적인 조건이 있었다. 초혼으로 만나 오랫동안 함께 세월을 보내온 부부여야 했다. 50, 60년은 거뜬히 함께한 이들을 우선적으로 찾았다.
두 번째로는 함께 지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은 커플이길 바랐다. 직장을 나가서 하루 종일 떨어져 있어야 한다면 담을 이야기가 없으니까. 마지막으로 표현을 많이 해줄 수 있는 분들을 찾았다. 마음이 어떻게 보여지는지도 중요하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처음엔 한복을 입고 서로에게 살가운 애정을 표시하는 강계열, 조병만 부부와 닮은꼴을 찾으려 애썼다.”
하지만 실제로 그에 딱 맞는 커플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연출을 맡은 감독들 입장에서는 각자 자신의 관심사에 가까운 이들을 먼저 고르다보니 서로 원하는 형태가 다른 점이 있었다. 난관인가 싶었지만 김선아 프로듀서는 바로 그때부터가 <님아> 프로젝트의 마법 같은 순간이 시작된 지점이라고 회고한다. “처음 하는 형태의 프로젝트인 만큼 쉽지 않은 일이 많았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번만큼 즐거운 작업도 없었다. 참여해준 모든 창작자들이 열린 마음으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여 토론했다.” 진모영 감독은 각국에서 보내온 사연을 접하면서 굳이 <님아>의 외형적인 틀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브라질팀의 경우 동성 커플을 제안했는데 우리가 제시한 조건에서 벗어나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그들의 사연을 들으면서 본질은 통한다고 느꼈고, 수용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이건 결국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박노해 시인의 글귀 중 ‘우리는 위대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위대한 사랑으로 작은 일을 하는 것, 작지만 끝까지 꾸준히 밀어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가 아는 가장 위대한 삶의 길이다’라는 말이 있다. 각국에서 보내온 사연들은 그런 길을 걸어온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이건 커플들에게 보내는 사랑의 교과서다. 어떤 형태든 삶과 사랑을 존중하는 것. 그게 이번 시리즈가 전하고 싶은 바이고 이번 시리즈를 통해 배운 점이다. 게다가 다양한 커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시대정신에도 부합한다고 생각했다. 혼자였으면 도달하지 못했을 풍성한 순간들을 선사받은 기분이다.” <님아>의 심장은 오랜 시간 사랑해온 사람들의 오늘을 담는 데 있다. 2014년 젊은 관객이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에서 절절한 로맨스물의 그림자를 발견한 것처럼 이것은 실화인 동시에 흥미로운 러브 스토리다.
<한국: 생자와 영삼>
감독 진모영
물에서 흙에서 평생을 일했다. 전복을 키우고 미역을 건지고 밭을 매는 생자와 영삼. 그런데 생자의 건강이 나빠진다. 자식들이 말리지만 그녀는 일해야 할 이유가 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이후에 다시 속편을 만든다는 건 엄청난 부담이었다. 솔직히 한국 에피소드 연출을 맡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 전국을 뒤지면서 사연을 찾아 헤맸고 마침내 생자와 영삼 커플을 만났을 때 이 이야기는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전작이 특별한 부부의 이야기였다면 이번에는 좀더 일반적이고 일상적인 이들의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잔잔한 가운데 우리 이웃의 이야기처럼 스며드는, 또 다른 훈훈함이 있다.”(진모영 감독)